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대출 강화’ 부자 선호지역 집값은 영향 덜 받고 지방·서울 외곽은 가격하락 전망
2018년의 큰 틀은 당시와 닮아 보인다. 2015~2017년 3년간 증시와 부동산의 동반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정부를 계승하는 문재인 정부도 출범했다. 개선된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쏟아지고 있다.
2015~2017년 증시는 29.7% 상승했다. 주택시총도 10% 이상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2003~2007년의 현상이 반복된다면 증시와 부동산 시장 모두 상승세가 점쳐진다. 2018년 거시경제, 증시, 부동산의 핵심 변수 7가지를 요약해봤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2018년 경제지표가 궁금해진다. 사진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사. 박정훈 기자
1. 금리 & 환율=금리와 환율은 모든 자산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초저금리는 세계적으로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팽창시켜 온 원동력이었다. 유독 새해 금리와 환율이 중요한 이유는 거의 7년여 만에 초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는 차입축소(deleveraging) 국면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30일 6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2018년에도 경제상황이 개선되면 두 차례(1.75%), 부진하면 한 차례(1.5%) 추가인상을 예상한다. 보통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결정돼왔다.
금리인상은 통상 유동성 축소로 해석된다. 전세와 주택담보대출이 많은 부동산 시장에는 부담이다. 하지만 외국인이 주도하는 증시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금리인상은 원화강세 요인이다. 원화가치가 높아지는 추세에서 외국인들의 환차익 기회도 커진다. 전문가들의 현 시점의 새해 환율 전망은 1050~1150원이다. 무려 100원의 범위다. 예측이 어렵다는 점을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내년 4월 이주열 한은 총재의 후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새 총재의 성향에 따라 금리인상 속도와 기울기가 달라질 수 있다.
2. 국제유가=유가 강세 국면에서 증시도 활황인 경우가 많았다. 미국의 셰일오일로 공급이 크게 늘었음에도 국제유가가 견조한 흐름을 보인다면 증시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에너지 수요가 탄탄하다는 뜻으로 세계 경제가 괜찮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연장 합의는 유가 하락에 대한 산유국들의 저항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지역별 유가에 대한 세밀한 분석도 필요하다. 브렌트유로는 유럽 경기를 가늠할 수 있다, 두바이유는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에 수출된다. 동시에 중동지역 정세와도 밀접하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미국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척도다. 특히 국내 산업은 고유가 수혜 업종이 많다. 석유화학, 조선, 철강 등은 유가가 오를수록 제품 가격이 오르고 매출과 이익이 늘고, 수주가 증가하며, 산업수요가 확대된다.
3. 지방선거·개헌=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헌법 개정은 향후 문재인 정부의 정책 추진력을 결정할 분수령이다. 정부는 선거에 앞서 재정 조기집행 등으로 경제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
여권이 압승을 한다면 재벌개혁과 부동산 규제 등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야권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경우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서울과 경기는 선거 결과가 부동산 규제와 직결된다.
아울러 개헌은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꾸는 작업이다. 국회에서 개헌안을 마련 중이지만, 정부도 자체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헌이 미칠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4. IT와 반도체… 독점시대 계속될까=2017년 세계 증시는 디지털 독점의 시대였다. 미국에서는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 중국에서는 BAT(바이두, 알라비바, 텐센트)가 증시를 휩쓸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2500시대를 견인했다. 모두 디지털 관련, 사실상 독점기업이다. 독점이 이익 급증으로 이어졌고, 시장을 주도하면서 간판효과까지 누렸다.
최근 반독점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독점은 획기적인 혁신 없이는 깨뜨리기 힘든 철옹성이다. 하지만 올해 급등에 따른 부담도 존재한다. 최근 디지털 독점주들의 출렁임도 빈번해졌다. 2018년에도 이들이 이익급증세를 이어갈지가 증시 방향을 가늠할 핵심이다. 국내의 경우 반도체 호황은 2018년을 정점으로 퇴조할 것이란 관측이 점차 힘을 얻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전망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것은 그만큼 추가 상승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다는 증거다.
5. 지배구조 개편=금융회사지배구조법률 시행으로 내년 3월 주총에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소수주주권 행사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확산되면서 소수주주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섀도 보팅(shadow voting) 폐지 후 첫 정기주총 시즌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섀도 보팅은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 다른 주주들의 투표 비율을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제도다. 정족수인 25%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1991년 도입됐다.
이 제도가 폐지되면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는 주총 정족수 충족을 위해 다수의 주주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 소수주주들의 의결권이 적극적으로 행사되면서 경영권 견제가 이뤄질 수 있다. 동시에 경영진 입장에서는 소수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주주친화적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최근 재계를 중심으로 섀도 보팅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권에서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도 살펴야 한다. 전자투표와 집중투표제 의무화, 그리고 감사선임시 대주주 의결권 제안 등은 소수주주 대표의 이사회 진입을 더욱 쉽게 해주는 제도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새해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의 가세가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반포주공. 고성준 기자
6. 세금폭탄과 입주물량=내년 4월부터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팔 때 양도세가 중과세된다. 중과세를 피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반기 중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12월 중 내놓을 다주택자 임대사업등록 유도책의 강도에 달려 있다. 임대사업등록 혜택이 많다면 매도 대신 혜택을 택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새해에는 전국적으로 43만 2502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할 예정이다. 올해 입주물량인 39만 7994가구보다 8.7% 증가한 수준이다. 수도권은 21만 7057가구로 올해보다 무려 23.5% 늘어난다. 동탄과 용인 일대에 미분양 아파트가 집중된 점, 정부가 주거복지를 위해 신규택지 개발을 예고한 점을 감안할 때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 우위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역전세난 우려가 크다. 가격하락 요인이다.
다만 서울은 내년 입주물량이 3만 4925가구로 올해(2만 7507가구)보다 무려 21% 늘어나지만 워낙 수요가 강해 집값 하락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특히 부자 수 증가와 이에 따른 수요 강화로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 강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7. 금융권 대출 조인다=내년부터 다주택자들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규제하는 신DTI(총부채상환비율)가 적용된다. 소득에 따라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기준이다. 금리가 올라 이자부담이 늘어나면 대출한도는 더 줄어든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도입된다. 주담대를 비롯해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서 차주의 상환능력을 반영한다. 신DTI보다 대출한도가 더 줄어든다.
차입 여력이 축소되는 만큼 빚을 내지 않고는 집 장만이 어려운 중산층 실수요자들의 구매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자금동원력이 큰 부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집값은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지만,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비인기 지역, 지방 등에서는 거래가 줄고,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소액으로도 은행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 오피스텔 투자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가 임대용 부동산대출도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상가 투자에서 차입비율은 수익률과 정비례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