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안개 걷히면 웅장한 적벽이 ‘짠’
▲ 동복호 건너에 화순적벽 중 가장 웅장한 노루목적벽이 보인다. | ||
<여행안내>
▲길잡이: 호남고속도로 옥과IC→15번 국도→안성리에서 저수지 방면 우측 방면→군부대 지나 옹성산 주차장
▲먹거리: 화순읍 계소리에 벽오동보리밥집(061-371-9289)을 추천한다. 돼지수육과 생선구이, 버섯, 도토리묵, 구수한 된장국, 각종 나물무침 등 푸짐한 벽오동보리밥정식이 6000원. 도곡온천이 있는 도곡면 원화리에는 달맞이흑두부(061-375-8465)가 있다. 검은콩을 이용한 두부 전문요리점으로 검은콩청국장과 흑두부보쌈, 흑두부전골 등이 유명하다.
▲잠자리: 옹성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복면 가수리에 토원민박(061-371-1555)이 있다. 노루목적벽을 보기 위해 이서면 쪽으로 가면 안심리에 산적소굴(061-371-5191)이라는 민박집이 있다. 옹성산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 정도 떨어진 화순읍에는 그린파크여관(061-374-6677), 꿈의궁전(061-374-0667) 등이 있다.
▲문의: 화순군청 문화관광과 061-379-3027
옹성산은 화순군 동복면과 북면 등에 걸쳐 있는 572m의 야트막한 산이다. 산행기점은 보통 옹암 바로 아래 자리한 제1주차장과 제2주차장으로 삼는다. 참나무류가 많아 낙엽이 풍성한 옹성산은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지금이 산행에 가장 좋을 시기다. 게다가 요즘엔 운해가 자주 낀다. 동복호라는 커다란 호수를 등지고 있는 탓에 그곳에서 발생한 물안개가 구름이 되어 옹성산 주변을 덮는다. 운해는 보통 아침 9시 넘게까지 지속되는데, 햇빛이 서서히 대기를 달구기 시작하면 언제 그런 구름을 깔아놓았냐는 듯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사실, 이른 아침 옹성산으로 가면 그런 운해가 머리 위에 우산처럼 펼쳐져 있는 줄 알지 못 한다. 다만 지독한 안개가 끼었거니 생각할 뿐이다.
▲ 옹성산 정상 바로 아래 할머니집.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구순의 할머니가 거주했으나 지금은 폐가가 되었다. | ||
저수지쯤 오면 옹성산의 옹암이 왼쪽 편에 보여야 정상이다. 하지만 안개 때문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저수지 바로 앞 제1주차장을 거쳐 제2주차장 쪽으로 가자 비로소 옹암이 언뜻 보인다. 그것도 안개가 아주 잠시 장력을 풀어헤쳤을 때뿐이다. 해는 이미 앞산의 머리를 타고 올 라왔는지 옹암 부분을 밝게 비춘다. 하나의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옹암이 누렇게 빛나며 매끈한 자태를 뽐내는데 그 모습이 종지그릇을 엎어놓은 것 같다.
제1주차장이나 제2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할 경우 옹암을 제일 먼저 밟는 것이 대강의 순서다. 제2주차장에서 출발할 경우에는 옹성산성 방향으로 길을 잡기도 한다. 그러나 일단, 안개와 햇빛 속에서 오묘한 모습을 선보이는 옹암 쪽으로 길을 잡는다. 멀진 않지만 가파른 길이 옹암까지 이어진다. 길은 보드랍고 낙엽이 폭신하다. 그렇게 20분쯤 천천히 오르면 옹암삼거리에 이른다. 왼쪽 길은 옹암, 오른쪽은 옹성산 정상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옹암까지는 약 500m, 정상까지는 2.4㎞다.
옹암바위로 오르는데 점점 시야가 맑아진다. 안개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 밑을 보니 안개들이 뭉치고 또 뭉쳐 구름을 이루고 있다. 서 있는 곳의 높이가 해발 400m도 채 되지 않을 텐데, 구름이 발 아래 있는 것이다. 옹암 머리에 오르자 구름은 좌우 앞뒤 할 것 없이 사방에 두껍게 퍼져 있다. 높은 산의 봉우리들만 구름을 뚫고 머리를 내밀 뿐이다.
꽤 많은 시간을 옹암에서 지체하고 정상으로 향한다. 걸음이 한결 편하다. 옹암까지 오르던 경사보다 덜 하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다시 갈래 길을 만난다. 옹성삼거리다. 옹성산성으로 향하는 오른쪽 길과 정상으로 향하는 왼쪽 길로 나뉜다. 산성까지는 700m, 정상까지는 약 800m의 거리다.
정상을 거쳐 능선을 따라 옹성산성을 둘러보고 하산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내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 길로 5분쯤 오르자 불에 탄 집이 하나 나온다. 5~6년 전만 해도 90세 넘은 할머니가 살던 집이다. 그러나 그 할머니가 사망한 후 불에 탄 모습으로 방치된 채 남아 있다. 그 집의 사연이야 어떻든 예전과 다름없이 뒤편 감나무에는 빨간 홍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오른쪽의 은행나무에는 노란 단풍이 찬란하다.
폐가를 뒤로 하고 정상으로 오른다. 쌍문바위와 백련암을 지나자 다시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은 정상으로 곧장 가는 길, 왼쪽은 돌아가는 길이다. 질러서 가면 400m, 돌아가면 1500m 거리다. 바쁠 것 없는 걸음, 천천히 등성이를 빙 둘러 가는 길을 택한다. 산길은 좁고 또한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흔적은 남아 있어서 따라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 옹성산 주변은 가을이면 운해가 끼는 날이 많다. | ||
현재 화순적벽은 물염적벽과 창랑적벽의 경우 일반인의 접근이 가능하나 옹성산의 남쪽 단면인 노루목적벽과 보산적벽은 원칙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물염적벽과 창랑적벽은 가까이 있다. 물염적벽은 창랑리 물염정에서 볼 수 있고, 창랑적벽은 따로 뷰포인트가 없지만 길가에서 편히 조망된다. 노루목적벽을 보려면 망향정으로 가야만 하고, 보산적벽의 경우 배를 띄워야 한다.
옹성산 정상에 서면 동복호의 전경이 눈에 잡히는데, 정면에 볼록 튀어나온 지형이 있고 그곳에 정자 하나가 들어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망향정이다. 동복댐이 건설되면서 수몰된 마을 주민들이 향수를 달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지은 정자다. 이곳이 노루목적벽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노루목적벽은 4개의 화순적벽 가운데 가장 크고 웅장하다. 길이 100m가 훨씬 넘고 수면 위로 내민 절벽의 높이도 50m를 훌쩍 넘긴다. 댐이 건설되기 전에는 높이 100m의 절벽이었다. 보산적벽은 이곳에서 동쪽으로 약 600m 떨어진 곳에 있다. 이 두 적벽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까닭에 수몰민을 제외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다. 그러나 화순군청에 미리 문의를 하고 방문신청을 하면 편의를 봐준다.
한편, 옹성산 정상부터는 산성 쪽으로 편안한 능선이 이어진다. 산성까지는 약 1.6㎞. 조릿대(벼과 식물 이름)가 무성한 길을 지나 10분쯤 더 걸어가면 고려시대 왜구를 막기 위해 쌓은 산성이 보인다. 철옹산성이라고도 불리는 석축성이다. 전체 둘레 5400m 중 극히 일부분만 남아 있다. 철옹산성을 지나면서부터는 곧 급격한 내리막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 길을 다 지나면 상쾌한 공기를 내뿜는 소나무숲이 300m쯤 이어지고 드디어 산행이 마무리된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