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부인하며 재판 지연시켜”
검찰에 따르면 24일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손승범)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남 모 병원 의사 A 씨(43·남) 에게 징역 4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피고인은 의사라는 지위에 있으면서 마약류 접근이 수월한 점을 이용해 개인 목적을 위해서 여성들에게 마약을 제공했다”며 “법정에서 증인들이 피고인과 관련한 진술을 하고 있는데도 혐의를 부인하면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 씨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유흥업소 실장) 관련 범행은 경찰이 배우 이 씨나 가수 지드래곤 등과 관련한 무리한 수사로 여론의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처벌을 경감 받으려는 실장의 진술만을 근거로 무리하게 수사해 기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장은 총 5차례 마약 범행에 대해 진술했지만 검찰 역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이 중 2건은 기소하지 않았다”며 “실장은 다른 마약 공급책이 있는 게 확실한데도 A 씨와 관련해서만 진술하고 있어 이를 믿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미국 영주권이 있는데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일반 사병으로 복무했고 우수한 성적에도 외과 전공을 선택하는 등 사회 구성원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생활했다”며 “의학 발전과 환자를 위해 헌신하고 기부활동을 하는 등 사회 공헌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정장 차림으로 재판장에 선 A 씨는 “재판부가 보석신청을 인용해준 덕분에 정신과 치료와 마약 재활 치료 프로그램을 수강하면서 가족과 함께 재판을 준비할 수 있어 감사했다”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온 인생이었지만 제 어리석은 판단으로 마약을 접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됐다”며 울먹였다.
그는 “병원은 폐업했고 집도 잃어 부모님의 도움으로 살고 있으며 의사 면허도 취소될 예정”이라며 “43년을 살면서 쌓은 모든 명예를 상실하게 됐고 가족은 풍비박산이 났고 일흔이 넘은 부모님은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미래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외과의사로서 삶을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A 씨는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시 강남구 병원 등지에서 유흥업소 실장 B 씨(30‧여)에게 3차례 필로폰과 케타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 씨는 또 2021년 1월 17일 서울시 성동구 아파트에서 지인과 함께 대마초를 피우고 같은 해 6월에는 병원 인근에서 지인을 통해 액상 대마 100만 원어치를 산 혐의도 받는다.
한편 B 씨는 배우 이 씨를 협박해 금품을 뜯은 혐의와 3차례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