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해외 인기 ‘역수입’…빌보드 차트인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 주목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차트를 종횡무진하며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난 5월 29일(현지 시간) 빌보드가 발표한 메인 싱글차트인 ‘핫 100 차트’에 방탄소년단의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의 타이틀 곡 ‘페이크 러브(Fake Love)’가 10위로 진입했다. 첫 차트 진입이 10위인 것은 빌보드 차트에 진입했던 K팝 가수들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성적이다.
K팝 가운데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이름을 올린 가수는 단 넷뿐이었다. 연도별로 원더걸스(2009년 76위), 싸이(2012년 64위), CL(2016년 94위), 방탄소년단(2018년 10위) 순이다. 싸이의 경우는 2012년 ‘강남스타일’로 첫 진입 64위 후 7주간 2위를 지켰던 바 있다. 이듬해 발표한 ‘젠틀맨’은 12위로 진입한 뒤 5위를 찍고 내려왔다.
앨범을 다루는 또 다른 빌보드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방탄소년단의 앨범은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보여줬다. 핫 100 차트와 빌보드 200을 둘 다 석권하는 것 또한 한국 가수 중 최초다. 지난 2016년 10월 발표했던 정규 2집 ‘윙스(WINGS)’가 같은 차트에서 최고 26위, 2017년 9월 발표된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가 7위를 기록했던 것도 당시 기준으로 K팝 빌보드 기록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였다. 계속해서 자신들의 기록 깨기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방탄소년단의 성장은 이제까지 발표한 앨범의 빌보드 순위 상승세에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이들의 빌보드 첫 진입은 2015년 ‘화양연화 pt.2’의 빌보드 200차트 171위였다. 이 앨범은 빌보드 연간 앨범 차트에서도 9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6개월 만에 발표한 스페셜 앨범 ‘화양연화 영 포에버(Young Forever)’가 64계단 상승한 107위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의 곡 ‘Fake Love’가 6월 둘째주 빌보드 ‘핫 100’ 차트에 10위로 첫 진입했다. 6월 둘째 주인 9일 기준으로는 51위로 다소 하락폭이 큰 편이다. 사진=빌보드 차트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는 빌보드 200 7위, 핫 100에서 수록곡인 ‘DNA’와 ‘Mic Drop remix‘가 각각 67위와 28위를 최고 순위로 기록했다. 특히 빌보드 200에서는 29주, 핫 100에서는 각각 4주와 10주 차트 인을 유지하면서 단순히 반짝 인기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상승세 기록은 월드스타로 꼽힌 싸이를 이어 K팝 역사상 두 번째다. 그러나 ‘강남스타일 신드롬’으로까지 불렸던 싸이의 인기와 비견되다 보니 국내와 해외의 반응이 다소 다른 것을 두고 괴리를 느끼는 대중들도 있다.
싸이의 경우는 그의 인기를 실감하게 해줄 상징이 뚜렷했다. ‘강남스타일’이 독자적으로 해석한 말춤이 전 세계에서 유행했고, 한국은 잘 알지 못해도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 가사만큼은 유창하게 따라 부르는 외국인들이 즐비했다. 이렇다 보니 외국인들을 향한 국내 언론인들의 단골 질문이 ‘두 유 노 김치’에서 ‘두 유 노 싸이’로 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반면 방탄소년단의 경우는 해외에 비해 국내 대중들에게 정확하게 어필하고 있던 포인트가 다소 불분명하다는 의견이 따른다. 해외에서 몰아치고 있는 그룹의 인기가 국내 일반 대중들에까지 아직은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것. 싸이가 팬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정도의 인지도를 자랑했다면 방탄소년단에게는 아직까지 팬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아이돌 그룹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LOVE YOURSELF 轉’이 지난달 30일 발표된 빌보드 메인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사진=빌보드
이에 대해 한 방송계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은 해외 시장을 가장 영리하게 이용할 줄 아는 ‘역수입 그룹’이라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SM-YG-JYP의 인기 아이돌들은 국내에서 먼저 인지도를 형성하고 그 인기를 발판으로 해외로 향했지만, 방탄소년단의 경우는 중소기획사의 내수 한계를 역이용해 해외에 먼저 눈도장을 찍었다”며 “특히 2015년 ‘화양연화’ 앨범 발매시기에 해외 팬덤의 결집이 시작됐고, 이러한 해외 인기가 국내에 역수입이 됐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데뷔 초기 2년간 국내에서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지만, 2015년 중후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인기 몰이에 나섰던 바 있다. 국내 언론도 주요 외신들이 앞 다퉈 방탄소년단의 앨범 성적을 보도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에서야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앞선 관계자는 “싸이와 방탄소년단은 한국어로 낸 곡으로 빌보드 메인 차트 순위권에 올라 그 의미가 더욱 깊다고 생각한다”라며 “특히 방탄소년단은 해외 시장에서 한국어로 된 노래만으로도 충분히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얼마나 오래 차트 인을 유지할 것인지다. 앨범 발표마다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온 그룹인 만큼 가장 높은 성적을 보인 이번 앨범은 또 다른 기록 깨기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