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 내고 안먹어” 소비자들 반발하는 사이 경쟁업체 반사이익
5월 1일부터 교촌치킨이 치킨 업계 최초로 배달 서비스 유료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박혜리 기자
교촌치킨이 책정한 배달비 2000원으로 발생한 배달수입은 본사가 아닌 가맹점이 가져간다. 교촌치킨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속적인 가맹점 운영비용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배달 서비스 유료화를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일부 가맹점은 그전부터 배달비를 받아 왔다. 가맹점 본사로서 배달 서비스 가격 표준화를 통해 이러한 혼란을 해소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본사는 치킨 가격 인상이 아닌 배달 서비스의 유료화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대표적인 배달음식인 치킨은 전체 매출 중 배달 주문 매출이 80% 이상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배달 서비스의 유료화가 사실상 치킨 가격 인상과 다를 바 없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교촌치킨의 베스트셀러 메뉴인 ‘교촌허니콤보(1만 8000원)’을 주문한다고 가정했을 때 매장에서 치킨을 직접 찾아가지 않는 이상 고객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2만 원이다. 배달 서비스 유료화로 교촌치킨의 치킨메뉴 19개 가운데 9개는 2만 원을 지불해야 맛볼 수 있게 됐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아직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배달료를 두고 고객과 마찰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배달 서비스 유료화를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동안 일부 가맹점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배달비를 받아왔다. 수년째 최저임금이 지속해서 오르고 있는 데다 치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배달비를 별도로 받지 않으면 정상적인 운영이 힘들기 때문이다. 가맹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배달서비스를 유료화한 가맹점들은 보통 1000~3000원 정도의 배달비를 받아왔다.
점주들 배달 서비스 운영 현실이 상상 이상으로 열악하다고 토로한다. 최근 구인·구직 포털 사이트 ‘알바천국’에 올라온 프랜차이즈 치킨 배달원의 월급은 최저 300만 원 정도다. 여기에 높은 오토바이 보험료, 배달 사고 등의 애로사항 때문에 최근에는 점점 많은 가맹점이 직접 배달원을 채용하지 않고 배달업무를 대행업체에 맡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가맹점 중 20% 정도가 배달업무를 대행업체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인건비도 문제지만 배달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 배달 대행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비율이 크게 높아지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배달원 인건비 자체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배달 대행업체의 수입도 크지 않다“고 귀뜸했다.
최근에는 배달을 외주로 돌리는 가맹점이 많지만 이 역시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가맹점에서 배달대행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은 배달 1건 당 3000원 정도로 배달 거리가 멀면 추가 요금도 붙어 사실상 가맹점이 거둬들이는 이윤은 미미한 수준이다. 또 치킨은 특정 시간에 배달업무가 몰리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배달원을 고용한 가맹점에서도 불가피하게 배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는 “1만 5000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아서 남는 돈은 4000원 정도다. 여기에서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면 3000원이 추가로 나가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는 “가맹점주 대부분이 배달비 3000원 아껴 보겠다고 직접 목숨 걸고 배달을 한다. 그러다가 배달이 조금 늦으면 욕먹고…”라며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가맹점들로부터 가맹비, 교육비,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소득분배의 책임을 지지 않고 소비자에게 부담을 돌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개별 가맹점들은 허덕이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의 매출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교촌치킨은 3188억 원의 매출을 올려 2016년도 대비 9.5%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BBQ와 bhc의 지난해 매출 역시 2016년 대비 각각 7.1%, 2.8% 증가했다. 본사에서 원재료 공급으로 가맹점에게 거둬들이는 수익도 적지않다. 앞의 점주는 “닭의 원가는 한 마리에 2600원 수준인데 본사에서 염지 및 절단 작업을 거처 이를 가맹점에 6000원 정도에 공급한다. 여기에 박스, 젓가락, 소스, 봉투 등이 2000원 정도 나간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냉랭한 반응과 달리 경쟁 치킨 브랜드 사이에서는 선봉장을 자처한 교촌치킨의 행보를 반기는 분위기다. 가맹점 수익률이 악화하면서 점주들은 치킨값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지난해 BBQ가 치킨값 인상을 시도하면서 큰 역풍을 맞은 사례가 있어 섣불리 나서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명 치킨 브랜드 관계자는 “이런 사태가 일어났을 때는 묻어가는 게 제일 좋다. 아무리 치킨이 서민음식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물가가 오르는데 수년간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건 문제가 있지 않으냐”면서 “교촌치킨이 본사가 이익을 취하려고 생각했다면 원가를 올렸을 것이다. 배달료를 올린 건 가맹점들을 위한 결정으로 경쟁업체지만 용기를 낸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촌치킨의 배달비 유료화로 경쟁업체들은 반사이익까지 누리고 있다. 5월 5일 업계에 따르면 BBQ의 매출은 전주 대비(4월 24∼27일) 1일 3%, 2일 15%, 3일 19%, 4일 15% 증가했다. bhc 역시 전주 대비 매출이 1일 7%, 2일 16%, 3일 18%, 4일 20% 매출이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아직 교촌치킨처럼 배달 서비스 유료화를 공식화한 치킨업체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점차 이에 동참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bhc와 BBQ는 “현재로서는 배달료를 유료화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태. BBQ 관계자는 “최근 한 언론에서 BBQ도 배달료를 받을 계획이라는 기사가 나갔지만, 회사 임원진에 확인해 본 결과 현재로서는 배달료 인상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교촌치킨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난해 치킨가격 인상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았던 터라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