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두 감독 “마라톤의 황제 케네니사 베겔레와 유사한 자세”
- 대구남구육상연맹, 이달 안으로 지역 협회 등록 예정
[대구=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내가 저 아이 때문에 힘들어도 포기 안하고 끝까지 뛴다. 저렇게 조그마한 애가 얼마나 잘 달리는 지 아무리 따라가도 못 이기겠더라.”
‘HWPL 전쟁종식과 세계평화를 응원합니다’ 몸에 바디페인팅을 한 채 달리고 있는 남구육상연맹 소속 김성군 군과 노수아씨. 한 시민이 김 군의 뛰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뛰면은 숨차고 힘들어요. 그런데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하면) 메달 주니까 갖고 싶어서...지금은 메달보다 트로피가 더 좋아서 트로피 받아요.”
전국 마라톤대회에서 딴 메달과 트로피를 들어 보이는 김 군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김 군이 처음 마라톤 대회를 접한 것은 지난해 10월. 군위에서 열린 삼국유사마라톤 대회에서 10km를 1시간 13분 25초 만에 완주하면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첫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때는 몇 번은 걸으면서 체력을 회복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김 군은 지금껏 단 한번도 대회에서 걸은 적이 없다. 덕분에 김 군은 현재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총 15개의 마라톤에 참가해 최연소 10km 입상으로 12개의 메달과 5개의 트로피를 끌어안았다.
최정두(55) 감독은 김 군을 마라톤 신동이라고 평가했다. “선천적인 소질이 보인다. 마라톤의 황제 케네니사 베겔레처럼 뒷다리가 엉덩이 끝까지 닿게끔 뛰고 무게 중심의 이동도 매우 안정적이다. 이런 자세는 훈련을 해도 쉽지 않은 부분인데 성군이는 처음부터 이러한 자세가 가능했다”면서 “어린아이답지 않게 승부 근성도 매우 강해서 비가 쏟아지는 대회에서도 10km 완주해내고 회를 거듭할수록 기록도 경신하고 있다. 현재 김 군은 전국 마라톤 대회 10km 코스를 1시간 이내에 주파하는 마라톤 신동”이라고 밝혔다.
훈련에 임하는 김성군. 마라톤의 황제 케네니사 베겔레처럼 뒷다리가 엉덩이 끝까지 닿는다. 무게 중심의 이동도 매우 안정적이다.
이러한 김 군을 위해 최 감독은 물론 고영미(36) 코치도 페이스메이커로 함께 뛴다. 고 코치는 “동기부여를 위해 감독님이 성군이와 늘 아이스크림 내기를 한다. 아직까지 한번도 성군이가 진 적이 없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마라톤 반환점에서 으레 선수들이 마주 오는 시민들을 향해 화이팅을 외쳐주는 게 관례인데 시민들 입장에서는 허리춤에도 안 오는 어린애가 응원해줘서 더 힘이 난다고 한다. 덕분에 성군이가 마라톤대회에 분위기메이커로 인기가 높다”고 했다.
이미 김 군은 마라톤계에서 전국적인 유명 인사다. 전국 마라톤대회에 늘 참가한다는 한 시민(60·서울)은 “조그마한 애가 어찌나 잘 달리는지 성군이 한 명 덕분에 동기부여가 많이 된다. 성군이의 풍선(마라톤 대회 시 목표 기록을 표시한 풍선을 선수들에게 달게 한다)만 보고 달리면 10km를 1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다. 장래 우리나라 국가 대표 리틀 이봉주”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서울 잠실 청소년 광장에서 열린 ‘행복한가게·(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전 국민 평화 마라톤축제’에서 남구육상연맹 선수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성군이가 마라톤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사실 이모 덕분이다. 이모 겸 코치인 고영미 씨는 “지난해 8월달 충청도 영동마라톤대회에 이모가 뛴다고 응원차 왔던 게 시작이었다. 당시 곁에서 2km나 같이 뛰면서 나를 응원해 줬는데 그때 감독님의 눈에 띄어 하게 됐다”며 회상했다. 이어 “그저 건강하게 잘 커 주면 좋겠다. 분명 슬럼프가 올 것이다. 아직 어린아이니 좋아하는 일을 찾게 도와줘서 잘 하게끔 받쳐주는 역할만 해주고 싶다. 마라톤을 하면서 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겠다는 ‘이긴자’의 정신이라면 아마 무엇을 하더라도 잘 할 것이라 본다”고 했다.
이제 김 군에게 대회에서 상 받는 건 익숙한 일이다. 최연소 완주상이 김 군에게 수여될때마다 마라톤 참가자들은 박수갈채를 보내며 장래 마라톤 국가대표라며 응원한다. 아예 김 군만을 위해 최연소 트로피를 제작하고 성군이를 초청하는 대회도 있다. 마라톤 대회의 분위기메이커로 예우한다는 것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 마라톤 신동 김성군(4)군이 올해 1월1일 대전알몸마라톤 대회에서 겨울 풍광을 만끽하고 있다.
최 감독은 “모두가 하나 되어 초심과 뒷심, 끝심을 잊지 않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환경에 굴하지 않고 매 순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다이나믹 남구육상연맹이 되겠다. 그리고 올해 무술년과 내년 기해년까지 ‘완성된 마라토너’를 육성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