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으로 베트남 다낭 휴가 중 15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급히 귀국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대한항공노동조합,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대한항공조종사 새노동조합 등 3개 노조는 15일 ‘대한항공 경영층 갑질 논란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조현민 전무의 사퇴를 밝혔다.
대한항공 3개 노조는 “조현민 전무의 갑질 행동에 심히 우려를 표한다”며 △경영일선 즉각 사퇴 △국민과 직원에 진심어린 사과 △경영층의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대한항공의 3개 노조가 함께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 측은 “연일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속보가 끊이지 않는 경영층의 갑질 논란과 회사 명칭회수에 대한 국민청원 속에 일선현장에서 피땀 흘려 일해 온 2만여 직원들조차 국민들의 지탄을 받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항공은 2017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육박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우리 직원들은 2015년 1.9%, 2016년 3.2%에 불과한 임금상승과 저비용비행사(LCC) 보다도 못한 성과금을 받았다”며 설명했다.
또한 노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직원들은 창사 이래 세계의 하늘을 개척하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다는 자부심을 갖고, 고객들의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을 위해 최선을 다 해 왔다”며 “모든 노력들이 조현민 전무의 갑질 행동으로 무너져 버렸다”고 개탄했다.
한편 조현민 전무는 지난달 광고대행사와 관련 회의 중 대행사 직원에게 고성을 지르고, 물이 든 컵을 바닥으로 던져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이때 물이 직원들에게 튀었는데, 일부에서는 조 전무가 직원의 얼굴을 향해 직접 물을 뿌렸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됐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조현민 전무가 대한항공 직원은 물론 광고대행을 맡긴 광고회사 직원들에게까지 막말과 질책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글과 증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조 전무로 추정되는 인물이 직원에게 고성과 막말을 한 음성파일까지 공개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조현민 전무는 베트남 다낭으로 휴가를 떠난지 사흘 만인 지난 1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급거 귀국했다. 조현민 전무는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고개를 숙인 채 “제가 어리석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얼굴을 향해 직접 물을 뿌렸냐는 질문에 “얼굴에는 뿌리지 않았고, 밀치기만 했다”며 부인했다.
이어 조 전무는 이날 대한항공 임직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조 전무는 “이번에 저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으시고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특히 함께 일했던 광고대행사 관계자분들과 대한항공 임직원 여러분들 모두 한분 한분께 머리 숙여 사과 말씀을 드리고 싶다. 업무에 대한 열정에 집중하다 보니 경솔한 언행과 행동을 자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앞으로 더욱 반성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며 “많은 분들이 제게 충심 어린 지적과 비판을 보내주셨고, 저는 이를 모두 마음속 깊이 새기고자 한다. 앞으로 더욱 열린 마음으로 반성의 자세로 임하도록 하겠다”고 반성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16일 입장발표를 통해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조사 결과를 지켜본 후 회사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경찰이 내사 중인 사안이라 신중하게 가급적 언급을 자제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 전무의 사과 이메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며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