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께 누 끼칠까 멀리한다” 서로의 정치 성향 존중·이해해줘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서로 다른 정당으로 후보 출마한 가족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의 차이점은 ‘다른 정당’이고 공통점이 있다면 ‘서로 정치 성향을 존중해준다는 것’이다. 사진은 천경배 더불어민주당 신안군수 후보(후보 페이스북)와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일요신문DB).
천경배 더불어민주당 신안군수 후보는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의 6촌동생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천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방문해 “천경배 후보의 가문을 소개하자면, 목포의 수재라는 분이 있다”며 “천경배 후보는 천정배 전 장관의 동생이다. 어떤 신문은 천경배라고 소개하지 않고 천정배라고 소개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천 후보의 출마지인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태어났다. 천 의원은 현재 민주평화당에 몸을 담고 있지만, 과거에는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다.
민주당 소속인 천 후보와 평화당 소속인 천 의원 사이에 사소한 다툼은 없었을까. 천 후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정치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천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 “저는 국회 강운태 의원실 비서관과 보좌관으로 활동하던 때에 형님(천 의원)을 멀리서 응원만 했지 가깝게 지낼 수가 없었다”며 “제가 누를 끼칠까봐 형님을 멀리했고, 연락을 하더라도 의원실 전화를 통해 연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다고 말씀 드렸더니 형님은 응원도 안 해주시더라. 그냥 ‘열심히 하라’면서 의례적인 격려 인사만 해줬다”면서 “우리 두 사람의 정당이 다르고 평화당에서 중진 의원으로서의 역할이 있다보니 아무리 친인척이라 하더라도 도와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천 후보는 “어릴적부터 형님은 공부도 잘하고 뭐든 잘해왔는데, 이 때문에 집안 어르신들이 저에 대해서도 기대를 하곤 하셨다”며 “어릴적에 부모님과 손 잡고 형님 사무실을 찾아뵀던 기억이 있다. 또, 정치인 천정배보다 인권변호사 천정배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민주당 소속으로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다음해 문재인 정부의 장관이 됐다. 그로부터 1년 뒤, 충북 청주시의원 출마 예정이던 청주벧엘교회 도경자 목사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하고 있고 20대 국회의원인 도종환 씨의 친여동생이다. 북한으로 따지면 김정은의 친여동생 김여정과 같다”며 자신이 도 장관의 친동생이라고 주장했다.
보는 이들을 당혹케 했던 것은 도 목사의 소속 정당이 대한애국당이라는 것이다. 대한애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한창 일어나던 시기에 박사모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으며 최근에는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극우 성향의 정당이다. 도 목사는 시의원 출마를 선언하며 “무너진 보수 우파를 재건하고 죄 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신념으로 1년 6개월간 태극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도 목사의 주장에 도 장관은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문체부 측은 입장문을 통해 “도경자 후보는 도종환 장관의 친여동생이 아니며, 도 장관은 도 후보에 대해 모르는 인물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도 장관 측은 도 장관에게 세 명의 여동생이 있는데 이들 모두 ‘숙’자 돌림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도 목사는 친동생에서 ‘6촌동생’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도 목사는 “6촌오빠를 ‘6촌오빠’ 이렇게 부르냐. 그냥 ‘오빠’하고 부르지. 그런 의미였다”고 수습했다. 또한 “가족 행사에서 만나는 사이에 어떻게 동생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며 “선거 출마를 위해 교회의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번 일로 마음의 상처를 받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6촌동생이라고 밝혔음에도 도 장관 측은 “여전히 모른다. (하지만) 6촌형제 돌림이 ‘경’자인 건 맞다”며 “(제가)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원주에서 나오는 등 청주에 쭉 정착해 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문체부는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해서는 법적 조치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후 도 목사는 “이상한 사람으로 비쳐 충격을 받았다”며 “지방선거 출마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후보 등록 마감을 이틀 남긴 시점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선거법 위반을 우려해 불출마를 선언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박한기 정의당 고양시의원 후보(후보 페이스북)와 박홍엽 바른미래당 용산구청장 후보(후보 인스타그램).
최근 언론의 관심이 쏠린 가족이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각기 다른 정당 소속으로 지방선거에 나섰다. 아버지는 바른미래당의 서울 용산구청장 박홍엽 후보, 아들은 정의당의 경기도 고양시의원 박한기 후보다. 박한기 후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로의 소속 정당이 다르다보니) 저는 아버지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가지 못했고, 아버지도 오는 5월 27일 저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못 오신다”며 “서로 못 가고 모바일로 응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한기 후보는 아버지와 다른 정치 노선을 걷고 있는 것에 대해서 “사회가 다원화되고 있고, 다양한 정치 신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버지는 아들인 제가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것을 존중해주셔서 큰 마찰이 없었고, 그 덕분에 각자 다른 정당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서로 소속된 정당은 다르지만, 공적 책임과 소명의식, 공동체를 위해 기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역할에 대한 의식은 (아버지와 저 모두) 똑같다”고 했다.
또한, “저는 바른미래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께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의 아버지를 응원한다. 용산구 주민들의 아버지의 진정성을 알아주실 거라 믿는다”며 “아버지, 선거 잘 마치고 찾아뵙겠습니다. 힘내십쇼”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