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102건 중 48건 47.1%, 2심 98건 중 47건 48%…또 다른 전주 손 씨 유죄에 검찰 “일률적 판단 어려워”
항소심 판결문을 분석해본 결과 유죄로 인정된 통정·가장거래 중 김건희 여사 명의 증권계좌에서 이뤄진 거래가 1심에 비해 1건 줄었지만, 전체 유죄 인정 통정거래 내 비중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월 12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 안승훈 심승우)에서 권오수 전 회장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피고인들의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 대부분의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관한 시세조종 행위를 인정하며 원심 판결과 기본적으로 결론을 같이 했다. 주가조작 기간을 1차 작전과 2차 작전으로 나눠 2010년 10월 20일 이전 범행은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며 면소 판단했다.
다만 1심 재판부가 시세조종에 동원됐다 판단한 계좌 중 일부는 동원된 것이 아니라고 제외했고, 반대로 1심이 시세조종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본 계좌 중 일부를 추가하기도 했다.
항소심은 1심이 유죄로 판단한 통정·가장매매 102건 중 5건은 시세조종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대로 1심이 배척한 거래 중 1건을 통정·가장거래라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이 유죄로 판단한 전체 통정·가장거래는 총 98건이다.
그런데 이번에 통정거래에서 제외된 매매 중 1건이 김건희 여사 명의의 증권계좌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김 여사 계좌에서 2010년 10월 28일 도이치모터스 주식 10만 주 매도 주문이 나갔는데, 이 중 일부인 1만 5000주를 김 아무개 씨 계좌에서 사들였다.
김 씨는 2차 작전 세력으로 기소된 증권사 직원 A 씨 고객이었다.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금액이 39억 원으로 주식 최다 매수자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지만, 1심과 2심 모두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김 여사 거래도 항소심에서 통정거래라 보기 어렵다 배척당한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전체 통정거래 102건 중 48건이 김 여사 계좌에서 이뤄져 47.1% 비율을 보였다. 그런데 항소심에서는 98건 중 김 여사 계좌의 거래가 47건이라, 오히려 48.0%로 비중이 높아졌다.
또한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김건희 여사가 87번, 모친 최은순 씨가 33번 등장했다. 앞서 1심 판결문에서는 김 여사와 최 씨가 각각 37번과 27번 판시된 바 있다. 김 여사의 경우 2배 이상 언급 횟수가 늘어난 셈이다.
뿐만 아니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또 다른 ‘전주’ 손 아무개 씨는 방조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손 씨의 1심 무죄 선고를 김 여사의 결백 근거로 거론해왔다. 대통령실의 논리가 무너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관련 김 여사의 기소 필요성 목소리가 점차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20일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김 여사를 비공개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손 씨 유죄 판결 직후 “손 씨 사례와 김 여사 사례는 각각 사실관계가 달라 단순하게 비교하거나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동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