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한잔 하고플 때…
▲ 저녁이 되면 더욱 운치 있는 수연산방. | ||
수연산방은 성북2동사무소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자칫 지나치기 쉬울 정도로 아담한 집이다. 워낙 유명한 사람의 집이니 만큼 보다 큰 집일 거라는 예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대문에 ‘壽硯山房’(수연산방)이라는 편액이 붙어 있는데 10년 전쯤 상허 이태준의 외종손녀가 찻집을 시작하면서 내 건 것이다. 그러나 그 이름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태준이 집을 짓고 난 후 붙인 당호가 바로 수연산방이었다. ‘문인들이 모여 먹으로 글을 쓰는 깊은 산중의 방’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태준은 우리나라 근대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로 특히 단편소설에 있어 큰 자취를 남겼다. 그는 수연산방에서 1933년부터 월북하기 전인 1946년까지 13년 동안 거주했다. 그는 이곳에서 <달밤>, <돌다리>와 같은 대표적 단편에서부터 <황진이>, <왕자호동> 등 장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을 집필했다.
월북했다는 그의 작품이 유폐된 이후, 이 집은 ‘성북동 이태현가옥’으로 불리다가 작품이 해금된 지 꼭 10년 만인 1998년 비로소 지금의 이름으로 정식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서울시로부터 민속자료 제11호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서남향을 바라보게 집이 지어졌고, 조붓한 마당이 집 앞에 있다. 꽃과 나무와 돌들이 어우러진 마당은 비록 손바닥만 하지만 여유롭다. 마당 왼쪽으로 건물을 돌면 역시 아담한 정원이 가꿔져 있다.
수연산방은 두 채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안채가 정면에 있고, 왼쪽으로 부속건물이 있다. 이 부속건물은 안채에 비해 연륜이 턱없이 짧다. 원래 ‘상심루’라고 불리던 건물이 있었는데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해에 불타 버렸다. 지금의 것은 찻집을 시작하면서 지은 것이다.
수연산방은 이제는 제법 알려져서 섬돌 위에 신발들이 항상 여러 켤레 놓여 있다. 어지러이 널렸던 신발들은 주인이 수시로 나와 정리를 한다. 그래서 늘 섬돌 위 신발들은 정갈하다.
건물 외부의 문들은 창호가 아닌 유리를 댄 문이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으로 두어 평 남짓한 작은 건넌방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그보다 조금 큰 안방이 있다. 안방 뒤편에는 뒷방이 있다. 여름이라면 대청마루나 난간에 앉아 차를 마셔도 좋을 테지만 계절이 계절인지라 자연스레 손님들이 방으로 찾아든다.
수연산방은 저녁이 되면 더욱 운치 있다. 방마다 불을 밝힌 불이 은은하다. 그 맛에 취해서일까. 주말에도 일부러 저녁을 이용해 찻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대추, 유자, 국화 등 우리차와 전통떡을 메뉴로 하고 있다.
★길잡이: 한성대입구역 하차 후 6번 출구 도보 15분. 또는 03번 마을버스, 1111, 2112번 버스 이용.
★문의: 수연산방 02-764-1736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