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공천 내홍 심화…후보들 “탈당 불사” “사퇴 선언”
재보궐선거가 펼쳐질 서울 송파구을. 그곳에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대표의 대리전이 펼쳐진다. 그리고 바른미래당은 계파싸움에 여념이 없다. (좌)최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 (우)배현진 자유한국당 후보. 박은숙 기자
이번 지방선거의 또다른 묘미는 바로 재보궐 선거다.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출마를 선언한 국회의원들의 사직서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면서 재보궐선거 대상지역은 총 12곳으로 늘었다. 이곳들 중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 곳이 바로 ‘보수의 상징’ 강남3구 중 송파을이다.
송파을은 롯데월드와 가락시장이 위치한 곳으로 서울에서도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그러다보니 17·18·19대 총선에서 매번 한나라당(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고, 18대 대선 때에도 박근혜 후보의 득표수가 문재인 후보보다 높았다. 보수성향으로 자리매김하던 그곳에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20대 총선 때다. 2016년 새누리당 공천파동으로 김무성 대표가 일명 ‘옥새런’을 벌이게 되면서 새누리당 소속의 두 후보는 무소속으로 송파을에 출마하게 됐다. 결국 보수 표가 갈려 최명길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어부지리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지만, 최 후보가 44%가 넘는 의미 있는 득표율을 얻게 돼 송파을에도 새 바람이 불었다는 평을 받게 됐다. 이후 최명길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에 입당했으나, 그가 총선 때 선거사무원이 아닌 SNS 전문가에게 온라인 선거운동을 부탁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지난해 12월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의 빈자리가 이번 재보궐선거의 전투지가 됐다.
자유한국당은 배현진 전 MBC 앵커를, 민주당은 최재성 전 의원을 송파을에 공천했다. 배 전 앵커는 홍준표 대표가 영입한 ‘신홍계(신 홍준표계)’로 불리며, 최 전 의원은 모두가 아는 ‘친문계(친문재인계)’ 인사다. 결국 송파을 재보궐선거는 신홍계 인사와 친문계 인사의 전투가 되는 셈인데, 이를 통해 양 당의 간판 인물(홍준표 대표·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송파을의 민심을 읽어볼 수 있다.
송파을 재보선에 대한 한국당의 의지는 남다르다. 오래전부터 보수의 전략지역이었던 그곳이 20대 총선과 19대 대선을 거치며 민주당에 표를 빼앗긴 형국이 돼버리자, 보수지역을 탈환하고 보수를 재결집시켜야 한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보수의 철옹성에 깃발을 꽂는 것이 진보 진영 승리의 단면을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송파을 재보선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또한, 바른미래당 역시 소속 의원이 의원직을 잃고 떠나간 자리를 다시 되찾아야 하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있다.
JTBC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8~9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최 후보는 57.3%, 배 후보는 18.6%, 박종진 바른미래당 후보는 12.6%의 지지율을 얻었고, 지난달 2~3일 실시한 ‘리서치뷰’의 자체조사에서도 최 후보와 배 후보, 박 후보가 각각 48.9%, 27.5%, 11.3%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이번 송파을 선거의 관전포인트는 바로 바른미래당 내 계파 맞대결과 맞물려 있다.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자신의 측근이었으며 민주당-국민의당에서 자신을 따라온 최명길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만큼 ‘친안계(친안철수계)’이자 국민의당 출신인 인사를 공천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유승민 공동대표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친유계(친유승민계)’ 후보를 재보선에서 당선시켜 세력을 확장해 당내 주도권을 확보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19일 현재까지도 바른미래당은 송파을 후보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유승민 공동대표와 안철수 위원장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며 계파싸움만 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당초 바른정당 출신에서는 박종진 전 앵커가, 국민의당 출신에서는 이태우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과 송동섭 변호사 등이 당내 경선에 출마했다. 바른정당 출신 후보자는 친유계, 국민의당 출신 후보자는 친안계로 간주하는 분위기 속에서 친안계에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앞서의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조사에서 박 전 앵커는 12.6%, 이 전 최고위원은 5.9%를 얻어 친유계가 친안계에 앞서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러자 위기감을 느낀 안철수 위원장은 손학규 선대위원장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계획대로라면 바른미래당은 17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송파을 공천 또는 경선 문제에 대한 논의를 결론지으려 했지만, 양쪽의 지루한 공방 속에 마무리되지 못했다. 안철수 위원장은 “제가 이달 초부터 손학규 위원장이 출마하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고 당에 요청한 바가 있는데 아직도 정리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학규 위원장에 노골적으로 출마 요청을 한 셈이다. 그러자 손 위원장은 인터뷰 등에서 “쓸데 없는 소리”라고 선을 그었는데, 그럼에도 안철수 위원장은 “당에서 미리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먼저다. 미리 그 분 생각이 없다고 차단하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집요함을 보였다.
바른미래당은 공천잡음만 일으키며 송파을 재보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예비후보들의 반발만 거세지며 내홍이 심해졌다는 비판만 받고 있다. 실제로 경선 결과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예비후보들은 안철수 위원장에게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박종진 전 앵커는 18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바른미래당이 안철수 후보 개인의 사당인가”라며 “계속해서 공천을 미루고 당원의 뜻을 배제한 공천을 모략한다면, 뜻을 함께하는 당원들과 함께 탈당도 불사할 것”이라며 안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태우 전 최고위원도 이날 입장문을 “안철수 후보가 5월초부터 이미 공천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큰 충격”이라며 “송파을 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위 여론조사의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