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조인협회, 회원 복지 차원 결혼정보회사와 제휴 협약도
지난 2월,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는 결혼정보회사 가연과 업무제휴협약을 체결했다. 로스쿨 출신 법조인으로 이뤄진 한법협은 지난 2015년 출범해 현재 3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4년제 대학 졸업 후 3년의 로스쿨 과정을 거쳐야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되는 만큼 한법협 회원 대부분은 결혼 적령기다. 한법협 전홍규 대외협력이사는 “개인적으로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한 회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업체가 불친절하거나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등 문제가 많았다”며 “협회 차원에서 결혼정보업체 한 곳과 협약을 맺으면 소속 변호사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체결 배경을 설명했다. 회원(변호사) 복지 차원에서 협회가 직접 혼인 성사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시대가 된 것이다.
지난 14일에는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에서 한법협 남성 회원과 가연 여성 회원들을 위한 ‘로맨틱 시그널’ 미팅파티도 열렸다.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는 “굳이 이런 협약 체결을 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대부분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가연 측 역시 구체적인 수요를 측정하진 않지만 “문의가 많이 오고, 특별히 신경써서 챙기고 있다”는 반응이다.
과거 사법고시 시절과 비교하면, 천지가 개벽할 변화다. 과거 사법고시 출신 사법연수원생들은 수료 후 판검사로 임용되거나, 변호사가 되어도 고액의 연봉이 보장됐기 때문에 결혼시장에서 가장 선망받는 직업이었다. 사법연수원생이라는 타이틀만 있어도 중매쟁이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연수원생들의 이름과 사진, 연락처 등이 적힌 연수원생 수첩을 보고 연락이 들어왔다.
사법연수원은 연수원생 1인당 수첩을 1부만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는데, 당시 중매쟁이들 사이에서는 연수원생 수첩이 수십만 원에 거래됐고 연수원생에게 “사례금을 줄테니 연수원생 수첩을 복사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연수원생이라면 나이가 많아도 문제되지 않았다. 사시 출신의 한 변호사는 “늦은 나이에 합격해 고등학생 딸이 있었는데도 중매쟁이가 전화해 ‘결혼 했느냐’고 묻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 옛말이 되고 말았다. 대형로펌에 입사하지 않은, 평균 월 30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많아지면서 결혼시장에서 인기가 급락한 것. 로스쿨 출신의 대형로펌 변호사가 “가끔 중매쟁이들의 연락이 온다는 얘기를 들어는 봤지만, 직접 연락을 받아본 적은 없다”고 말할 정도다. 과거 연수원 출신 법조인에게 하루 평균 2~3번꼴로 전화가 왔던 것과는 확연한 변화다.
심지어 이제는 구혼자들이 먼저 로스쿨 출신을 배제하는 실정이라는 게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명 결혼정보업체 출신의 한 커플 매니저는 “전문직 법조인을 배우자로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중 로스쿨 출신은 아예 빼고 소개해달라는 분들도 있다”며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진 것은 아니지만, 로스쿨을 배제하는 경우는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로스쿨 출신 법조인이 꾸준히 급증하고 있다. 로스쿨은 지난 2012년 제1회 변호사 시험 합격자 1451명을 시작으로 매년 1500명 넘는 변호사를 배출하고 있다. 지난 6년간 1만 명에 가까운 변호사가 로스쿨을 통해 나온 것. 우리나라 변호사 수는 1907년 최초 합격자 6인을 시작으로 100년이 지난 2008년이 돼서야 1만 명을 넘어섰는데, 로스쿨 변호사가 처음 배출된 2012년을 기점으로 급증해 7년 만인 지난 2015년 2만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2018년 1월 기준 2만 4037명에 달한다. 등록 변호사의 절반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셈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현재 증가 추세라면 2022년엔 변호사 수가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며 우려를 표하는 게 괜한 얘기가 아니다.
떨어지는 결혼시장 몸값만큼이나 변호사들의 취업난도 극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배출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수료생과 변호사 시험 합격자를 합쳐 1700여 명. 이 가운데 국내 10대 로펌에 입사한 이들은 200~250명에 불과하다. 판사, 검사로 임용된 수까지 감안할 때, 1400여 명 안팎이 중소로펌을 전전하고 있다. 직접 개업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지만 경력도, 인맥도 부족한 상황에서 사건을 수임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앞으로 전망도 우울하기 그지없다. 올해 역시 역대 최대 인원(3240명)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했다. 법조인 중매결혼 시장 역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는 이유다. 한 결혼 중매인은 “여전히 인기가 있는 판사나 검사를 제외하고, 단순히 변호사라는 직업만으로 어필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다만 같은 로스쿨 변호사라도 학벌과 소속 로펌, 부모님 직업 등에 따라 차별화될 수는 있다”고 전했다.
김효정 언론인 hyoj03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