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부담 눈덩이, 적자 수백억…주주들 “밑 빠진 독 돈 붓기” 자본 확충도 쉽지 않아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개시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앞날이 암울하다.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 적자는 쌓이고
케이뱅크는 지난해 845억 원 순손실에 이어 올 들어 1분기까지 영업수익(매출액) 137억 원에 18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총자본비율은 13.48%로 지난 연말 대비 4.6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045억 원 적자를 기록한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말 영업수익 778억 원, 순손실 53억 원의 성과(?)를 보였다. 총자본비율은 전년 동기 13.74%에서 10.96%로 떨어졌다. 은행권 최저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이후 3년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을 8% 이상만 충족하면 된다. 하지만 3년 후부터는 기준이 강화돼 14% 이상이어야 한다. 현재 수준이면 ‘낙제’다. 흑자를 내지 못하면 자본을 더 늘려야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 돈 벌기는 쉽지 않고
영업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저렴한 각종 서비스 비용 탓에 수수료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카카오은행의 지난해 수수료 비용은 553억 원으로 연간 영업수익(689억 원)의 80%를 넘는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수수료 비용으로만 108억 원을 지출했다. 수수료 수익(22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은 물론 주력부문인 순이자손익(134억 원)의 80%에 달한다. 그럼에도 카카오은행은 최근 ATM 출금수수료 ‘0원’ 정책을 1년 연장했고, 케이뱅크도 곧 이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저소득층 ATM 수수료 감면 등을 성사시켰고 당국이 ATM 수수료 구조를 들여다보겠다고 한 와중에 무료였던 수수료를 유료로 돌리겠다고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무료를 유료로 전환할 때 고객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는 최근 카카오은행에 대해 “인력 영입 비용, 영업 초기 판매관리비와 기타 영업비용이 많이 필요한 시점으로 당분간 이익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고금리 장사하나” 비난
1분기 카카오은행의 순손실이 케이뱅크보다 크게 적었던 것은 최근 예대마진을 빠르게 확대했기 때문이다. 예금이자를 시중은행보다 더 많이 주기는 하지만 대신 대출이자 역시 더 높여 받은 결과다. 카카오뱅크 평균금리는 대출이 3.82%, 예금이 1.69%다. 예대금리차는 무려 2.13%포인트로 작년 말(1.93%) 대비 0.2%포인트나 벌어졌다. 일반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82~1.92%포인트다. 신용대출 비중이 높다지만 카카오뱅크도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주로 고신용자가 주된 영업대상이다. 수수료 혜택 상당 부분을 이자로 챙기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대출 가산금리 산정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며 “감독당국이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축소를 이뤄낸다면 인터넷은행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마진이 줄어들면 또 주주들에 기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자본 확충 어려움
‘고리대 영업’ 비난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행들이 이자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본부담 때문이다. 자본금 3000억 원으로 시작한 카카오은행은 영업 개시 두 달도 안 돼 5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분율(58%)만큼인 2900억 원을 출자했다. 하지만 한국금융지주는 올 4월 다시 1860억 원을 출자해 보통주와 우선주 3720만 주를 인수했다. 출범 1년도 안 돼 출자액이 두 배 이상 늘어 6500억 원에 달한다. 흑자를 내서 자체적인 자본축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외부 수혈에 의지한 결과다.
그나마 카카오뱅크는 최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가 금융주력자여서 출자제한이 없다. 돈만 있으면 지분을 늘릴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금융지주는 우선주 출자를 거부하는 등 한결 신중해진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케이뱅크의 최대주주 KT는 산업자본이다. 은산분리 완화 없이는 출자한도가 4%(보통주기준)를 넘지 못한다. 주주 구성이 복잡해 4%짜리 최대주주로는 주주 설득도 어렵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는 최근 15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하는데도 주주 간 의견 조율에 상당히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 금융 불안 초래할 수도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지난해 카카오뱅크 출범에 즈음해서 “기존 은행에 비해 고객 신용 정보 축적이 취약한 인터넷전문은행의 개인대출은 상대적으로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대주주의 자본확충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금융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영준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역시 당시 “지난 3년간 금융시장에 대형 사고가 없었다고 안주하면 안 된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 대형 사고의 전초가 되지 않도록 소비자보호나 건전성 관리 등에서 당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인터넷전문은행의 생존을 담보할 방법은 총자본비율 규제를 완화하거나 산업자본의 은행소유한도를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 면허가 아니라 일반은행 면허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한국금융지주의 출자한도도 없다. 따라서 전자의 경우 인가 과정에 이어 또 다른 특혜 시비를 일으킬 수 있다. 후자는 법 개정이 필요한데 여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