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날짜가 없다” 최정예 선발에도 ‘골든로드’ 험난…수비수 와일드카드 급부상
지난 3월 소집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김학범 대한민국 U-2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시아 각국 선수들의 각축장이 될 40여 개 종목에서 축구는 가장 주목받는 종목 중 하나다. 대한민국으로선 손흥민의 출전이 유력한 축구 종목에 더욱 많은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인천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1986년 이후 28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대회에 나설 선수들의 목표와 팬들의 기대치는 이미 2연패에 맞춰져 있다.
#쉽지 않은 아시아 무대
대한민국 축구는 오랜 시간 ‘아시아 호랑이’로 군림하며 강팀의 면모를 자랑해 왔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최다 금메달 획득 국가(4회)다.
또한 대표팀은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가능한 최강 전력으로 임했다. 프로축구 스타들이 나섰고,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참가하기도 했다. 아시아 축구 강국으로 자리잡은 호주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이 아니기에 출전국에서 제외된다. 여러모로 금메달 획득이 기대되는 대회다.
하지만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여러 차례 좌절을 맛봤다. 아시안게임을 차기 올림픽을 준비하는 대회로 인식하고 있는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중동 국가들은 메달 획득을 적극적으로 노린다. 동남아 또한 무시하지 못할 복병이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이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태국 등에 발목을 잡혀 왔다. 최다 우승국이라고는 하지만 절대 방심할 수 없다. 한국이 지난 2014년 대회에서 우승하기까지 무려 28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시간에 쫓기는 학범슨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U-23 대표팀에는 올해 초 악재가 있었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대회에서 최종 4위를 차지했다. 4위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전 1-4 패배, 카타르전 0-1 패배 등 내용도 좋지 못했다. 이에 팀을 이끌던 김봉길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지난 2월 28일 김학범 감독이 U-23 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에 올랐다. 아시안게임 개막까지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대회를 앞두고 선수를 파악하고 조직력을 갖추기에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취임 일성에서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말을 남길 정도였다. 김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에 빗대 ‘학범슨’이란 닉네임으로 불린다.
김 감독은 대회까지 남은 짧은 시간에 대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훈련 날짜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27명의 23세 이하 선수들을 소집해 프로팀과 연습경기를 가지며 훈련했다. 2차 소집훈련은 6월로 예정돼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별도의 친선전도 계획하고 있다.
#20인 엔트리 구성은?
월드컵이 23인, 올림픽은 18인 엔트리로 대회를 치르는 것과 달리 아시안게임은 20인이 대회에 나선다. 월드컵과 올림픽 사이의 대회 규모이기 때문이다.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23세 이하 선수들로 엔트리가 구성되며 3명의 와일드카드 선발이 가능하다.
대회까지 약 100일을 남겨둔 김 감독은 ‘옥석 가리기’에 한창이다. K리그1과 K리그2를 가리지 않고 현장을 찾아 선수들을 둘러보고 있다. 최근엔 유력한 와일드카드 후보인 손흥민을 비롯해 황희찬 등이 활약하는 유럽을 찾아 경기를 지켜보고 선수들과 면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설 연령대는 공격진보다 수비진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흥민을 제외하더라도 황희찬, 이승우, 백승호 등 유럽파가 즐비해 있다. K리그 무대에선 이광혁, 윤승원, 나상호 등이 수년 전부터 경험을 쌓아왔다. 올해 프로무대서 첫 선을 보인 조영욱, 전세진, 이근호 등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수비에 비하면 선택지가 넓은 편이다.
수비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좋지 않다. 경험이 중시되는 포지션의 특성상 젊은 선수들이 중용을 받기 쉽지 않다. 황현수, 김민재 정도를 제외하면 선수들은 경기 출전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풀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 높다. 김 감독도 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지난 소집에서 리그의 어린 측면 수비수를 대거 선발했지만 선수 수급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공격진 위주였던 와일드카드에 수비수가 유력한 포지션으로 거론되는 까닭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