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점 차이로 우리은행 103년 독점 깨져…신한은행,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내준 것 설욕
서울시 중구 신한은행 본점. 박정훈 기자
서울시는 지난 3일 서울시금고 우선지정 대상기관 제1금고에 신한은행을, 제2금고에 우리은행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정 직전까지 은행권에서는 “(서울시가) 오랜 기간 운영해오며 인프라를 구축한 우리은행에 제1금고를 맡기고, 제2금고는 다른 은행에 맡길 것”이라고 예상한 만큼 제1금고를 따내지 못한 우리은행의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단수금고를 운영해온 서울시는 시중은행들의 주장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복수금고를 도입했다. 그러나 1금고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약 32조 원 규모를 관리하고, 2금고는 2조 원 규모의 기금관리를 한다. 실질적인 주거래 금고는 1금고이고, 2금고는 부금고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서울시는 두 금고에 대해 각각 입찰 제안서를 받고, 평가 또한 별개로 진행했다. 서울시금고 단수금고를 독점 운영해오던 우리은행의 입장에서는 ‘탈락’했다는 표현이 과언이 아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서울시금고 선정 기관 발표 다음날인 지난 4일 간부회의에서 “우리의 기관영업 역량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금고 유휴 조직과 인력을 활용해 다른 기관영업 유치에 주력하겠다는 것. 우리은행 관계자는 손 행장의 발언에 대해 “서울시금고를 오랜 기간 관리하면서 축적된 노하우와 숙련된 조직, 인력을 다른 기관영업에 활용함으로써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란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전했다.
두 은행의 승부는 단 1점 차이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은행은 신용도를 포함한 재무지표 등 공시자료로 평가받는 정량평가에서, 우리은행은 시금고 전산시스템 운영 계획 등을 평가하는 정성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일부에서는 지난 3월 초 불거진 우리은행의 고지서 오발송 문제가 이번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한다. 시금고 평가항목 중 ‘금고업무 관리능력’에 ‘전산시스템 보안관리 등 전산처리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금고를 새로 맡은 신한은행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된 반면 잇단 악재에 이어 서울시금고지기 자리를 내준 우리은행은 침통한 분위기에 싸여 있다. 더욱이 올해 추진하려던 지주사 전환 작업마저 불투명해졌다. 손태승 행장이 올 초 신년사를 통해 “2018년은 지주사 전환의 최적기”라고 강조한 데다 지난 3월 23일 주주총회에서도 목표달성을 위한 과제로 지주사 전환을 꼽으며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현재로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장 교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등 금융권 안팎의 현안이 많은 만큼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문제가 나올 시기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출연금이 당락 갈랐나…신한 3000억대 ‘출혈경쟁’ 우려도 신한은행의 서울시금고 선정과 관련, 금융권 일부에서는 신한은행이 무리한 액수의 출연금을 제시했다는 뒷말이 나온다. 이번 서울시금고 제1금고 선정에서 신한은행은 3000억 원 초반의 출연금을, 우리은행은 1000억 원의 출연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의 이번 출연금은 직전 선정 때 우리은행이 제시한 출연금 1400억 원을 훨씬 웃돈다. 우리은행이 직전 선정 때 제시한 출연금보다 적은 액수를 제시한 이유는 복수금고에 있다. 지난 선정 때까지 단수금고를 운영해오던 서울시가 복수금고를 도입하면서 각각 입찰을 따로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이번 입찰에서 제1금고에 1000억 원, 제2금고에 1100억 원, 모두 2100억 원가량의 출연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금고와 2금고로 나뉜 만큼 각 금고 입찰에 출연금을 제시했으며, 제1금고에는 단일금고를 운영하던 지난 계약기간보다 더 적은 금액을 제안했다“며 ”두 금고 모두 선정될 가능성도 있었기에 2금고에 더 많은 출연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서울시금고 선정의 경우 출연금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다는 말이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시에서 진행하는 사업 등에 도움이 되는 출연금을 많이 제시한 은행에 가점이 있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시금고 운영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면서 자칫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한은행은 적절한 수준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직전 재선정 당시 KB가 제시한 출연금 금액이 2000억대 중후반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거기에 비하면 (우리의 제시 금액은) 과도하지 않다”며 “평가항목에 출연금이 포함되긴 하지만 전체 점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