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리옹에서 아침을
▲ 동화책 그림 같은 쁘띠프랑스. | ||
‘한국 속의 프랑스’를 만나러 가는 길은 강바람이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다. 46번 경춘국도를 타고 춘천 방면으로 가다보면 대성리를 지나 청평으로 들어서게 된다. 경춘국도는 함께 벗하던 강을 버리고 곧장 뻗어가지만, 자칫 지나칠지도 모르는 청평댐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호명리 가는 호젓한 강변길이 하나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 10㎞를 천천히 달리면 언덕바지의 집들이 이채로운 쁘띠프랑스를 만나게 된다.
지난 7월 문을 연 쁘띠프랑스는 전체 16개 동으로 이루어진 프랑스문화마을이다. 눈부시게 하얀 벽과 붉은색 지붕이 마치 동화 속 풍경을 연상케 하는 이곳에는 다양한 기념관과 체험관, 숙박시설 등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쁘띠’(petite)는 프랑스어로 ‘작은’, ‘귀여운’, ‘예쁜’의 뜻을 지닌 단어로 마을의 모습을 직접 본다면 이보다 더 어울리는 말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곳의 건물들은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 강병근 교수가 프랑스 유명 건축가 도미니크의 자문을 받아 지은 것들이다. 단지 건물의 외부뿐만 아니라 아담한 내부와 건물과 건물 사이의 아기자기한 골목까지 세심히 신경을 썼다. 게다가 언덕을 깎지 않고 그 사면을 살려 지음으로써 어느 건물에서나 청풍호반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쁘띠프랑스의 마스코트는 ‘어린왕자’다. 프랑스 리옹에 있는 생텍쥐페리재단과 정식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어린왕자의 이미지를 빌려왔다. 정문에서부터 어린왕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마을 안에는 기념관까지 있다. 매표소를 지나 마을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분수광장을 낀 생텍쥐페리기념관이 있다. 생텍쥐페리의 사진과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옆 동에는 어린왕자와 관련된 기념품을 파는 매장이 있다. ‘소유욕’에 불을 지피는 독특한 디자인의 수첩과 책 등이 다수 눈에 띈다.
생텍쥐페리기념관 맞은편은 오르골하우스다. 쁘띠프랑스에서는 다양한 체험관이 있는데 오르골하우스도 그중 하나다. 오르골하우스에서는 매시간 40분부터 10분 동안 19세기의 오르골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오르골하우스에는 초창기 실린더오르골을 비롯해 디스크오르골 등 다양한 오르골들이 전시돼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오래된 축음기와 아코디언 등의 악기들도 만나볼 수 있다.
▲ 쁘띠프랑스 전망대에서 한 여행객이 사진기로 마을의 모습을 담고 있다. 마리오네트 인형 체험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 건물 내부와 여러 가지 오르골이 가득한 오르골하우스(위 부터). | ||
한편 쁘띠프랑스에서는 어린왕자를 주제로 한 뮤지컬과 프랑스 애니메이션도 상영된다. 뮤지컬은 원형극장 왼편 다목적홀에서 하루 여섯 차례, 애니메이션은 생텍쥐페리기념관 위쪽 소극장에서 하루 다섯 차례 감상할 수 있다.
프랑스인들의 생활공간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다목적홀 옆에 있는 프랑스전통주택관이 그곳이다. 다른 건물들에 비해 연륜이 드러나는 이 주택관은 150~200년가량 된 프랑스 주택을 해체한 후 그대로 가져와 재건한 것이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현재도 사람이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낡은 침대와 의자, 손때 묻은 가구 등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
쁘띠프랑스는 문을 연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 각종 방송과 드라마의 촬영명소로 각광받고 있는데, 요즘은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에서도 이곳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주택관이 그 주 배경이다. 이국적이면서도 고풍스런 분위기가 클래식을 주제로 한 드라마와 맞아떨어진다.
주택관 뒤편에는 교회 첨탑 같은 전망대가 있다. 3층 높이로 나선형의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쁘띠프랑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오른쪽으로는 하늘빛을 그대로 머금은 청평호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쁘띠프랑스 인근에는 둘러볼 만한 곳들이 많다. 특히 쁘띠프랑스에서 가평 방면으로 10여 분 호반을 따라 달리면 나타나는 남이섬은 이 가을 여행지로 ‘강추’(강력 추천)할 만한 곳이다. 산책하기 좋은 숲길이 도처에 있기 때문이다.
가평나루에서 배로 겨우 5분 거리에 있는 남이섬에는 잣나무숲길과 메타세쿼이아숲길, 은행나무숲길 등이 있다. 각각의 이름처럼 숲길은 저마다 개성이 다르다. 남이섬환경학교에서 메타나루로 이어지는 약 150m 길이의 메타세쿼이아 길은 아름드리의 나무들이 약 3m의 간격을 두고 2열종대로 사열하듯 늘어선 모습이 인상적이다. 10월로 접어들면서 메타세쿼이아나무들에 붉은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남이섬환경학교에서 별장마을에 이르는 은행나무 길과 함께 남이섬의 가을 풍경을 완성한다. 섬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잣나무숲길에서는 잣 ‘수확’에 나선 청설모와 다람쥐들의 날쌘 모습을 볼 수 있다.
★길잡이: 서울(46번 국도)→대성리→청평댐입구 삼거리→호명리 방면 우회전→10㎞ 직진→쁘띠프랑스 기차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춘천행 기차를 타고 대성리역에서 내리면 쁘띠프랑스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아침 9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잠자리: 쁘띠프랑스에 34개의 숙박실이 있다. 모양과 크기가 다 제각각인 점이 특징이다.
★먹거리: 한식뷔페식당이 쁘띠프랑스에 있다. 인근 청평호 주변에 맛집과 카페들이 많다. 신청평대교를 건너 37번 국도를 타고 양평 방면으로 가다보면 서호(031-584-0446), 그늘식당(031-584-0904) 등 매운탕을 잘하는 곳들이 있다.
★문의: 쁘띠프랑스(http://www.petitefrance.kr) 031-584-8200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