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인턴 서울 시장 레이스 ‘’양보는 없다‘’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의원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장관. | ||
새해에 차기 대선후보군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독주 체제가 계속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지방선거와 전당대회를 치르는 동안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관심사다. 여기에 한명숙 전 총리의 검찰 수사 파장이 친노계와 민주당에게 미칠 영향력도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정치전문가들은 “2010년을 넘기면 본격적으로 차기 대선후보군이 가시화될 것이다. 2010년 정가에서 벌어질 권력 구도 재편이 차기 대선가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경인년 새해 정국에서 눈여겨볼 관전 포인트를 미리 짚어본다.
새해엔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7월로 예정돼 있으나 지난해부터 두 당 공히 ‘조기전대론’이 줄기차게 제기돼온 상황. 현실적으로 조기전대 개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그에 앞서 6월 지방선거의 성패를 염려하고 있는 각 당이 정국 수습이나 국면 전환을 위해 조기전대를 개최할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전문가들은 전당대회 이후의 권력 재편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망한다. 한나라당에서는 현재의 정몽준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과 한계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몽준 대표로서는 지난 한 해 동안 치러진 두 번의 재·보궐 선거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고 세종시 문제 대응에 있어서도 정운찬 총리에게 밀린 양상이다. 당대표로서의 위상과 존재감을 구축하는 데 모자란 점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친이계 내에서도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친이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 측도 전당대회를 통해 차기 대선구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정치·사회팀장은 “당내의 중립적 인사들도 2010년 전당대회를 계기로 친이냐, 친박이냐의 갈림길에서 확실한 선택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이때까지 친이계의 마땅한 후보가 없다면 중립적 성향의 인사들 중 상당수가 유력한 쪽인 친박계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며 “박 전 대표로서는 친박계 후보나 친이 색채가 짙지 않은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홍준표 의원, 김형오 국회의장 등의 당대표 출마설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전당대회 혹은 7월 서울 은평 을 재보선을 통해 여의도로 컴백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 친박계가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전당대회를 통해 정세균 대표 체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세균 대표 체제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현실적 대안론이 없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 일각에서는 ‘조기전대를 통해 지방선거에서 승부수를 던지자’는 강경한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현재 이강래 원내대표와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 추미애 의원 등의 당대표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팀장은 “강력한 구심점이 없는 민주당은 지방선거까지 계속해서 갑론을박을 벌이며 혼란의 시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라면 민주당은 호남지역에 국한된 ‘지역정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더구나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호남민심도 민주당에게서 멀어지는 양상이다. 민주당뿐 아니라 분열된 야권을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의원의 복귀 문제도 전당대회와 지방선거를 거치며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는 여야 잠룡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각 시도지사와 서울시장 등 주요 선거지역의 후보군에 일부 차기 대권주자군이 포함되어 있는 데다 각 지역 선거 결과에 따라 자기세력을 만들어야 하는 대선주자들의 이해득실도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잠룡으로 분류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의 경우 재선 도전 쪽으로 심중을 굳히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의 여론조사로는 ‘현직 프리미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양상이지만 선거가 임박하면서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대권가도의 ‘중간 정류장’으로 평가받는 서울시장의 경우 여권에선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등이 출마를 공식화하고 본격적으로 ‘오세훈 때리기’에 나선 상황이어서 오 시장의 재선 가도는 수월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선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수사의 파장이 친노계의 세력을 약화시킬지, 아니면 친노 지지층을 더욱 결집시킬지가 관건이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한명숙 전 총리가 검찰 수사 여파를 이겨내고 서울시장에 출마해 승리한다면 그 여파는 생각보다 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근본적인 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한 전 총리 수사와 정세균 대표의 연루 의혹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방선거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선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가 물밑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팀장은 “(박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적극적 태도는 보이지 않겠지만 지방선거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친박 세력 구축을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명분이 있는 소극적 지원을 통해서라도 친박 후보의 당선을 도울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가를 달구는 세종시 문제는 6월 지방선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변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1월 초 수정안이 발표되더라도 세종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결국 지방선거까지 논란이 가중되면서 출렁였던 충청권 민심과 전국의 찬반 여론이 ‘표심’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세종시 문제의 처리과정은 이 사안에서 전면에 나섰던 정운찬 총리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자유선진당과 이회창 총재가 차기를 모색할 수 있느냐의 여부도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동안 4대강 사업은 물밑에서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팀장은 “세종시 문제는 충청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논란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반면 4대강은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지역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문제다. 호남지역에서도 찬성하는 여론이 있다. 가열된 세종시 문제로 인해 4대강 문제는 세간의 관심을 다소 피해가며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 처리 과정에서 내상을 입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세종시 수정 법안에 대한 국회 표결이 이뤄질 경우 ‘원안+알파’를 고수하는 친박세력, 특히 박 전 대표가 떠안게 될 부담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만약 수정 법안이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대로 통과될 경우 줄곧 수정안에 날을 세워온 박 전 대표는 당내 영향력이 줄어들며 소수계파의 맹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 반대로 ‘친박의 힘’ 덕분에 수정 법안이 좌절될 경우엔 여권 주류가 꺼내들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 연말 정가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또한 박 전 대표 주변에서도 탈당을 권유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박 전 대표 주변에는 박 전 대표가 친박 세력을 ‘지키는 데’ 소극적이라는 불만도 적지 않다. 이러한 인사들 중에는 탈당해서 아예 외곽지역에서 세를 구축하자는 내용으로 탈당시나리오 보고서를 올리기도 했다l 박 전 대표에게 직접 탈당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치 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표 지지층의 상당부분은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이기 때문에’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팀장은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합쳐졌을 때 위력이 극대화된다. 자의에 의한 탈당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표는 내년에도 전면에 나서는 대신 후미에서 향후를 도모하는 현재의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전면에 나서기엔 아직 이르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 배 팀장은 “정가에는 ‘창끝이 본인에게 향하게 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앞으로 나서면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가 되면 서서히 차기 대권주자군이 가시화될 것이다. 박 전 대표도 그 무렵 본격적으로 움직여도 늦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당대회가 지나고 하반기에 접어들면 상황은 사뭇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유권자층이 고령화로 점점 보수화되고 있고 지난 10년간의 진보정권에 대한 불만도 작용해 차기 대선구도는 한나라당에게 유리한 국면이다. 친이계로서는 박 전 대표의 대항마를 키우는 전략 대신 박 전 대표를 ‘끌어내리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