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윤경혁 일병. 사진=국방부
- 북·미 공동발굴 유해, 1만 5000km 돌아 고국으로
-유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 호국의 영웅 신원확인 결정적 역할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19일 오전, 1950년 11월 미 1기병사단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故 윤경혁 일병(1923년생)의 아들 윤팔현(68세, 대구 달성군)씨의 자택을 방문, 전사자 신원확인 통지서와 국방부장관 위로패 등을 전달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가졌다.
행사에는 국유단 단장, 책임지역 군 관계자, 대구 달성군수, 유가족 등 30여명이 참석해 나라를 위해 희생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을 위로 했다.
이번 6·25전사자 신원확인은 2000년 유해발굴 첫 삽을 뜬 이후 128번째며, 북·미 공동발굴에 의해 국군의 신원이 확인된 5번째 유해다.
故 윤경혁 일병은 1923년 대구시 달성군 사사읍 문산리에서 3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이후 1950년 8월경 28세의 나이로 위기에 처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입대했으며, 미 1기병사단(카투사)으로 배치 받았다. 당시 윤 일병은 아내 노상금씨와 1944년 결혼해 슬하에 2남 1녀를 낳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윤 일병이 전사할 당시 아군은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전쟁 주도권을 장악하고 총 반격작전을 개시했으며, 10월 1일부 38선을 넘어 북한지역까지 진격, 국토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크리스마스 공세(1950.11.24)를 시작해 첫날 8∼15Km까지 진출했으나, 11월 25일부터 중공군의 강력한 압박을 받았고, 결국 38도선까지 전면철수를 해야만 했다. 윤 일병은 이러한 과정에서 전사(1950.11.28)한 것으로 추정된다.
윤 일병의 유해는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2001년 북한 평안남도 개천지역에서 북·미 공동발굴에 의해 미군 유해에 섞여 발굴됐다. 미국은 1996~2005년 6·․25전사자에 대한 북한과의 공동발굴을 통해 다수의 유해를 발굴한 바 있다. 이렇게 발굴된 유해는 미국 하와이에 있는 DPAA(미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로 송환돼 신원확인을 위한 정밀감식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미군유해 속에서 극적으로 국군으로 추정되는 유해를 확인하게 된 것이다.
한․미 양국은 업무 협약에 따라 한국군 추정 유해의 DNA 시료를 올해 초 국유단에 인계했고, 윤 일병의 신원확인 계기가 마련됐다. 유가족들의 유전자 시료채취 참여 중요성도 이번 사례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신원확인이 신속하게 됐던 이유 중 하나는 윤 일병의 아들 윤팔현씨가 2011년 6월 대구 달성군 보건소에 찾아가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발굴된 유해 가운데 일치하는 유전자가 없었기 때문에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올해 5월 꿈에 그리던 아버지의 유해가 하와이에 와 있다는 소식을 알 게 됐다. “부자관계 확인을 위한 최종 검사 결과가 나오기 까지 가장 설레고 떨리는 시간이었다”고 윤팔현씨는 당시 순간을 기억했다.
현재 故 윤 일병의 유해는 미국 DPAA가 있는 하와이에 있으며, 오는 7월 한·미 6·25전사자 유해 상호송환 행사를 통해 고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윤 일병의 귀환은 북한에서 미국 하와이를 거쳐 다시 한국까지 68년의 시간, 약 1만5000km의 가장 길고 먼 귀향길이 됐다.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128명의 호국영웅의 경우 유품(인식표, 도장, 명찰, 사진 등)과 유가족의 유전자 검사를 통한 친족관계 확인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하지만, 현재 유전자 시료채취에 동참한 유가족은 약 4만여 명으로 6·25전쟁 이후 미 수습된 유해 대비 24% 수준으로 많이 부족한 실정으로 6·25전쟁 세대와 유가족의 고령화 및 국토개발에 따른 지형변화 등도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하는데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
이학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은 “국군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은 대한민국을 목숨바쳐 지켜낸 호국의 영웅들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약속을 이행하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이름 모를 산야에 묻혀계신 전사자 분들이 아직도 12만 3000여 위나 계신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영웅들을 하루빨리 가족 품에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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