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 ‘제주도 물’로 생수시장 지존 등극
지난 8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생수를 고르고 있다. 고성준 기자.
식품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1000억 원대였던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7000억 원대로 성장했다. 올해는 이변이 없는 한 시장 규모가 8000억 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며 2020년에는 1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식품업계는 국내 생수 시장이 커피 시장과 함께 전체 음료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칠성의 지난 1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전체 매출 가운데 먹는샘물 비중은 8.5%에 달한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이 자사 브랜드인 아이시스 등을 판매해 거둔 수익은 444억 원으로 전년 동기(417억 원) 대비 6%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칠성의 지난해 먹는샘물 매출은 1812억 원이다. 롯데칠성은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 증가, 음용의 편리성 등으로 생수 제품 소비가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광동제약은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 1위인 제주삼다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 1분기 삼다수만으로 45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광동제약 전체 매출 가운데 삼다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8.1%에 달한다. 지난해 광동제약은 삼다수 판매로 1917억 원을 벌었는데 올해는 판매액이 2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LG생활건강도 지난해 11월부터 삼다수 판권을 가진 제주도개발공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호텔 등 업소에 먹는샘물을 납품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펌 닐슨코리아가 국내 생수 시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광동제약은 41.5%의 시장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롯데칠성(11.3%)과 농심(7.5%)은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이들의 시장 점유율 합은 60%에 이르렀다. 그러나 해외시장에선 아직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롯데칠성은 해외 수출로 9억 8000만 원을, 광동제약은 그보다 작은 2억 4000만 원을 벌어들였다. 농심은 중국 시장을 겨냥해 2015년 옌볜에 생산기지(연변농심)를 짓고 자사 브랜드인 백산수를 만들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변화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히려 연변농심 매출은 2016년 504억 원에서 2017년 413억 원으로 감소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중국 생수시장 매출액은 최근 5년간 15%가량 늘었다. 전체 시장 규모는 25조~26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미 중국에는 ‘프리미엄 생수’로 불리는 천연광천수와 천연수가 대형 슈퍼마켓, 수입마트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내 소비자에게도 익숙한 에비앙, 페리에 등 브랜드가 매년 판매 규모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생수 수입액은 전년 대비 26.5% 증가한 6570만 달러(한화 약 700억 원)를 기록했다. 점유율 부동의 1위는 프랑스로 전체 수입액의 66%가량이 에비앙 등을 수입하는 데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중국보다 먼저 프리미엄 생수를 수입했다. 1994년 국내 첫선을 보인 에비앙은 프랑스 식품기업 다논이 만든 프리미엄 생수 브랜드다. 유통 채널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에비앙은 일반 생수에 비해 2~3배가량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소매점에서 에비앙은 330㎖ 1병 가격이 1300~1500원, 또 다른 프리미엄 생수인 피지워터도 330㎖ 1병이 1500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용량 대비 맥주나 기름보다 비싼 값에 팔리는 셈이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사치’라는 인식이 강했던 프리미엄 생수는 건강과 자기관리에 민감해진 시대 문화, 육아산업의 비약적인 발전 등과 맞물려 점차 판로를 확대하는 추세다. 식품업계 일각에선 과거 소수 상류층만 프리미엄 생수를 소비했다면 앞으로는 중산층까지 소비가 확대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대다수 소비자가 스타벅스 커피를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지 않느냐”며 “과거에 비해 소비자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해외 제품을 취급하는 유통채널이 늘어난 것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광동제약은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 1위인 제주삼다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 1분기 삼다수만으로 45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광동제약 전체 매출 가운데 삼다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8.1%에 달한다. 사진 삼다수 생산 라인. 일요신문 DB.
환경부가 공개하는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체 등록현황’에 따르면 2017년 12월 기준 국내 등록된 해외 생수 수입업체는 84곳이다. 이 가운데는 에비앙을 수입하는 롯데칠성, 이랜드리테일, 프랑스의 또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 볼빅을 수입하는 CJ헬스케어 등 대기업이 눈에 띈다. 신세계푸드는 오세아니아 섬나라 피지가 원산지인 피지워터를 수입하고 있다. 이밖에 파리크라상, 아워홈 등도 프리미엄 생수를 수입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 옛 동아원(현재 사조그룹에 인수)도 해외 생수 수입업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생수는 백화점 등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되지만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 등 제한된 업소에서만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앞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 판매로 이익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호텔 또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소량이지만 프리미엄 제품을 수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외에 해외 생수를 수입하는 업체 절반가량은 직원 10명 남짓한 중소기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무역업을 영위하며 생수 외에 다양한 수입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생수 수입국은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러시아,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캐나다, 일본, 네팔 등 각양각색이다. 이 가운데 주식회사 일경과 한설무역은 ‘일경금강수’, ‘릉라888금강산샘물’ 등 북한에서 물을 수입하는 업체로 등록돼 있다.
그러나 생수 시장을 바라보는 업계 안팎의 시선이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환경 파괴와 자원 낭비다. 해외 생수 브랜드는 저마다 청정지역에서 나온 물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뒤집어보면 지구 반대편의 소비자를 위해 청정지역의 환경을 파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바다 건너 생수를 운반하는 데 드는 물류비는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남는다. 생수가 담긴 페트병은 재활용률이 낮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정부는 페트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영국 BBC방송은 “에비앙 등 프리미엄 생수의 수질을 분석한 결과 플라스틱 소립자가 함유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도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