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금속이 고체로 응고하기 시작하는 순간 포착 온도 측정 성공
정욱철 책임연구원
[대전=일요신문]육심무 기자 =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상열) 연구진은 액체 금속이 고체로 응고하기 시작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온도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이상적으로만 존재하는 표준온도를 세계 최초로 실현한 성과이다.
표준연 열유체표준센터 정욱철 책임연구원은 독자적 온도제어 원천기술을 통해 이상적 표준온도인 금속의 액상선 온도 를 측정, 현재 국제온도표준에서 기준온도로 사용하는 응고 온도에 큰 오차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액상선 온도(Liquidus Temperature)는 액체 상태의 물질이 응고하기 시작하는 시점(=응고 상태의 물질이 완전히 녹는 시점)의 온도로, 정해진 순도의 물질마다 고유한 값을 가진다.
물질들은 저마다 응고 온도, 용융 온도, 액상선 온도와 같은 다양한 상변화 온도를 가지고 있다.
만약 물질이 순수하다면 이러한 상변화 온도들의 값은 모두 동일하다. 고체가 액체로, 액체가 고체로 변하는 동안만큼은 온도의 변화 없이 같은 온도가 유지되는 것이다.
국제온도표준(ITS-90)은 –259.3467 ℃ ~ 961.78 ℃의 범위에 대해 물질의 상변화 온도를 이용하여 온도를 정의하고 있으며 저온에서는 기체, 고온에서는 금속의 상변화를 이용한다.
하지만 지구상에 순수한 물질은 없다. 모든 물질에 존재하는 불순물들은 상이 변할 때 온도가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을 방해한다.
그럼에도 상변화 온도 중 변하지 않는 유일한 값이 있는데, 바로 액상선 온도이다.
상변화 중 온도가 변해도 시작점만큼은 불변이기 때문에 국제온도표준은 특정 물질의 액상선 온도를 가장 이상적인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액상선 온도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고온 기준온도를 실현하는 데 사용하는 금속의 경우 액상선 온도는 불변이지만, 상이 변하기 시작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온도를 측정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금까지는 물질의 응고 및 용융온도로 액상선 온도를 근사하는 간접적인 방법을 택했으나, 물질에 불순물이 존재하는 한 이들 값은 기준온도의 요건인 고유성 및 불변성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정욱철 책임연구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속·정밀 온도제어가 가능한 독자기술인 압력제어식 온도제어기술을 이용하여 고온(231.928 ℃)에서 기준을 정의하는 금속인 주석의 액상선 온도를 실현하고 측정했다.
이번에 측정한 주석의 액상선 온도는 기존의 기준온도보다 약 0.00095 ℃ 더 높으며, 이는 국제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온도표준의 불확도를 상회한다.
이번 결과는 현재 231.928 ℃를 정의하는 주석의 응고 온도가 이상적 기준온도인 주석의 액상선 온도와는 큰 차이가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밝혀내지 못했던 미량 불순물 분포가 물질 상변화 온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검증했다는 점, 향후 국제온도표준의 개정(ITS-XX)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정욱철 책임연구원은 “이번 성과를 통해 국제온도표준을 구성하는 기준온도가 더욱 정교해지고 정확해졌다”며 “KRISS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이상적 온도표준을 실현한 세계 유일 표준기관으로 거듭났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측정과학분야 국제적 권위지인 메트롤로지아(Metrologia, IF: 3.411) 최신호에 두 편의 논문을 통해 게재되었다.
ilyo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