“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음해, 임상실험 문제 지적하자 환자 이용해 저격” 주장…피해자·서울대병원 “말도 안 된다” 일축
―담당하고 있던 환자 A 씨의 “김 원장이 나를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제보와 폭로 이후, 이전의 ‘유아인 경조증 SNS 진단’과 환자 개인정보 유출 등 의료법 위반까지 포함돼 학회에서 제명을 당했다.
“먼저 A 씨에 대해서는 의사로서, 주치의로서 면목이 없다. 결국 내가 (A 씨의) 치료를 실패하지 않았나. 치료도 실패한 주제에 무슨 말을 하겠나. 하지만 단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A 씨가 주장하고 있는 성관계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 점만큼은 확언할 수 있다.”
김현철 정신과전문의가 12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태원 기자
“전문 용어로 ‘감정 전이’라고 한다. 함께 내밀한 이야기를 공유하다 보니 서로에게 감정을 품게 되는 것인데, 사실 그런 분들이 간혹 있기는 했다. 아예 치료 받으러 오셔서 나한테 호텔 키를 던지고 가시는 식이었다. A 씨도 치료 과정에서 조금씩 활력을 가지면서 내게 ‘진료실 밖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해 왔다. 그러나 그건 ‘경계 침범(의사와 환자의 경계를 넘어서 사적으로 만나는 것)’이다. 윤리적으로 생각해서 내가 맡은 환자와 커피 정도는 마실 수 있어도 이 분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밖에서 만나자 하시는지 감이 왔기 때문에 첫 대답으로는 조금 세게 말했다. ‘나는 섹스가 아니면 안 한다’고 강하게 밀어냈다. 그러면 A 씨가 멈칫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대답하면 상대방으로서는 ‘성관계를 갖자’고 해석할 여지가 있지 않나.
“2년 반 동안 서로 알고 지냈으니 내가 어떤 뉘앙스로 말한 것인지 A 씨도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 A 씨의 상태도 많이 호전돼 있었기 때문에 내가 더 이상 의학적으로 그를 붙잡을 이유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치료가 다 끝났다고 말할 때 일부 환자 분들은 서운해 하거나 짜증을 내시기도 하지만 대부분 수긍한다. 그런데 A 씨는 집요했다. 그래서 첫 번째 방법인 ‘세게 말해서 거절하기’ 이후 두 번째 방법인 ‘만나만 주기’를 택했다. 일단 만나주는 것으로 그의 감정을 진정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그 시기가 언제쯤이었나.
“지난해 6월쯤이었다. 이 시기 내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갑자기 8~9월경 자신의 트위터에 자신의 신변과 관련해서 과격한 내용을 공개적으로 적기 시작했다. 상태가 심해질 무렵 A 씨의 트위터를 보고 우리 병원의 전 부원장이었던 K 씨가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그 사람은 내게 5억 원의 사기를 치고 나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현재 민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나에게 악감정을 가진 A 씨를 이용할 목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 부원장과 전 직원들이 A 씨와 함께 공모했다는 주장인가.
“처음 보도에는 내가 A 씨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직원들이 월급에 불만을 품고 나를 모함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적혀있다. 그건 오보다. 한 달에 400만 원씩 받는 사람들이 무슨 불만을 품었겠나. 다만 이 분들은 다 K 씨가 뽑은 사람들이다. K 씨에게 약점을 잡혀서 함께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들이 어떻게 K 씨와 나에 대한 정보를 알겠는가. 등잔 밑이 어둡다고 K 씨랑 A 씨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나머지 직원들은 왜 그렇게 나를 배신했는지 모르겠다.”
김 원장이 A 씨와 직원들이 함께 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발견한 사건 진행 요약본. 김 원장은 이를 ‘계획 범행’의 증거로, A 씨 측은 ‘윤리위 회부를 위해 정리하던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사진=김태원 기자
―A 씨에게 호텔 예약 상황을 알리고 만나자고 트위터 DM(다이렉트 메시지, 쪽지)을 보낸 것은 사실이 아닌가.
“호텔 예약까지는 진짜다. 정확히 말하자면 ‘호텔에서 봅시다’라는 말까지는 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내가 A 씨에게 답변을 재촉하듯이 계속해서 문자를 보냈다는 것은 조작이다. A 씨가 내 트위터 계정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기 때문에 조작한 것이다. 실제로 A 씨가 내 계정을 해킹해서 다른 사람들과 내가 나눈 DM을 몰래 살펴봤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 직원들이 공모했다는 주장은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되고 난 뒤 병원 내 컴퓨터를 확인하던 중 전 직원들과 A 씨가 함께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을 발견했다. 전 직원 가운데 한 명이 미처 로그아웃을 하지 않는 바람에 고스란히 대화방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던 거다. 그곳에서 이들이 나에게 어떤 혐의를 붙일지 공모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우리 병원에서 근무하던 동안에도 나와 관련한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A 씨에게 전달하고 있더라. 이러한 공모 사실까지 자료로 정리해서 윤리위원회에 전달했는데 윤리위에서 이를 받아 주지 않았다.”
―현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정수 이사장과 윤리위원회 임기영 위원장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고 학회 회원 제명 무효 소송을 건 상태다.
“앞서 유아인 경조증 진단도 그렇지만 학회는 정확한 사실 여부를 내게 확인하지도 않았으면서 해명조차 전혀 듣지 않고 나에 대한 제명 조치를 취했다. 당시 악의적인 언론 보도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학회 회원인 본인에 대한 보호가 전혀 없었다. 나는 윤리위의 일련의 행태가 지난해 9월 내가 트위터로 저격했던 분당 서울대병원 임상 실험 건에서 촉발됐다고 본다.”
―어떤 실험인가.
“그 병원에서 임상실험으로 리튬이라는 약을 복용하던 환자들이 대거 우리 병원으로 내려와 진료를 받았는데, 리튬은 과다 복용했을 때 죽을 수 있는 유일한 약이다. 그런 약을 사전 고지도 제대로 하지 않고 환자들에게 주는 것이 이상해 어떤 실험 연구인지 살펴보니 조울증 환자의 자살률을 알아 보는 실험이더라. 고위험군 환자에게 리튬을 복용시켜 사망률을 높이고 이에 대한 비교군으로 우울증 신약을 복용한 환자들의 긍정적인 결과를 부각시키는 식이 아닌가 싶었다. 그것을 지난 9월 트위터로 지적했더니 그때부터 윤리위원회에서 나를 겨냥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실험을 담당한 교수님이 대한신경정신학회의 중심을 지탱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분이 쓰러지면 학회가 무너진다. 이 때문에 나를 요주의 인물로 삼다가 이번 A 씨 제보를 토대로 완전히 매장을 시키려 한 거다.”
―A 씨의 뒤에 학회가 있다는 말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학회의 중심인 서울대 라인이다. 이 세력들이 A 씨의 뒤에 있는 것이다. A 씨가 현재 다른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주치의가 학회의 윤리위 소속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상황이다. 주치의가 직접 ‘구원환상’, ‘절대적 아버지’라는 실제 전이감정을 악용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의료 농단을 감추기 위해서 나를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키고 이에 대한 말 맞추기 용도로 A 씨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울 뿐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피해자 “김 원장 주장은 전부 허상, 또 다른 피해자 있다” 반박 분당 서울대병원 ‘임상실험’ 의견 분분…병원 측 “실험 자체가 없었다” vs 실험 참여자 “부작용 겪었다” 김 원장의 주장에 대해 피해자인 A 씨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나의 뒤에 무슨 서울대가 있고 빅픽처가 있다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A 씨는 “분당 서울대 실험과 관련한 것은 전부 김 원장의 주장일 뿐이다. 김 원장이 지목하는 교수님이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 가운데 한 분이라는데 그 분이 자기 비리를 덮으려고 자신을 음해한다는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실체도 없는 그냥 주장에 불과한 것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17년 6월 16일부터 8월 1일까지로 장소와 일시를 정확하게 기억한다. 이후 김 원장이 갑작스럽게 연락을 끊고 나를 피하려 하는 것을 알게 돼서 이에 대한 하소연을 지난해 11월 트위터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 트위터를 본 한 제보자가 “A 씨 외에도 많은 여성 환자들이 비슷한 수법으로 당했다”고 그에게 귀띔했다는 것. 연인관계로 믿었던 사이가 2개월 만에 일방적인 연락 끊기로 이어졌고, 유사한 피해를 입은 환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 관계가 “환자와 주치의라는 지위를 악용한 성적 착취”라고 뒤늦게서야 깨달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A 씨는 김 원장과의 관계를 트위터에 공개한 뒤 자신 역시 김 원장의 환자였으며 감정 전이의 피해자라는 사람과 접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역시 A 씨와 유사한 접근 방식으로 김 원장과 관계를 맺게 됐다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트위터 쪽지로 보낸 성관계 암시와 호텔 예약 문자에 대해 조작과 해킹이라는 김 원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A 씨는 “사실 김 원장의 트위터 비밀번호는 직원들이 모두 알고 있다. 트위터 쪽지로 상담을 하고 예약을 받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에게 업무 분담을 시키면서 가르쳐 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문제가 된 당시 트위터 쪽지를 보면 2017년 6월의 것이다. 조작을 했다면 내가 그때부터 김 원장의 트위터를 접속해서 미리 증거 문자를 만들어놨다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A 씨가 보여준 트위터 쪽지는 2017년 6월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김 원장의 병원에서 일한 전 직원들과의 ‘공모’에 대해서도 “공모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내 피해 사실을 알고 윤리위에 제보할 때 자신들도 함께 해주겠다며 도와주신 분들”이라며 “이들 역시 김 원장의 밑에서 각종 피해를 입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원장의 주장처럼 전 부원장인 K 씨가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지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이들이 K 씨와 직접 연락한 바도 없기 때문에 김 원장이 ‘공모’를 주장하는 그들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K 씨가 없다는 것이다. 김 원장의 병원에서 일했던 전 직원 B 씨는 “환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는 A 씨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김 원장은 그전부터 환자들의 사생활을 직원들에게 모두 전달하고, 직원들에게도 성희롱이나 폭언을 퍼붓거나 원장실에서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폭력적인 성향을 감추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은 폐쇄적인 공간이다. 직원들만 입 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모른다”라며 “우리가 A 씨에게 힘을 모으는 건 우리도 할 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환자들이 피해를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즉,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거나 공모를 한 것이 아니라 김 원장으로부터 공통적으로 피해를 본 피해자와 내부고발자들의 모임일 뿐이라는 것. 김 원장이 자신을 음해하기 위한 계획서라고 주장한 문서에 대해서도 단순히 윤리위원회에 제출할 의견서의 내용을 점검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김 원장이 주장한 ‘빅픽처’의 주연으로 지목된 분당 서울대병원의 입장은 어떨까. 병원 측은 “지난해에 약물과 관련한 임상 실험 자체를 진행한 적이 전혀 없다.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어 “그 분(김 원장)이 우리 담당 교수님께 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교수님이 실제 서울대병원의 실세라거나 그런 게 전혀 아니다. 매우 잘못된 주장”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런데 정작 병원에서는 없었다는 임상실험에 실제로 참여했던 환자가 나타났다. 이 환자는 “지난해 9월 중순경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김 원장이 지목한 그 교수의 임상실험에 실제 참여했다. 당시 연구를 진행하던 다른 교수들로부터 이 실험이 조울증 환자의 자살 성향을 연구 목적으로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리튬을 복용하면서 심한 자살 충동에 시달렸으나 담당 교수가 오히려 약을 증량해 주는 데에 의구심을 품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이어 “실험 내용이 너무 이상하고 부작용으로 괴로워서 김 원장에게 사실을 알렸더니 출시를 앞둔 조울증 신약을 위한 실험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그 이후로는 담당 교수를 만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이 주장한 ‘빅픽처’가 어찌됐든 실제로 임상실험이 존재했는지를 두고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한편, 김 원장의 제명을 결정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회 측은 이와 관련해 “(빅픽처 등은) 김 원장 개인의 생각이고 그분의 정신적 건강상태가 우려되는 상황이긴 하나 특별히 개입할 여지가 없어 안타깝다”라고 일축했다. 또 “윤리위는 2차례의 청문심사회의를 거쳐 김 원장에게 추가적인 소명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윤리위가 요구한 소명이 아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뿐이었다”며 제명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