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은수미 공천은 집권실세의 권력농단이자 독선과 오만”
이종현 기자=5월 17일 오후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후보의 선거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손학규 위원장을 만나 안철수 후보의 강점과 서울시장선거의 향방에 대해 들어보았다. 2018.05.17.
―지난 연말과 올 연초 바른미래당의 통합 및 창당 과정엔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손 선대위원장의 역할론은 꾸준히 제기됐는데.
“바른미래당의 통합은 내가 바랐다. 안철수 후보에게도 권했던 부분이다. 이는 당시 바른정당 의원들에게도 만나서 얘기했던 바다. 그런데 내가 미국에서 보니,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호남의원들이 반발하고, 결국 배제 내지는 소외됐다. 바른정당 역시 김무성, 주호영 등 영남 의원들이 빠져나갔다. 통합을 위한 과정이 제대로 안되더라. 나중엔 전당대회마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 통합엔 참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 입장 발표하고 물러난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의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를 위해, 집권실세 정치인의 국정농단 극복을 위해선 제대로 된 제3의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중도개혁 정치세력으로서 바른미래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나서진 않았지만, 바른미래당이 성공하길 그 누구보다 바랐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대위원장 겸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선대위원장이란 중책을 맡으며 복귀했다.
“안철수 후보와 공동대표가 내게 앞서의 직책을 맡아 달라고 하더라. 고민 많이 했다. 가족을 포함해, 내 주변엔 복귀에 찬성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가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 이슈에 완전 묻혀서 진행되고 있더라. 지방선거에서 당이 죽으면 우리 정치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정치가 잘 되어야 하지 않나.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번에 직을 맡게 됐다.”
―들어와서 보니까 당 내부 상황이 어떠하던가. 성격이 다른 두 정당의 통합에서 오는 이질감 때문에 지금도 공천 갈등이 심한데.
“뭐 처음엔 그런대로 괜찮았다. (내가 직접 공천에 관계하진 않았지만) 그런데 공천과정을 진행하다보니, 화학적 결합이 이렇게 힘들구나 싶더라. 눈에 그게 보여서 안타까웠다. 물론 공천경쟁은 어디나 있다. 잡음도 있고. 지금 민주당도 마찬가지 아닌가. 민주당은 지금 집권실세들의 낙하산 공천이 문제 아닌가. 각 지역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이들은 공천 과정에서 배제됐다. 민주당의 경선 과정이 공정하지 않은 부분이 눈에 보인다. 청와대 행정관이나 비서관이 무슨 시장·군수 사관학교인가. 그렇게 청와대 출신들이 내려오면 되겠나. 문제가 불거져도 몇몇 빼고는 모두 뻣뻣하게 버티지 않나.”
손학규 선대위원장은 바른미래당의 공천 갈등 문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민주당의 공천 불공정성 문제로 화제를 옮겼다. 그러면서 그는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의 ‘드루킹 사태 연루 의혹’과 은수미 성남시장 후보의 ‘운전기사 의혹’ 등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을 이어갔다. 노정객의 노련함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민주당 공천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이고 치밀하다. 꼭 당선시켜야 하는 사람은 꼭 시키겠다는 마음이 경선 과정에서 그대로 보인다. 집권실세 뜻에 반하는 정치인이 통과하는 경우는 하나도 없다. 은수미 후보가 그렇다. 1년 넘게 운전기사로 근무한 이가 자원봉사 했다는 게 말이 되나. 그것도 조폭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았다는데, 그것을 모른다? 그럼에도 당에선 별 문제 없다고 공천하지 않았나. 화성시장 후보(서철모)는 폭력 전과가 있음에도 공천을 받았다. 김경수 후보는 매일 매일 한 건씩 드러나고 있다. 돈을 주고받고 관직을 거래하는 얘기가 나오고. 그럼에도 경남지사로 공천한다. 이건 집권실세들의 권력 농단이다. 문재인 정부의 오만과 독선이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우리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다.”
이종현 기자=5월 17일 오후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후보의 선거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손학규 위원장을 만나 안철수 후보의 강점과 서울시장선거의 향방에 대해 들어보았다. 2018.05.17.
“내가 이번에 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생각한 것은 이거다. 지방선거 결과가 어떠하든지, 그 후에는 정계개편이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하고 진정한 협치와 합의제 민주주의가 자리하도록 개헌을 준비해야 한다. 거기에 중도개혁세력을 대변하는 바른미래당이 역할을 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그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씨’를 뿌린다는 의미가 있다.”
―제3지대 혹은 제3정당에 대한 시도는 많았지만, 사실 모두 어려웠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된 노력이 아니었다. 기존엔 지역기반 정당이거나 개인정당이었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통합하고 지금과 같은 중도개혁을 표방하는 정당이 아니었다. 이런 제3세력 출현은 없었다. 2016년 만덕산에서 내려올 때부터 내가 내건 것이 ‘제7공화국’이었다. 지금의 상황에선 정치가 안정될 수가 없다. 제1당이 과반이 되지도 못한다. 다당제가 우리 현실이다. 다당제에서 안정을 꾀하려면 ‘합의제 민주주의’를 위한 개헌이 우선이다. 그것을 통해 연정과 협치가 만들어져야 한다.”
―정계개편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가. 자유한국당 내 홍준표 지도부에 반발하는 이탈세력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데.
“홍준표 대표와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의 최근 극단적인 발언의 취지는 이해한다. 보수세력 결집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보수세력은 크게 둘로 나뉜다. 기존의 반공 및 안보만을 강조하는 맹목적 보수와 자유와 시장경제를 신봉하고 도덕률을 높이 평가하는 합리적 개혁보수가 그것이다. 홍준표, 김문수는 전자의 맹목적 결집에 집중하지만, 지난 촛불혁명을 계기로 맹목적 보수는 약화됐다. 이제 합리적 보수가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고 제2당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합리적보수를 지향하는 자유한국당 내 세력은 좋다. 이뿐만 아니라 호남의 평화민주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현 정권의 오만과 독선에 실망해 합리적 진보를 택하는 사람들도 함께 정계개편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된다면 향후엔 진보개혁 성향의 민주당, 중도개혁 성향의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오른쪽의 자유한국당, 왼쪽의 정의당이 자리한 개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선거판에서 최대이슈는 어찌됐건 남북관계다. 어떻게 보는가.
“문재인 정부가 잘한다고 본다. 남북관계 진전은 잘된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미회담을 중재한 것도 잘했다. 그것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절차에 들어간 것도 잘된 일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남북관계가 잘 돼도 부담, 안 돼도 부담인 면이 있다. 관계가 잘 풀려서 문 대통령 말대로 교류협력이 이뤄지고 철도, 도로, 발전소 짓고 하면 그건 누가 하나. 결국 그 부담은 한국이다. 그때 야당은 그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겠는가.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 협치가 더욱 요구될 것이다. 이 점은 알아야 한다.”
―최근 남북고위급회담이 취소되고 북한 외무 제1부상 명의로 북미회담에 대한 재고 담화가 나오면서 다소간 부침이 있기도 하다.
“나는 이렇게 빨리 남북관계가 진전되나 좀 의아했다. 이렇게 빨리 돌아가서 좋긴 좋지만…제대로 될까 싶었다. 남북분단이 70여 년이다. 그동안 쌓이고 쌓인 것을 하루아침에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너무 급하다. 속도조절하고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북한은 또 북한 나름대로 그동안 핵개발에 전념했던 기술자들과 군인들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 아닌가. 차근차근 할 필요가 있다.”
―선대위원장으로서 여론조사 결과 의식은 안하나.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이 썩 높지 않다.
“지금은 남북회담 및 북미회담 이슈에 선거가 잡혀있지만, 선거가 본격 시작되면 달라질 것이다. 1992년 아버지 부시(공화당)가 미국 대통령일 때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한 후 지지율이 90%가 넘었다. 하지만 1년 뒤 클린턴(민주당)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의 구호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아니었나. 지금 우리가 그렇다. 실업률은 뛰고 수출은 줄고, 무역흑자는 반감하고, 공장과 영세기업은 어렵고, 경기는 침체됐다. 안보는 안보고, 경제는 경제다. 이것이 이번 지방선거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은숙 기자 = 바른미래당 중앙선거대책원장 겸 안철수 서울시장 선대위원장을 맡은 손학규 전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수락 기자회견에서 유승민 공동대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등과 함께 축하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2018. 5.03
―안철수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박원순 후보보다 뭐가 뛰어나다고 보나.
“많은 시민들이 묻더라. 박원순 7년 동안 뭐했지. 안철수는 서울을 4차 산업 시대에 맞게 바꾸고, 거기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후보다. 4차 산업의 선두주자를 자임하는 후보지 않나. 본인이 IT사업체 대표기도 했고, 융합대학원장이기도 했다. 이거 하나만으로 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시민은 예민하다. 나도 놀랄 정도로 현장에서 시민들의 기대감이 꽤 높다. 안철수는 분명 정치적으론 미숙할지 몰라도 민생과 국가, 국민에 대한 열정은 순수한 사람이다. 상인들을 비롯한 시민들은 여전히 민생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이것이 화두가 된다면 안철수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서 손학규 선대위원장은 자신의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사례를 토대로 안철수 후보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내가 도지사 하면서 4년 동안 74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전국에서 만들어진 일자리의 74%에 해당했다. 지금 문재인 정부나 박원순 시장, 이재명 후보처럼 임시 일자리 만들고 했던 게 아니다. 파주 LG디스플레이공장, 판교테크노밸리를 비롯해 평택, 화성, 안산, 수원 등에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고 지원하며 이뤄냈다. 중요한 것은 이거다. 일자리는 정부예산에서 나눠 주는게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통해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 인식이 중요하다. 4차 산업 시대엔 그에 걸맞은 안철수 후보가 이런 걸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늘 안철수 후보가 손 선대위원장의 송파을 출마 요청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글쎄. 그런 얘기는 하지 말자. 나는 아직 직접 (안철수 후보에게) 그런 권유를 받은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선대위원장으로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인지 아나. 와보니 서울시장 후보만 있고, 인천과 경기에선 후보들이 나서길 주저했다. 나는 인천의 문병호 전 의원을 만났고, 경기의 김영환 전 의원을 만나 설득했다. 그래서 이제야 서울-경기-인천 바른미래당의 수도권 삼각 후보가 완성됐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