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여름, 구름 속의 산책
산정상으로 마을이 이어진다.
자우는 인도와의 국경마을입니다. 국경을 가로지르는 강 이름도 자우이고 양국 마을이름도 자우입니다. 두 나라가 같은 자우를 드나들며 토속품이나 사탕수수, 감자, 양파마늘 등을 사고팝니다. 최근 이웃나라 인도에서 자우마을에서 깔레이까지 연결하는 도로를 내주겠다고 해 산간마을 주민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물소머리를 내건 마을의 집.
평야를 떠난 밴은 오르막 산길을 꼬불꼬불 쉬지 않고 오릅니다. 아래로는 수백미터 낭떠러지 길이라 내려다보면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우기 때 사고가 많이 나기도 했습니다. 몇 개의 산을 넘고 정상에 오르자 구름이 발아래 떠다닙니다. 케네디 마운틴의 정상입니다. 드넓은 평야에 세워진 미얀마 대도시에선 느껴보지 못한 자연풍경입니다. 여름인 데도 바람이 차갑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간 씨엔삐양. 중심가 점포에서 일한다. 오른쪽 사진은 대학생이 되고 방학을 맞아 가족을 만난 산룬. 왼쪽에서 두 번째다.
다시 내리막을 달려 오지인 띠딤 마을에 도착합니다. 이 마을에 한국어학당을 세우기 위해 조사차 잠시 머뭅니다. 이 마을 청년들은 말레이시아, 태국 등지에 난민으로 많이 떠났습니다. 요즘은 한국으로 가고 싶은 청년들이 많아 이곳에 무료 한국어캠프를 만들 계획입니다. 지금은 방학이라 이 마을엔 양곤에서 공부하다 먼 고향까지 온 학생들이 있습니다. 아는 학생들은 만나볼 예정입니다.
띠딤 정부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니앙누엄이 우리 일행들에게 깻잎 담그는 법을 배우고 있다.
대학생인 산룬과 니앙이 방학을 맞아 오랜만에 가족을 만났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양곤 빈민공동체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몇 년을 가족과 떨어져 지냈습니다. 마을 중심가에는 양곤에서 고향으로 돌아간 씨엔삐양과 하우리앤이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합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만나봅니다. 씨엔삐양은 벽돌과 시멘트 등을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많이 컸습니다. 엄마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저 멀리 케네디 피크가 보인다.
돌아가는 길, 산의 정상 케네디 피크(Peak)입니다. 산들이 겹겹이 산 그림자를 드리우며 뻗어있고, 저 멀리 학생들의 고향마을이 보입니다. 어디서, 어떻게 생겼는지 그 역사를 깊이 알 길이 없는 산간마을. 영국 빅토리아 시대가 남긴 이름의 산 정상에서 보고픈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
산간마을 주민들은 나무 때는 재래식 화덕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