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향기에 취하고 예술에도 취하고
▲ 중외공원에 활짝 핀 홍매화. | ||
그런데 광주(광역시)에도 볼 만한 매화군락지가가 있다는 사실을 혹시 아시는지. 북구 운암동에 자리한 중외공원이 그곳이다. 중외공원 내 비엔날레관 뒤편에 붉디붉은 매화가 ‘꽃이불’을 깔았다. 하고 많은 매화여행지 중에서 이곳을 주목한 이유는 단 하나. 임도 보고 뽕도 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얘기냐면 중외공원에는 미술관과 박물관 등 매화뿐만 아니라 볼거리가 가득하다. 꽃구경도 하고 문화적 소양도 쌓고, 다른 말로는 ‘마당 쓸고 동전 줍고’라고도 한다던가?
비엔날레관 뒤 붉은 꽃이불
느닷없이 쏟아지던 춘삼월의 눈이며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바람까지 겨울의 꼬리 한번 참 길었다. 그러나 그것은 떠나는 자의 심술에 불과할 뿐. 봄은 어느덧 매화꽃과 함께 활짝 열렸다. 매화는 꽃이나 꽃받침대 색깔에 따라 홍매, 청매, 백매 등으로 나뉜다. 그중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화려해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홍매다. 중외공원에 봄을 흩뿌리는 매화 또한 홍매다.
중외공원은 광주 북구 운암동 호남고속국도 서광주인터체인지 바로 아래 있다. 이곳에는 비엔날레전시관을 비롯해 민속박물관과 시립미술관 등이 들어서 있고,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매화는 비엔날레관 뒤편에 만개했다. 비엔날레관은 상설 전시장이다. 광주비엔날레는 2년에 한 번씩 열리지만, 이곳 전시관은 비엔날레가 끝난 후에도 항상 개방하고 있다. 비엔날레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기증받거나 구입해 전시하는 공간이다. 외부에도 조형물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매화나무는 약 100여 그루. 대부분 홍매화지만 청매화도 더러 있기는 하다. 비엔날레전시관을 뒤로 돌아가면 야외공연장이 나오는데 왼편 언덕에 매화가 모여 피어 있다. 매화는 특히 아침에 감상하는 것이 좋다. 꽃잎을 닫았다가 열며 향을 터트리는데, 새벽의 묵직한 공기에 눌리어 향이 쉽게 날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매화라도 아침이 더 향기롭다. 매화나무들은 수령이 그리 오래된 것들은 아니지만, 제법 키가 크고 나무도 실해서 하늘을 가릴 듯 꽃을 피운다.
▲ 시립미술관 옥상에서 내려다본 중외공원 서쪽 풍경 | ||
시립미술관 주변은 벚꽃이 준비 중
근처에는 산수유도 노랗게 피었다. 붉은 매화와 노란 산수유의 색대비가 강렬하다. 꽃은 이게 다가 아니다. 들꽃도 앞 다투어 피고 있다. 공원 산책을 하다보면 여기저기서 수더분한 매력의 들꽃들이 망울을 터트린 것을 볼 수 있다. ‘봄맞이꽃’이라고도 불리는 하얀색 앵초, 연한 하늘색 잎이 매력적인 꽃마리, 하늘의 별빛처럼 사방팔방으로 하얀색 꽃잎을 벌린 별꽃 등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매화군락지 너머 보이는 시립미술관 뒤편 목련도 이제 망울을 터트릴 기세다. 따스한 봄볕의 간질임에 망울의 끄트머리가 슬슬 벌어지기 시작했다.
시립미술관은 비엔날레관 뒤에 있다. 2006년 중외공원 내에 새롭게 건축됐다. 이곳도 광주비엔날레가 열릴 때 전시공간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본관2층 전시실과 광주비엔날레관 전시실, 교육홍보관 등으로 꾸며져 있다. 모두 13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호남지역에 연고를 둔 작가들의 작품과 재일교포 2세인 하정웅 씨가 평생 모은 수집품 등이 전시돼 있다. 외부에서 볼 때는 건물의 모양이 평범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계단과 층이 마치 지그재그로 뻗어나가는 듯한 모습이다. 옥상으로 올라가면 중외공원 일대의 풍경이 시원스레 잡힌다. 특히 비엔날레를 처음 시작할 당시 만든 3색 다리와 운암제가 어우러진 서쪽 풍경이 좋다.
시립미술관과 동쪽의 시립민속박물관 앞에는 벚나무 여러 그루가 있다. 시립민속박물관은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의식주와 생업, 민속공예, 세시풍속 등을 주제로 한 상설전이 열리고, 대형 야외전시장에는 100여 점의 민속자료와 시설물들이 전시돼 있다. 물레방아, 연자방아, 태실, 맷돌, 장승, 벅수 등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일명 ‘놀토’라 불리는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고 쉬는 토요일에는 토요문화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공예교실, 돌문화재산책, 우리나무바로알기 등 세 가지 주제로 만난다. 4월 중순이면 광주 지역에도 벚꽃이 필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목련과 벚꽃까지 가세한 봄꽃의 하모니가 기대된다.
▲ 위 사진은 시립미술관 실내 전시관. 아래는 광주비엔날레 상설전시관. | ||
국립광주박물관의 매화를 두고 그냥 떠날 순 없다. 이곳도 중외공원 못지않다. 국립광주박물관은 1978년 개관했다. 신안 해저 유물을 비롯해 전라남도에서 발굴·조사·수집된 선사시대의 유물, 백제·통일신라·고려·조선에 이르는 3만 4000여 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문화재로 중흥산성 쌍사자석등(국보 103호), 김용학가옥(광주민속자료 3호)이 있다.
광주박물관은 중외공원 바로 위편에 자리 잡고 있다. 걸어서 5분 거리다. 하지만 행정구역상으로는 운암동이 아니라 매곡동에 속한다. 매곡동은 옛 마을이었던 ‘어매’마을과 ‘봉곡’마을에서 각각 한 자씩 따서 동명을 지었다. 어매마을의 ‘매’는 매화 매(梅)자를 쓴다. 어매마을 뒷동산이 매화가 땅에 떨어지는 모양과 같이 생겼다고 전한다. 그래서인지 이곳 매곡동에는 박물관뿐만 아니라 곳곳에 매화군락지들이 있다.
우선 박물관 주변에는 약 80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있다. 홍매와 청매가 뒤섞였다. 박물관 정면과 후면에 매화나무가 거의 절반씩 있다. 중외공원처럼 산수유도 함께 피었다. 이외에 전남도교육청 입구에도 매화나무 약 100그루가 만발했다. 근처에는 매화동산도 있다. 약 70~80그루가 심어진 작지만 아름다운 언덕이다. 매곡동사무소 쪽에도 매화밭이 있다. 80여 그루쯤 된다. 중외공원 내 문화시설과 국립광주박물관 등을 묶어 중외공원문화벨트라고 이르는데, 봄철만큼은 이를 매화벨트나 봄꽃벨트라 불러도 손색이 전혀 없다.
<여행안내>
▲길잡이: 호남고속국도 서광주IC→중외공원
▲먹거리: 북구 오치동에 장어탕(6000원)을 잘하는 고흥바다장어(062-265-8456), 두암동에 갈낙탕(3만 원)이 일품인 영암독천낙지골(062-264-5566)이 있다.
▲잠자리: 중외공원 가까운 곳에 상무지구가 있다. 이곳에 로즈모켈(062-385-3388), VIP모텔(062-384-1185) 등 숙박업소가 많다.
▲문의: 광주광역시청 문화예술과 062-613-3471, 광주 종합관광안내소 062-525-9370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