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해? 속은더 진기해~
▲ 장수풍뎅이가 지붕을 기어오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생활유물전시관. | ||
전시관은 전남 함평군 나산면 이문리에 자리하고 있다. 원래는 이문초등학교 운동장이었던 곳이다. 학교가 폐교된 후 황무지처럼 방치됐던 곳에 지난 2007년 5월 전시관이 들어섰다. 두 돌도 채 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역사는 그보다 훨씬 길다.
전시관을 세운 이는 함평 토박이 박현순 씨. 6대째 함평을 지키고 있다. 그는 30여 년 간, 전국을 돌며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져간 물건들을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농기구에서부터 짚신, 깨어진 도자기, 족두리, 베틀 등 종류조차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그렇게 모은 물건들이 1만여 점. 박 씨는 처음에 집 안에 그 물건들을 하나씩 진열하고 보는 것으로 만족하다가, 10여 년 전 비닐하우스 두 동을 지어 본격적으로 전시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허름한 비닐하우스를 벗어나 어엿한 정식 전시관을 갖게 된 것이다.
박 씨의 평생 바람을 담은 전시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전시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은 지상 1~3층이다. 각 층마다 다른 주제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모두 1225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 그것도 그 동안 모은 것들에서 추리고 추린 결과다.
1층은 의식주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관혼상제의 의복들에서부터, 낡은 미투리와 짚신, 나막신 등이 종류별로 나눠져 있다. 사진이나 드라마에서만 봤던 것들을 처음 본 관람객들은 신기해하며 감탄사를 터트리기 바쁘다.
나선식의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는 생업과 관련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농기구와 수렵도구, 어구 등이 이곳에 있다. 1층의 의식주 관련 물건들이야 대개 눈에 익숙한 것들이지만 생업유물들은 생소한 것들이 많다. 작살과 다양한 화살, 허술한 듯하지만 정교히 매듭을 지어 만든 그물 등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것들. 이런 물건들 앞에서는 아이들 앞에서 아는 체하던 부모들도 합죽이가 될 수밖에 없다. 2층에는 또 물레와 얼레 등 길쌈도구와 각종 공예품들도 다수 전시돼 있다.
3층은 의례용구와 전통놀이기구를 전시하고 있다. 전통의 종갓집이나 가야 볼 수 있는 제사용구를 비롯해 나무를 깎아 만든 장기판과 장기알, 해시계, 호롱 등이 3층에 있다. 특히 가지각색의 모양을 한 호롱들은 기름을 붓기만 하면 훤히 불을 밝힐 정도로 심지며 유리램프 등이 잘 관리돼 있다. 30분 정도만 투자하면 이 모든 것들을 둘러볼 수 있다. 생활유물전시관은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함평나들목→23번 국도→함평읍→24번 국도(나산면 방면)→825번 지방도→생활유물전시관. ★문의: 나산생활유물전시관 061-320-
3853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 전시관에 있는 다양한 생활유물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