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날처럼 이어진 삼나무숲길 명품이네!
▲ 절물오름 정상. 하얗게 눈꽃이 핀 풍경이 아름답다. | ||
▲길잡이: 제주시→97번 도로(동부산업도로)→봉개동→대천동사거리→1112번 도로(비자림로)→교래리→산굼부리→절물자연휴양림 또는 제주시→97번 도로→봉개동→명도암 입구 삼거리에서 우회전→제주4·3평화공원→절물자연휴양림
▲먹거리: 절물자연휴양림에서 봉개동 방면으로 내려가면 명도암 목장 내에 ‘봉개산양가든’(064-721-2715)이 있다. 토종흑돼지구이를 전문으로 한다. 목장 내에서 토종흑돼지를 방목 사육한다. 그래서 고기가 퍽퍽하지 않고 기름기가 적으며 쫄깃쫄깃하다.
▲잠자리: 절물자연휴양림 내에 산림문화휴양관과 숲속의 집 등 숙박시설이 있다.
▲문의: 절물자연휴양림(http://jeolmul.jejusi.go.kr) 064-721-7421
대한민국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길
절물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다. 제주공항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가장 보편적이고 빠른 길은 97번 도로(동부산업도로)를 타고 표선 방면으로 가다가 명도암 입구 삼거리에서 우측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것이다. 10분쯤 가면 절물자연휴양림이 나온다. 그러나 그보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릴지라도 낭만적인 길이 있다. 명도암 입구 삼거리를 그냥 지나쳐 대천동까지 내쳐 달린다. 그 후 1112번 지방도를 따라서 1131번 도로(5·16도로) 쪽으로 직진하는 것이다. 가다보면 교래리와 산굼부리를 지나 우측으로 절물자연휴양림 가는 길이 있다.
왜 가까운 길을 두고 돌아 가냐고 묻는다면 그저 그 길을 타보라고 하겠다. 삼나무가 길 양옆에 종대로 늘어서서 환대하는 그 길이 바로 1112번 도로, 일명 ‘비자림로’라고 불리는 길이다. 이 길은 일찍이 국토해양부가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을 정할 때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수령 30년 이상의 삼나무들은 약 20m 높이로 나란히 하늘을 받치며 길과 함께 나아간다. 이 길에는 차량도 그다지 많이 다니는 편이 아니어서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천천히 달리기에 좋다. 특히 절물자연휴양림으로 갈라지는 길 전방 2㎞, 후방 2㎞가 압권이다. 길이 곧장 뻗지 않고 휘고 돌며 나아가는데, 대단히 역동적이면서도 유려하다.
▲ 절물약수터. | ||
그 길에서 절물자연휴양림까지는 약 1.8㎞. 처녀 젖가슴처럼 봉긋이 솟은 두 개의 오름(흔히 기생화산으로 불리는 제주의 작은 산)을 마주보며 달리다보면 왼쪽에 휴양림이 나타난다.
이 휴양림은 1112번 도로에서 만났던 삼나무들이 숲을 이룬 곳이다. 1997년 개장한 휴양림의 총 면적은 300㏊(90만 평)에 이를 정도로 넓다. 절물오름의 북쪽 사면에 휴양림이 조성돼 있어서 절물자연휴양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휴양림은 걷기 좋은 길들이 구석구석 나 있다. ‘장생의 숲길’, ‘생이소리질’, ‘삼울길’, ‘만남의 길’, ‘건강산책로’, ‘오름등산로’ 등이 만났다가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며 이어져 있다. 방문자센터를 지나면 길은 세 갈래로 나뉜다. 정면은 절물오름으로 바로 이어지는 건강산책로이고, 오른쪽은 삼울길, 왼쪽은 생이소리질이다. 여유롭게 휴양림에 머물며 천천히 길들의 매력을 탐구하고 싶다면 삼울길로 들어서자. 왜 삼울길이냐면 삼나무가 울창하기 때문이다. 이 길은 다시 건강산책로와 만날 때까지 657m 길이로 이어진다. 숲 한가운데 있는 목공예체험장에서 깎은 장승들이 산림문화휴양관 인근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익살스런 장승들의 표정을 보다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삼울길을 걷다보면 도중에 장생의 숲길이 오른쪽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7월 조성된 길이다.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길, 그래서 더욱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게 하는 길이라는 의미가 이름에 내재돼 있다. 숲에는 대도시보다 최고 200배나 맑은 공기와 피를 맑게 하는 음이온이 풍부하다. 그리고 살균작용을 하는 피톤치드와 심신을 안정시키는 테르핀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테르핀은 편백, 삼나무, 잣나무, 소나무 등 침엽수에 많이 들어 있다. 그러니 삼나무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무거웠던 머리가 개운해짐을 느낄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절물휴양림 자체가 장생의 숲이지만, 따로 그런 이름을 부여한 것은 이 숲길이 절물휴양림을 대표할 만하기 때문이다. 장생의 숲길은 절물휴양림 내에서도 명품 산책로라고 할 수 있다. 길은 왕복 8.4㎞에 이른다. 크게 오르내리는 부분이 없어서 걷기에 무리가 없다. 두 시간 정도면 왕복이 가능하다. 이 길에는 삼나무뿐만 아니라 참나무를 비롯한 각종 나무들이 어울려 있다. 이 길은 또한 인근의 노루관찰생태원으로도 연결이 된다. 길이 다소 긴 편이라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고 잘 찾지를 않는다. 그래서 이 길에서는 더욱 호젓하게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만 이 길은 올 1월부터 매주 월요일을 휴식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거의 천연림에 가까운 주변 경관과 숲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 절물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일대의 풍경. | ||
장생의 숲길을 돌아 나와서 절물오름을 향해 간다. 절물오름은 해발 697m의 야트막한 높이다. 정상까지 가는 데 20분이면 충분하다. 이 오름은 두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큰 봉우리는 큰 대나오름, 작은 봉우리는 족은 대나오름이라고 부른다. 오름 정상의 가운데에 원형의 분화구가 있다. 백록담처럼 휘휘하지 않고 나무들이 그 분화구의 사면을 덮고 있다.
오름 정상에는 정자 하나가 서 있다. 전망대 역할을 하는 정자다. 이곳에 서면 남쪽으로 한라산이 잡힐 듯 보이고 동쪽으로 성산일출봉, 서쪽으로 비양도와 추자도가 또한 눈에 들어온다. 북쪽 아래로는 휴양림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삼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삼나무숲이 끝나는 지점에서부터 잡목들이 또한 삼나무숲 면적 이상으로 펼쳐지는데, 장생의 숲길이 그 곳을 관통한다.
가까이 있는 오름들이 능선을 겹치며 물결치듯 달려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동쪽으로 민오름과 큰 지그리오름, 작은 지그리오름 등이 차례대로 보이고, 왼쪽으로는 샛개월이, 족은개월이, 개월이오름 등이 있다.
절물오름에서 내려온 후에는 생이소리질을 돌아서 방문자센터 쪽으로 나간다. 참새를 제주말로 ‘생이’라고 한다. 풀자면 ‘참새 소리가 들리는 길’이라는 뜻이다. 이름은 그렇지만 까마귀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제주의 중산간에는 까마귀들이 참 많다. 까치에 밀려 점점 까마귀들은 한라산을 향해 쫓겨 가고 있다.
생이소리질 초입에는 약수터가 하나 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약수는 얼지 않고 흘러나온다. 잇속까지 시릴 거라는 예상과 달리 물의 온도가 그다지 차지 않다. 오히려 미지근한 느낌마저 든다. 잡목 우거진 길을 통과하자 삼나무숲길이 다시 시작되고 200m가량 그 길을 따라가는 것으로 휴양림 산책이 끝난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