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최근까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다음으로 부동산 경기가 활황세를 보인 곳이다. 지금도 해운대 등 일부 주거 선호지역을 중심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여전히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흐름에 편승해 부산지역 건설업체들도 그동안 호황을 누려왔다.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성장세를 거듭한 기업도 생겨났다. 하지만 빛이 강한 만큼 그늘도 짙었다. 일부 건설업체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윤리는 온데간데없이 오로지 이익에만 눈이 먼 행태를 보여 시민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탈법 의혹 위에 세워지는 마천루, 삼한 골든뷰 센트럴파크
삼한종합건설이 시공 중인 골든뷰 센트럴파크 현장 모습.
삼한종합건설이 시공 중인 ‘골든뷰 센트럴파크’는 최고 58층으로 현재 부산에서 건설 중인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가운데 네 번째로 높다. 평당 1231만 원으로 분양한 결과, 1순위 청약에 총 5만 3699명이 몰려 경쟁률 93.4:1을 기록하며 대박을 쳤다. 총 세대수는 1272개다.
현재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인 해당 아파트는 두 가지 관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먼저 아파트 공사 부지에 편입된 도로가 논란거리다. 특히 부산진구가 사전 고지도 없이 해당 도로를 용도 폐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관청이 아무런 주민여론 수렴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도로를 없앤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됐다.
도로가 사라지면서 당장 주민 불편이 초래됐다. 공사장 북쪽 주변 주민들이 현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무려 2.5㎞를 우회해 마을로 진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도로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낮 시간대는 15분가량, 교통체증이 심각한 퇴근 시간에는 20분이 넘는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이 아파트 부지를 가로지르는 전포천이 용도변경이 되지 않고 여전히 하천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하천에는 모든 건축 행위가 제한된다. 인허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적법한 절차도 없이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 의아한 것은 관련 사실을 대하는 부산진구청의 태도다. 부산진구청은 아파트를 우회하도록 하천 물길을 변경하는 조건으로 사업승인을 먼저 내줬다. 폐천고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데도 구청은 ‘의제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건설사의 편의를 봐줬다.
# 잇단 침수로 부실시공 의혹에 직면한 아이에스동서 ‘더 더블유’
아이에스동서가 시공한 ‘더 더블유’ 아파트 전경.
아이에스동서가 시행과 시공을 맡은 ‘더 더블유’는 부산 남구지역을 대표하는 초고층아파트다. 1488세대 규모이며, 최고 69층, 247m 높이의 아파트 총 4개동과 W스퀘어로 이뤄졌다. 2013년에 착공해 올해 3월에 준공됐으며, 4월 10일부터 입주에 들어갔다.
이 아파트는 4월 들어 입주가 시작되자마자 심한 물난리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입주 개시와 동시에 지하 5층 ‘슬러리 월’과 지하주차장 벽면 사이의 공간에 물이 차는 현상이 발견됐다. 수위는 성인 발목 이상 높이에 달해 양수기를 동원할 정도이며, 최대 수위가 30㎝에 이를 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가운데 지난 18일에는 상가 3층에 조성된 수영장 내부의 물이 밖으로 넘쳐 지하 1층까지 누수 피해가 일어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상가 3층 수영장에서 흘러나온 물은 상가 2층과 1층을 거쳐 지하 1층까지 곳곳으로 흘러들어갔다. 당시 아이에스동서 측은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등 현장 직원들의 개인 휴대전화 사용까지 통제하며 내부 상황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았지만, 유튜브 등 SNS를 통해 퍼지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없이 확대됐다.
잇단 물난리를 겪자 입주민과 시민들이 아이에스동서를 바라보는 시각이 싸늘해졌다. 일각에서는 바다와 맞붙은 지하구간을 파는 과정에서 방수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기술력 부족에 대한 우려와 함께 부실시공 의혹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아이에스동서 측은 입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최근 대한토목학회에 해당 건물에 대한 안전 진단을 의뢰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