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울 땐 비즈니스 프렌들리?
그런데 재계를 중심으로 몇몇 대기업들이 정부의 직·간접적인 요청을 받고 거액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들려 눈길을 끈다. 10대 그룹 중에서 최소한 네 곳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나머지 몇몇 기업들을 대상으로도 참여할 수 있는지 타진해보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한 대기업은 이미 올해 초부터 평양 내에 거대 공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그룹의 한 관계자는 “수익이 날 수 있는지를 따져보고 있는데 상징성을 고려해볼 때 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업성도 괜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후보로 거론되는 대기업 관계자 역시 “화학 부문에 대한 시설 투자가 가능한지를 검토 중에 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대북 투자가 현실화될 경우 시기적 문제 등으로 인해 정치 쟁점으로 비화될 소지도 적지 않다. 그동안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한 대가는 있을 수 없다. 그 원칙이 충족되지 않으면 성사될 수 없다”고 강조해왔는데 이와 배치되는 것으로도 비춰질 수 있기 때문. 지난 10년간 한나라당으로부터 정상회담과 관련해 수없이 공격을 받아왔던 민주당도 이를 그냥 두고 볼 리 없을 듯하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대기업들이 북한에 투자를 하더라도 ‘자발적’이었다는 것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재계에서도 정상회담과 관련해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툭하면 기업에 손을 내민다’는 얘기다. 정부 수정안에 따라 세종시에 입주하기로 한 대기업들 사이에서 불거졌던 내용과 비슷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조석래)의 한 관계자는 “군사정권처럼 대놓고 돈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로선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사안에 대해 딴 말을 하기가 힘든 것 아니냐. 정권이 바뀌면 그 불똥이 우리한테 튈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어 할 때가 많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