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이미 미국의 무역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의 요구에 따라 열린 한미FTA 개정과 철강관세에 대한 통상협상에서 한국은 철강 수출물량의 축소, 미국산 자동차 수입확대 등을 허용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미 한국은 지난 1월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해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받았다. 앞으로 무슨 품목이 개별적으로 수입제한이나 보복관세 조치를 받을지 모른다. 현재 미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에 대해 특허침해를 조사 중이다. 심각한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 환율협약이다. 미국은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환율조작을 금지하는 협약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금융시장에는 벌써 제2 플라자협약의 공포가 감돌고 있다. 1985년 미국은 대일무역적자가 누적되자 플라자 협약을 체결하여 엔화를 50%까지 절상했다. 이후 일본경제는 수출산업이 흔들려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그렇다면 한국경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일단 보복관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통상외교정책이 절실하다. 한편 무역전쟁은 위기와 기회라는 양면성을 갖는다.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면 국제교역량이 크게 감소하여 세계경제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교역량의 감소는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의 기회가 된다. 한국경제는 미중 경제와 관련도가 높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양국의 무역전쟁을 이겨내는 경제전략을 펴면 전화위복으로 경제영토를 넓힐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제는 근본적으로 부실산업의 구조개혁을 서두르고 첨단산업을 일으켜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국제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세계경제는 강해야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전쟁터다. 이대로 머물면 경제는 강대국의 먹이희생물로 쓰러진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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