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세 노인에도 ‘세상의 빛’ 선물
한국의 안과수술팀이 미얀마 북부 미찌나의 병원에서 주민들을 진료하고 있다.
[일요신문] 미얀마 북쪽의 외진 도시 미찌나(Myithyina)입니다. 오늘 새벽부터 이곳 한 병원 건물 앞에는 수백 명의 안과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아 부축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곳에 한국의 안과수술팀이 왔습니다. 매년 이 나라를 찾아온 안과 봉사활동(Eye Operation Service)입니다.
이번에 1000여 명의 안과 환자들을 진료했다. 가운데가 김명신 총재로 이번 봉사활동을 주도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안과수술은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고도의 장비들과 약품이 한국에서 운반되어야 합니다.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술자, 통역과 자원봉사자가 구성되어야 합니다. 고도의 기술과 물자 지원이 필요합니다.
미찌나는 한국과도 관련이 깊은 곳입니다. 중국 국경과 가까운 도시여서 최근 탈북민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루트로 쓰기도 합니다. 전쟁 시기엔 일본군 위안부가 집중적으로 파견된 곳입니다. 미얀마 지역엔 3200여 명의 위안부가 있었는데, 그중 2800여 명이 조선에서 온 소녀들이었습니다. 최전선인 미찌나에 가장 많았습니다. 전쟁 직후 그 소녀들이 어디로 갔는지, 그 생사의 흔적을 찾을 길이 없습니다. 집단 총살되거나 숨어있던 참호 속에 수류탄을 넣어 참사시켰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역사적인 장소에서 안과수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봉사와 함께 내년에는 이곳에 ‘조선소녀들을 위한 추모비’를 세우는 행사도 같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눈수술을 끝낸 105세 노인. 가족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번 방문에는 시타구(Sitagu) 재단 병원의 협력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이 나라 국민들이 존경하는 시타구 종정스님이 가난한 이를 위해 운영하는 병원입니다. 또 이번에 105세 된 노인이 앞을 보게 되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우리의 최신기법은 수술 후 안경을 쓰지 않도록 최고급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입니다. 재래방식의 수술은 8mm를 집도하지만 우리 기술은 2mm로 마무리됩니다.
안과 봉사팀. 이들 중엔 20년을 봉사한 분도 있다.
2014년부터 해마다 이어진 안과 봉사. 보지 못하는 이에게 세상을 다시 보게 한 선물. 미찌나의 많은 가족들을 울렸습니다. 환자들이 너무 밀려와 6월의 일주일은 너무나 짧았습니다. 사람들은 한국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미찌나의 눈물을 닦아준 것처럼, 다시 찾는 내년에는 ‘조선에서 온 위안부 소녀들의 눈물’도 닦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