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들 뭐야~ 은색 양동이가 똑같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환자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관련 병원 건립 기부금 마련을 위해 미국에서 처음 시작한 캠페인이다. 참가자가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미션을 수행한 뒤 다음 주자로 3명을 지목해 “24시간 안에 도전을 받아들이고 얼음물을 쓰든지, 100달러를 관련 단체에 기부하라”고 촉구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에 나서는 대부분의 인사들은 얼음물도 뒤집어쓰고 기부도 한다.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재미있는 선행’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는 SNS 덕분이다.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사회적인 운동으로 자리 잡았고, 동시에 루게릭병에 대한 인식과 이를 돕자는 움직임으로도 확대됐다.
‘휴먼 다큐’ 사람이 좋다‘ 방송 화면 캡처.
4년 전 열풍처럼 번진 이 캠페인이 최근 국내서 다시 시작된 데는 이유가 있다. 가수 션과 루게릭병 투병 중인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코치 출신의 박승일 선수가 10년간 나눈 믿음과 우정의 결과물이다.
# 출발도, 재확산도, 가수 션으로부터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2014년 6월 30일 미국에서 시작됐다. 당시 보스턴 칼리지의 야구선수 피트 프레이츠가 자신의 SNS에 골프선수 크리스 케네디가 루게릭병에 걸린 자신의 조카를 위해 얼음물 샤워를 하는 동영상을 올린 게 출발이다. 이후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할리우드 스타는 물론 빌 게이츠 같은 미국 저명인사들로 확산됐고, 가수 팀이 미국인 지인의 추천으로 이를 실행한 뒤 다시 션을 지목하면서 국내에 본격 정착했다.
평소 꾸준한 기부활동과 사회참여 운동을 펼쳐온 션은 2009년 박승일 선수와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루게릭병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오던 터였다. 이 병에 대한 사회적인 환기의 필요성을 공감한 것은 물론 루게릭요양병원건립을 돕겠다고도 약속한 과정이 몇 차례 공개돼 주목받기도 했다. 그렇게 힘을 합친 두 사람은 2011년 7월 승일희망재단을 설립했다. 박승일 선수의 이름을 딴 이 재단은 루게릭병을 치료하는 요양병원 건립을 위한 첫 출발이었다.
2014년 션이 국내에서 시도한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실제로 루게릭병은 물론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을 향한 관심을 촉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에 힘입어 승일희망재단은 최근 루게릭요양병원을 위한 부지를 매입했고, 션은 이를 자축하기 위해 5월 29일 박승일 선수와 다시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실행했다. 박승일 선수가 루게릭병을 앓기 시작한 지 16년 만이자, 션과 박 선수가 함께 재단을 설립한 지 7년 만에 거둔 성과다.
션의 지목을 받은 박보검이 흔쾌히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했다. 사진 출처=유튜브
션의 재도전에 많은 스타들도 동참하고 있다. 4년 만에 다시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션은 “2014년 아이스버킷 챌린지와 루게릭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며 “2018년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시작한다. 대한민국 최초의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을 위해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배우 다니엘 헤니와 박보검 그리고 소녀시대 출신 배우 수영을 다음 주자로 지목했다. 저마다 폭발력이 강한 스타들인 만큼 이들이 나란히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하자, 순식간에 연예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이에 동참한 스타는 아이유와 서현, 송은이, 박나래 등 100여 명을 훌쩍 넘겼다.
#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만든 각양각색 풍경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SNS가 만들어내는 가장 선한 영향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SNS가 없었다면 국경을 넘나드는 이런 사회참여 캠페인이 일어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얼음을 뒤집어쓰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하는 과정도 대중의 흥미를 당기는 요인이다. 물에 흠뻑 젖은 채 루게릭병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유명인의 모습에서 진솔한 마음이 전해지기도 하고, 동시에 또 다른 인물을 지목하는 과정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더욱이 SNS라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 힘입어 아이스버킷 챌린지 확산은 더욱 속도를 내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힘입어 실제 연인인 방송인 전현무와 모델 한혜진은 나란히 서서 얼음물을 뒤집어쓴 채 루게릭병을 향한 관심을 촉구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SNS의 순기능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때때로 스타들의 SNS가 논란을 유발하고 악성댓글 등 문제를 심화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하지만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있어서만큼은 그 확실한 가치를 증명해 보인다. 사회적인 이슈,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 문제에서 스타와 SNS가 만들어내는 폭발력이 다시금 확인된 계기가 된다는 평가 역시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엉뚱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아이유로부터 아이스버킷 챌린지 다음 주자로 지목된 연기자 강한나의 상황은 그야말로 ‘웃기면서도 슬픈’ 지경이다. 강한나는 그동안 대만의 청춘스타 왕대륙과 꾸준히 열애설에 휘말려왔다. 중국에서 함께 데이트를 즐기는 사진이 파파라치에 찍히기도 했고, 이탈리아 로마 여행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불거진 열애설만 세 차례에 이르지만, 이와 관련해 양측은 ‘친한 친구사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양동이가 닮았네~’ 아이스버킷 챌린지 당시 사용한 은색 양동이가 비슷해 4번째 열애설에 휘말린 강한나와 왕대륙. 사진 출처=강한나, 왕대륙 인스타그램
엉뚱하게도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두 사람의 열애설에 신빙성을 더한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말았다. 강한나는 아이유의 지목에 따라 이를 실행한 뒤 다음 주자로 자신의 열애설 대상인 왕대륙을 선택했다. 세간의 의혹 어린 시선에 맞선 과감한 선택으로 보였다. 제안을 받아든 왕대륙 역시 곧장 캠페인을 실행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거기서 또 터졌다. 강한나가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실행할 때 사용한 은색 양동이가 왕대륙이 쓴 것과 같은 제품이라는 의심 어린 시선 속에 두 사람은 4번째 열애설에 휘말렸다.
이래저래 화제의 연속인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당분간 그 열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나의 선행이 누군가의 선행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에서 스타는 물론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진 여러 인사들로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사건사고로 자주 얼룩지는 연예계에서 오랜만에 선한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는 사실은 반갑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