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관계 ‘광장’과는 완전히 틀어져…‘땅콩 회항’ 변론 때 오너 일가 갑질 탓
조현민 전무
법조계에서는 폭행은 성립한다고 입을 모아 설명한다. 사람을 때리지 않아도, 상대 신체에 해를 끼칠 의도로 하는 모든 행동이 폭행이기 때문. 특히 물을 신체를 향해 뿌리면 폭행죄가 성립하고, 직접 신체를 향해 던지지 않아도 폭행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판사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양형이 약하다는 점.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 전무가 직접 물을 뿌리지 않고, 땅을 향해 던진 게 일부 튀었다고 하더라도 폭행죄는 성립한다”면서도 “여러 차례 던졌다고 하더라도 벌금형 이상 나올 수가 없는 약한 수준의 처벌밖에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던진 물건이 유리컵일 경우 다소 얘기가 달라진다. 유리는 흉기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 위험한 물건으로 판단, 특수 폭행을 적용할 경우 집행유예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앞선 변호사는 “결국 경찰과 검찰이 논란이 된 이번 회의 중 물 세례 갑질 외에 추가적으로 벌여온 각종 모욕 성격의 갑질들을 얼마나 더 밝혀내는지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도 고민해 볼 수 있다”며 “지금 나온 정황만 가지고는 잘해야 벌금형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인지한 조 전무와 대한항공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된 법적 대응을 위해 법무법인 세종의 임상혁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조 전무는 즉시 임 변호사와 만나 이번 논란에 대해 상의했으며 사과 이메일 작성에도 조언을 받았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왜 ‘세종’과 손잡았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래 대한항공과 특수 관계인 법무법인 광장이 아니기 때문.
대한항공과 법무법인 광장의 관계부터 짚어보자. 한진그룹 조중훈 창업주는 4남 1녀를 뒀는데, 장녀 현숙 씨는 당시 서울중앙지법 판사였던 이태희 씨와 결혼했다. 이태희 씨는 판사를 그만둔 뒤 국내 3대 로펌 중 한 곳인 법무법인 광장을 만들었다. 소공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건물 안에 광장 사무실이 있을 만큼, 특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당연히 대한항공은 각종 법률 자문은 물론, 굵직한 사건 때마다 광장을 찾았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때도 광장이 검찰 수사 때부터 대응했다. 서창희 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가 사건을 주도적으로 맡아 변호 전략을 짰다.
땅콩회항 사건 당시 여론의 지탄을 받았던 조현아 전 부사장. 구속 기소와 2심 선고때까지 구속돼 있었는데 당시 이를 놓고 변호인단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무가 워낙 사회적 비난을 받던 상황이라, 실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음에도 1심에서 실형이 나자 강하게 변호인단을 비난했다는 것. 결국 서 변호사는 1심이 끝난 뒤 사임계를 냈고, 공동 변호를 하던 법무법인 화우에서 주도적으로 사건을 맡는 형식으로 조현아 부사장 사건의 2심 재판을 마무리했다. 이때 광장이 변호인단에 이름은 올렸지만, 실질적으로는 빠졌다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후문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인척으로 엮여 있던 대한항공과 법무법인 광장의 오랜 특수관계도 완전히 끝났다는 게 앞선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조현민 전무가 법무법인 세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법무법인 광장에는 일절 문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을 다르게 선택해도 크게 사건에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없는 ‘여론 비난형’ 사건들이라는 얘기다. 형사 사건에 밝은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결국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는 이런 사건은 담당 검사, 담당 판사의 아버지를 변호사로 선임해도 전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무조건 불구속을 해야 한다며, 좋은 결과만 강요하는 일부 대기업 오너들의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