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고즈넉한 ‘서울 올레길’
▲ 옥인동 한옥촌. | ||
▲길잡이: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문의: 종로구청 문화공보과 02-731-0412
고샅길은 제주의 ‘올레길’에 영향을 받았다. 올레길은 ‘집 마당에서부터 큰 길까지 이어진 골목길’을 가리키는 제주 방언으로 그 형태가 다양하다. 제주에 가면 좌우에 구멍 숭숭 뚫린 돌담이 눈에 띄는데 어떤 담은 낮고 또 어떤 담은 높으며, 어떤 골목은 10m도 안 될 정도로 짧고 또 어떤 골목은 50m가 넘을 만큼 길다. 그처럼 스스로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지만 오랜 세월 동안 제주 사람들과 호흡해 온 길들이 여행코스로 개발되었고, 그것이 지난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올레길이다. 그 결과 각 지자체에서는 올레길을 모델로 트레킹코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고샅길 또한 그중 하나다.
고샅길은 산책하듯 부담 없이 걸으며 종로의 역사와 문화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코스들로 이루어져 있다. 가회동 북촌 한옥길코스, 평창동 녹색웰빙코스, 부암동 생태문화코스, 사직동 성지코스, 혜화동 문학예술코스, 명륜3가동 임금님거동코스 등이 있다.
청운·효자·옥인동은 정신문화코스로 묶였다. 3개의 동네를 두루 돌아보는 것이니만큼 전체 길이가 약 5㎞로 거리가 제법 길다. 하지만 동네마다 보여주는 풍경들이 달라서 걸음이 지겹지 않다. 대략, 칠궁→청운공원→국립농학교·맹학교 소망의 타일벽화→통인시장→옥인동 한옥길로 이어진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오면 걷기가 시작된다.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효자동 방면으로 올라가다보면 칠궁이 나온다. 칠궁은 조선왕들을 낳은 어머니지만, 왕비에는 오르지 못한 후궁 7인의 신위를 모신 곳이다. 그러나 칠궁은 청와대 내부에 있다 보니 마음대로 관람을 할 수가 없다. 미리 청와대관람예약을 한 경우에만 칠궁을 볼 수 있다.
▲ 철거예정인 옥인아파트 위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시의 야경이 화려하다. | ||
전망은 그러나 청운공원보다 옥인동 시범아파트가 더 낫다. 청운공원에서 10분쯤 걸어 내려가면 국립농·맹학교가 나온다. 학교 담장 외벽에 이 학교 학생들이 소망을 담아 만든 타일들이 붙어 있다. 이곳에서 다시 큰 길로 조금 더 내려가면 기름떡볶이가 맛있는 통인시장 입구, 그리고 그 뒤편으로 옥인동이 있다. 건물 수가 많지는 않지만 한옥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다. 옥인시범아파트는 이곳에서 북서쪽으로 5분쯤 올라가야 한다. 철거를 코앞에 둔 채 비어 있는 아파트다. 가는 길에 세련된 플라워카페 ‘DO’와 찻집 ‘TEART’가 있다. 서울시 계획에 의하면 옥인시범아파트 철거 후 녹지공원이 들어선다.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면 왼쪽으로 경복궁, 정면으로 남산타워가 훤히 보인다. 야경이 특히 멋있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