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쳐지는 기암괴석 이곳이 선계로다
▲ 용봉산 대왕봉 부근의 기암괴석을 오르는 등산객. | ||
<여행안내>
▲길잡이: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29번국도→홍성읍→덕산온천 방면 609번지방도→용봉산.
▲먹거리: 용봉산 아래 돌산가든(041-634-8500) 식당이 있다. 12가지 잡곡 넣은 영양돌솥밥과 한우생갈비가 일품이다. 용봉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남당항 쪽으로 가면 싱싱한 해물을 맛볼 수 있다. 전어와 대하가 제철이다.
▲잠자리: 용봉산 들머리에 자연휴양림(041-630-1785)이 있다. 이곳에 산림휴양관과 숲속의 집 등 숙박시설이 충분하다. 4인실, 6인실, 10인실이 있고 가격은 3만5천원~10만5천원.
▲문의: 홍성군청 문화관광포털(http://tour.hongseong.go.kr) 문화관광과 041-630-1221.
▲ 용봉사 ‘영산회괘불탱’은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탱화로 보물로 지정됐다 . | ||
용봉산은 홍성군 홍북면 상하리에 자리한 키작은 산이다. 그 높이가 겨우 381m에 지나지 않는다. 홍성읍에서 609번지방도를 타고 덕산 방면으로 올라가다보면 좌측에 용봉산이 보이는데, 높이에 비해 만만찮은 기세를 풍긴다. 용봉산은 전체가 돌로 이루어진 산이다. 게다가 기암괴석들이 여기저기 뾰족뾰족 솟아 있다. 그 생김과 밀도가 예사 아니다. 마치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듯한 모습이다.
용봉산 등산로는 크게 두 가지다. 원점회귀코스와 종주코스다. 전자는 매표소에서 출발해 용봉사→병풍바위→용바위→악귀봉→노적봉→정상→최영장군 활터→청소년수련원 하산이다. 후자는 정상에서 활터 쪽으로 틀지 않고 투석봉과 미륵암을 거쳐 용봉초등학교로 내려온다. 각각의 코스는 약 4km 3시간이면 충분하다.
매표소 앞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앞으로 쭉 뻗은 길은 용봉사로 오르는 포장로. 오른쪽으로는 능선을 따라 가는 등산로가 있다. 사실 용봉사까지는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능선을 따라 간다면 병풍바위 쪽으로 직진하다가 용봉사로 잠시 내려서고, 포장로를 택한다면 용봉사에 들렀다가 병풍바위 쪽으로 올라서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게 된다.
용봉사는 예산군 덕산면에 있는 수덕사의 말사로 백제 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 깊은 절이다. 돌축대 위에 절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대웅전과 용화보전, 산신각, 적묵당 등의 건물이 있다. 절 건물들은 오래지 않은 것들이다. 원래 지금 자리의 북서쪽에 절이 있었는데, 풍양 조씨 가문에서 1905년경 묘를 쓰겠다는 바람에 절을 옮기면서 중건했다. 1980년경에는 기존의 초가법당을 기와 기붕 건물로 중수했고 1982년 대웅전도 새로 지었다. 대웅전 뒤로 병풍바위가 올려다보이는데 아주 장관이다. 절 건물이야 딱히 볼 것 없지만 영산회괘불탱과 신경리마애불, 용봉사마애불, 용봉사부도 등의 문화재들이 볼 만하다. 특히 영산회괘불탱과 신경리마애불은 보물로 지정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니 빼먹지 말고 찾아보자. 정면에서 대웅전을 바라볼 때 좌측 아래에 용화보전이 있는데, 이곳 내부에 보물 제1262호 영산회괘불탱이 걸려 있다. 조선 숙종 16년(1690) 5월 그려진 이 그림은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탱화 중 하나로 꼽힌다. 용봉사에서는 매년 4월 초파일에 이 탱화를 대웅전 앞 석축에 걸어 놓고 의식을 봉행한다. 보물 제355호 신경리마애불은 용화보전 뒤편으로 난 산길을 따라 약 200m 올라가면 나온다. 자연암석의 앞면을 파서 감실을 만들고 불상을 조각했다. 얼굴부분의 묘사가 무척 정교하며 선이 곱다.
▲ 용봉산 대왕봉 부근의 기암괴석. | ||
병풍바위에서 잠깐 숨을 고르고 길을 간다. 그닥 부침이 없는 등산로다. 잠시 내려섰다가 비탈을 오르는데, 어렵지 않다. 전망대와 용바위를 지나 악귀봉으로 향한다. 바위들이 이리저리 튀어나온 모습을 보니 그 생김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악귀봉까지는 약 700m. 그리 멀지 않다. 악귀봉 가까워지면서 길이 험해지고 바위 위로 오르는 철계단이 설치돼 있다. 다소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걱정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악귀봉에 이르자 정면으로 서해바다가 조망된다. 왼쪽으로는 노적봉과 용봉산 정상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노적봉은 크게 내려섰다가 사다리를 비스듬히 세워놓은 듯 아찔한 철계단을 올라간다. 계단은 지그재그로 비틀거리며 노적봉까지 놓여 있다. 오를 때보다 내려설 때 더욱 긴장이 되고 발걸음을 내딛기가 무서운 계단이다. 노적봉에서는 사자바위구간 암릉을 지나 곧 정상으로 이어진다. 어려운 길이 아니다. 약 10분쯤 조심조심 가자 381m 정상. 땀 한 번 크게 흘린 적 없지만, 대단한 산에 올랐다는 착각이 드는 것은 이곳에서 조망되는 용봉산의 환상적인 풍모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다들 유순한 능선의 봉산들뿐인데 어떻게 이 산만 이리 유별한 모습을 띨 수 있었을까.
바쁘지 않다면 해거름의 시간을 이곳 정상에서 함께해도 좋다. 올망졸망 떠 있는 섬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거름이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정상에서 최영장군 활터를 지나 청소년수련원 방면으로 내려오는 길이 30분이면 하산할 수 있을 만큼 짧기는 하지만 암릉길이므로 헤드랜턴 또는 손전등을 준비한 경우에 국한하거나 반드시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를 두고 내려와야 한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