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의혹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3월 17일 한남대 교정에서 대학생과 대화를 나누는 허태정 후보. 사진=일요신문 DB
허태정 후보는 5월 15일 대전 서구 둔산동 선거사무소에서 10대 공약 발표 기자회견 뒤 발가락 훼손 의혹을 묻는 언론의 질문에 “1989년의 일이라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모든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허위 사실이다. 허위 사실이 계속 유포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장애를 가진 저에 대한 폭력”이라고 했다.
송행수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즉시 논평을 내며 “허태정 후보는 소망병원에서 검지발가락은 치료에 성공했지만 엄지발가락은 완전한 치료에 실패해 일부가 손실됐다”며 “장애등급 판정을 받을 때도 문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발가락이 잘렸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허태정 후보의 해명은 쌓여가는 의혹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자신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당이 나서서 경위를 성명으로 발표한 점에 대해서도 의심이 눈초리가 쏟아졌다. 허 후보는 5월 24일이 돼서야 “1989년 7월 대전 대덕구 대화동 공사현장에서 엄지발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 평생 장애를 갖고 있다. 당시 사고로 인근 소망병원에서 2주 정도 입원한 기억이 있다”고 스스로 해명했다.
허태정 후보 쪽 관계자에 따르면 허 후보는 2002년 9월 대전 계룡병원에서 6급 1호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뒤 대전 서구 도마1동사무소에 장애인 등록을 완료했다. 문제는 6급 1호가 상체 절단장애나 상체 관절장애를 가진 사람이 받는 급수•호수란 점이다. 장애등급은 보건복지부의 장애등급판정기준에 따른다. 보건복지부는 장애를 6가지 급수로 나눠놨다. 각 급은 1호~5호 등 호수로 세분화돼 있다.
장애등급판정기준에 따르면 발가락 부위 손실 등으로 받을 수 있는 지체장애 등급은 5급 4호가 유일하다. 5급 4호는 양쪽 발의 엄지발가락 관절 이상 부위, 즉 둥근 살집 부분을 모두 잃은 상태에서 다른 모든 발가락 첫 관절 이상 부위를 잃은 사람만 받을 수 있다. 허태정 후보가 6급 1호를 받았던 2002년 기준도 마찬가지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발가락 1개 손실로는 장애등급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허태정 후보가 장애등급을 받던 2002년 당시 장애등급을 받는 절차는 현재와 달리 비교적 간소했다. 의사가 장애등급을 내린 진단서를 가지고 지자체에 신고하면 장애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정부는 2011년 국민연금공단이 장애등급을 심의하고 판정하도록 절차를 깐깐하게 바꿨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의사의 진단서만 가지고도 장애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허위로 장애등급을 받는 일이 많아 2011년부터 국민연금공단이 장애등급을 심의하도록 바뀌었다”며 “2002년이나 지금도 발가락 1개 손실로는 장애등급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허태정 후보 쪽 관계자는 “계룡병원 원장이 하지절손으로 6급 1호 장애인 진단을 내린 거다. 의사가 진단 뒤 발행한 진단서를 근거로 장애 등록을 마친 건데 문제될 게 없다. 발가락 1개 손실로 장애등급을 받을 수 없다고 한 보건복지부 담당자 이름을 대라”며 “장애를 가진 사람은 다치자마자 장애진단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애등급을 받으면 바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큰 사고를 겪은 사람은 대부분 지자체에 장애인 등록을 마쳐 최대한 빨리 정부 지원을 받으려 노력한다. 사고로 장애인이 된 한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사고를 당해 장애를 갖게된 사람 대부분은 3개월~6개월 안에 장애인으로 등록을 마치고 정부의 도움을 받으려고 애쓴다”고 했다.
허태정 후보가 1989년에 발생한 사고를 가지고 왜 13년이 지난 뒤인 2002년이 돼서야 장애등급을 받았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허 후보 쪽 관계자는 “허 후보는 2002년 9월에 장애진단을 받았다. 그때는 정치도 안 하던 때였다. 장애진단과 정치는 무관하다”며 “청와대를 간 건 장애인 할당이 아니었다. 일반 할당으로 갔다. 지역추천이었다. 장애와 관계 없다”고 말했다. 허 후보는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경선 캠프 출신이다. 노 전 대통령 경선 캠프는 2002년 2월부터 조직됐다.
허태정 후보는 1965년에 태어나 충남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경선에 뛰어들며 정치에 입문했다. 2003년부터 청와대 행정관으로 2년간 근무했다. 과학기술부총리 정책보좌관도 지낸 바 있다. 2010년과 2014년 대전시 유성구청장에 당선됐다. 이번 지방선거 때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로 나섰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의료 기록 조작 혐의로 구속됐던 허태정 후보 집도의 허태정 후보 엄지발가락을 수술하고 진단서를 발행했던 의사가 의료 기록 조작 등의 혐의로 구속된 바 있었다고 드러났다. 허태정 후보는 1989년 징병검사에서 오른쪽 엄지발가락 결손 이유로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다. 병무청은 신체검사 때 신체 손실을 증명하려면 결손 치료 기록과 질병발병경위서를 지참해야 한다고 이른다. 허 후보는 대전 대덕구 대화동의 소망병원에서 발행 받은 병역 진단서를 근거로 병역 면제 처분을 받았다. 소망병원은 당시 수백 건의 의료 기록 조작 등 부정적인 의료 행위로 문제가 됐던 곳이었다고 드러났다. 대전지검은 1990년 2월 14일 환자의 의료 기록을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당시 소망병원 원장 A 씨(62)를 구속했었다. 검찰에 따르면 A 원장은 당시 산업재해로 엉덩이뼈가 부러져 입원한 환자 임 아무개 씨(62)의 진료 기간을 늘려 적은 의료 기록으로 노동부에 허위 진료비를 받아 낸 혐의를 받았다. 1988년 1월 1일부터 2년 동안 병원을 찾은 산재환자 646명 가운데 589명의 의료 기록을 조작해 1115만여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도 추가됐었다. A 씨가 의료 기록을 조작해 부당이득을 올리던 시기에 허태정 후보는 A 씨의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병역 진단서를 발급 받았다. 1989년 허태정 후보에게 군 면제 진단을 했던 소망병원과 2002년 장애 진단을 내린 계룡병원은 모두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일요신문’은 25일 가까스로 경기도 성남시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옛 소망병원 원장 A 씨를 찾았다. 허태정 후보를 아냐는 첫 질문에 A 씨는 처음 “허태정? 누구?”라고 말했다. A 씨는 경기도 성남시 충청향우회장을 지냈던 사람이었다. A 씨는 곧 “대전시장 그 사람인가?”라며 “30년 다 돼가는 일을 기억할 사람은 없다. 의무기록은 10년이면 소각해 처리한다. 소망병원 근무 당시 산재뿐만 아니라 병역 진단서도 수없이 발급했다. 허 후보 관련 병역 진단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