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 간직된 서울의 속살
▲ 실크로드박물관에서 바라본 삼청동. | ||
서울 종로구에 속한 삼청동은 동십자각 앞에서 삼청터널에 이르는 제법 큰 동네다. 사간, 소격, 팔판, 안국, 송현, 가회, 화동 등과 살을 맞대고 있다. 서남쪽으로는 경복궁이 자리한다. ‘산 맑고, 물 맑고, 사람 또한 맑다’ 해서 삼청(三淸)이다. 삼청동 일대는 이른바 ‘북촌’(北村)이라고 불린다. 북촌은 사대부들의 주거지였던 곳으로 현재까지도 한옥이 잘 보존되어 있다.
삼청동으로 나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삼청동길에서 잘 벗어나지 않는다. 삼청동길은 분명 삼청동을 한가운데로 가로지르는 큰길이지만, 그것이 삼청동의 속살을 보여준다고는 할 수 없다.
삼청동의 진면목은 삼청동길 오른쪽으로 난 화개길과 북촌한옥길에 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로 나가 정독도서관 방면으로 올라가면 화개길을 만난다. 삼청동길안내센터가 있고, 그곳에서 순례는 시작된다. 이 길에는 티벳박물관, 세계장신구박물관, 실크로드박물관, 북촌생활사박물관, 동양문화박물관 등 주제도 다양한 사립박물관들이 여럿 있다. 주제를 박물관투어로 잡아도 좋을 정도다
가장 먼저 만나는 티벳박물관을 지나면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세계장신구박물관을 끼고 오른편으로 돌아야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티벳박물관은 소격동, 세계장신구박물관은 화동에 속한다. 그러나 명확히 나누기가 모호해 삼청동 문화권으로 포함시킨다.
세계장신구박물관을 지나자 왼쪽으로 화개1길이 시작되는데, 이 길은 곧 화개2길, 화개6길 등을 낳는다. 2길은 코리아다이어트센터 아래를 스치면서 삼청동길로 연결된다. 6길은 정독도서관 쪽으로 내려온다.
삼청동에서는 2008년 말부터 2009년 2월 중순까지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인사이드아웃사이드’가 진행됐다. 우리말로 삼청동의 ‘안과 밖’ 쯤이 될 텐데, 좁고 고불고불한 골목은 주민들의 공간으로 ‘안’이 될 것이고, 방문자들이 즐겨 찾는 곳들은 ‘밖’이 될 것이다. ‘안’이었던 공간과 ‘밖’이었던 공간 곳곳에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작품이 설치되면서 그 나눔은 무의미해졌다. ‘안’과 ‘밖’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열어놓고 방문객들이 찾는 소통의 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화개6길 담벼락에는 반쪽짜리 화분이, 코리아다이어트센터 앞쪽에는 서울맹학교 학생들이 만든 ‘만지는 삼청동 지도’가 설치돼 있다. 그렇게 화개길 골목을 누비다보면 벽면의 그림동화를 비롯해 시화 같은 작품들도 볼 수 있다.
코리아다이어트센터에서 길은 계속 뻗는다. 왼쪽으로 삼청동길이 흐르고 그 사이에 한옥들이 한 치의 공간도 비우지 않고 지붕을 맞대고 있다. 길은 언덕을 향해 오른다. 가파른 편은 아니다. 실크로드박물관 쪽에 이르자 전망이 훤하다. 이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자 북촌생활사박물관이 나온다.
북촌생활사박물관을 지나면서 북촌한옥길로 이어진다. 좌우로 잘 보수된 한옥과 깔끔한 길이 드러난다. ‘북촌’이다. 이 길을 경계로 삼청동과 가회동이 갈린다. 왼쪽이 가회동이고, 오른쪽이 삼청동이다. 길을 내려오는데, 왼쪽에 막 새로 지은 건물이 하나 보인다. 동양문화박물관이다. 한국, 중국, 티벳 등의 골동품들이 가득 찬 곳이다. 길은 한옥1길·2길·3길·화개4길 등을 만나며 걸음의 방향을 바꾸도록 유도하지만, 어느 길을 택하든 아래로 내겨가면 정독도서관 앞 원점으로 회귀한다.
▲길잡이:
서울 지하철3호선 안국역 1번 출구로 나가 안국빌딩을 끼고 돈 후 직진하면 정독도서관. 삼청동 순례길의 출발점이다.
▲문의: 삼청동주민센터 02-731-172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 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