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 많아요”
메익틸라 호숫가에 선 퓨퓨.
[일요신문] 퓨퓨가 첫 출장을 떠납니다. 저희 회사 직원과 함께. 퓨퓨는 회사 매니저이자 두 아들의 엄마입니다. 고향은 양곤입니다. 오늘 여행의 목적은 한국어 교육 실태를 조사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두 도시를 가게 됩니다. 한 곳은 중부도시 메익틸라(Meiktila), 한 곳은 서부 도시 마궤(Magway)입니다. 메익틸라는 한국어 교육 열풍이 강한 지역이고, 마궤는 한국어 보급이 아주 취약한 지역입니다. 이 두 도시를 통해 우리 말과 글을 보급하는 방법을 강구하게 될 것입니다. 퓨퓨의 가방에는 한국을 알리는 여러 교육자료와 팸플릿이 들어 있습니다. 직원들은 음악을 들으며 쉴 새 없이 깔깔거리며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메익틸라에서 한국문화를 공부하는 청년들.
메익틸라 톨게이트를 지나자 국도에 들어섭니다. 여긴 여름의 끝자락이라서 붉고 노란 꽃들이 지기 시작하고, 들판은 더욱 진한 초록빛입니다. 마을 어귀에는 여름에 활짝 피는 주황색 세인빤 나무가 아름답습니다. 여기선 꽃이나 열매에 ‘다이아몬드’란 뜻의 ‘세인’이란 이름을 많이 씁니다. 메익틸라로 들어서자 큰 호수가 펼쳐집니다. 길이 약 11km의 메익틸라 호수입니다. 고요한 호수 주변으로 식당, 호텔, 상점, 시장 등이 형성된 마을입니다. 호반의 도시입니다. 큰 호수 곁에 작은 호수가 또 하나 붙어 있지요.
아웅산 수지 여사가 신혼여행을 왔던 운진호텔.
이 도시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몇 가지 유명한 게 있습니다. 우선 미얀마 지리상 가장 정중앙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그래서 주요 공군기지가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는 최대의 격전지여서 일본군이 2만 명 이상 사망한 곳입니다. 5년 전에는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무슬림 인구가 많은 지역인데, 불교도와의 갈등으로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도시의 화재로 이재민과 사망자가 속출했습니다. 그래도 이 도시는 오래전 아웅산 수지 여사가 호숫가 호텔로 신혼여행을 온 고요한 도시입니다. 그 호텔은 이제 현대식으로 바뀌었습니다.
한국정부가 세운 마궤의 기술전문학교는 자동차와 컴퓨터를 특성화했다.
마궤는 마궤 구(Division)에 있는 주도입니다. 이 지역은 석유가 나는 곳입니다. 하지만 척박한 농촌지역입니다.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5시간 걸립니다. 이 도시에 있는 기술전문학교를 방문합니다. 한국정부가 이 나라에 세운 두 곳 중 한 곳입니다. 실습실과 기숙사 시설이 아주 좋습니다. 지역 청년들이 자동차, 컴퓨터 분야 등을 배웁니다. 1년 과정이므로 기초과정이라고 봐야 합니다. 한국에 연수를 가서 더 공부하고 싶지만, 한국어조차 누가 이 먼 곳으로 와 가르치기 어렵습니다.
마궤의 기술전문학교 마당에 있는 조형물. 미얀마 국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보인다.
퓨퓨가 이제 돌아갈 시간입니다. 짧지만 긴 여행이었습니다. 한국어에 대한 여러 실태를 알게 되었습니다. 메익틸라에는 수백 명의 청년들이 모여 공부하는 곳도 있지만, 그 발음을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 자동차 기술을 배우는 청년들에겐 가르칠 선생님조차 없습니다. 퓨퓨는 한국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제주도를 한번 꼭 가고 싶어 했습니다. 제주도 성산 일출봉과 맑고 푸른 서귀포 해변. 퓨퓨가 그 동영상을 보고 있습니다. 끝없이 넓은 마궤의 들판에는 발갛게 석양이 지고 있습니다. 모두 말없이 들판의 파인트리를 바라봅니다. 문득 성산포의 일몰이 그립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름에는 퓨퓨를 제주도로 휴가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