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금융그룹 모두 관심 보이지만 적극적 의지 안보여…장기전 예상
서울 중구 ING생명 본사 전경. 고성준 기자
현재 ING생명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거론된다. 여기에 최근 하나금융지주도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국내 3대 금융그룹이 모두 인수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이들 대형 금융지주사가 ING생명에 관심을 표명한 이유는 비슷하다. 신한금융의 경우 자산규모 29조 원의 신한생명이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총 자산이 60조 원으로 늘어 NH농협생명(63조 원)에 이어 5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지주 차원에서는 지난해 순이익 3400억 원이었던 ING생명을 인수하면 3900억 원 차이로 KB금융에 내준 리딩금융그룹 위상에 바짝 다가설 수 있다.
KB금융 입장에서는 ING생명을 인수하면 신한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다. 또 KB생명도 자산규모가 9조 원에서 40조 원으로 늘어 업계 17위에서 5위로 급상승할 수 있다. 하나생명 역시 인수할 경우 자산규모 4조 원의 소형 보험사에서 단숨에 총 자산 35조 원의 상위권 생보사로 뛰어오를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봐도 리딩뱅크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은 ING생명 매각이 장기전이 되리라는 예상을 내놓는다. 후보군들이 ‘관심’을 표명한 것은 맞지만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어서다. ING생명 지분 59.1%를 보유한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ING생명은 최근 매각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놨다. 4월 16일 ING생명은 투자자와 증권사 등을 상대로 IR(기업설명회)레터 형식으로 전달하면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매각과 관련해 아직 어떤 딜도 맺지 않았다”며 “ING생명 지분 매각에 대하여 최종 결정을 내린 상황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굳이 끌려다니면서 만족스럽지 않은 가격에 경영권을 팔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인 셈이다.
ING가 매각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주가가 계속 내리막을 걸으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ING생명 매각은 올해 초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신년사에서 생명보험사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여기에 4월 들어 신한금융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주가가 계속 미끄럼틀을 탔다. 2월 초만 해도 6만 원을 훌쩍 넘던 ING생명 주가는 현재 3만 원대로 내려 앉아 있다. 석 달여 만에 주가가 반 토막이 난 셈이다.
매각 과정에서 배당정책 변경 등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악재로 인식된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따라서 매각 과정이 길어질수록 주가는 더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변수는 ‘ING’라는 브랜드 사용 기한이다. ING생명은 올해 말까지만 ING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다. 만약 매각작업이 해를 넘기면 브랜드가치마저 사라지는 셈이다. 브랜드 사용 기한 연장 요청도 가능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매각은 곧 관계 정리를 뜻하기 때문에 약정 기간이 넘어 브랜드 사용을 허락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ING 본사와 자살보험금 지급가능성 고지 여부를 놓고 소송을 벌여 배상금까지 받기로 했다. 브랜드 사용료 조정에 따른 연장을 선뜻 ING 본사가 우호적으로 받아들여줄지 판단하기 어렵다. 합의된다 하더라도 아쉬운 쪽에서 큰 금액을 지불해야 하고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ING생명은 비용 산정을 포함해 새로운 브랜드 및 CI 변경에 대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브랜드 사용이 연장되거나 계약 만료 전에 ING생명이 금융지주에 매각된다면 새로운 브랜드를 자체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럼에도 ING생명이 새로운 상표를 논의하고 있는 것은 ING생명과 MBK파트너스가 기한 연장과 연내 매각이 모두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금융권은 해석하고 있다. ING생명은 2013년 12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네덜란드 ING그룹과 5년간 상표권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ING생명의 이런 상황이 오히려 호재다. 2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몸값을 깎을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ING 브랜드는 어차피 인수 후에는 큰 의미가 없다. 예컨대 신한금융이 인수할 경우 신한생명으로 브랜드를 통합하는 등의 방식으로 ‘ING’라는 이름을 용도폐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권은 ING생명의 몸값이 너무 높다고 지적한다. MBK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2조 원 안팎.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2조 5000억 원가량의 인수대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1조 원을 넘어가면 부담스러운 가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DB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ING생명을 1조 원 내외에서 인수하지 않는다면 신한금융에 부정적”이라고 언급했다.
1조 원이라는 금액은 MBK가 본전도 못 건지는 수준이다. MBK는 2013년 ING생명 지분을 1조 8000억 원에 인수했다. 인수 후보들 역시 높은 가격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다. 후보로 거론된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2조 원대의 가격을 지불할 계획은 없다”며 “시간을 두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