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식사과… “‘정서’에 맞지 않는다?”
- “관례 없어 체면 구기는 것으로 생각할 것”
[대구=일요신문] 최창현 기자 = 경북지방우정청 송정수 청장이 우체국 직원의 장례식 날 간부 등이 폭탄주를 돌리고 ‘음주 회식’의 ‘술 판’을 벌인 것과 관련, 끝내 유족들에 대한 공식 사과하지 않았다. 다만 국, 실과장들의 노조측에 사과로 대신하며, 마무리한 모양새다.
이로써 지난 2일 우체국 직원의 장례식 날 경북우정청 간부 등의 ‘음주 회식’(‘일요신문’ 7월4일자 “우체국 직원 장례식 날… 경북우정청 국·실과는 건배 잔 돌리며 ‘술 판’”, 7월5일자 “우체국 직원 장례식날 ‘술 판’ 벌인 경북우정청… ‘석고대죄’ 하라”, 7월8일자 “[기자수첩] 경북우정청 송정수 청장님 ”무엇이 직원들을 위한 ‘소통’ 인가요?“” 제하 기사 참조)은 유족들과는 상관없이 노조측과의 사과로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송정수 경북우정청장(사진=일요신문 DB)
11일 전국우정노조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최근 열린 올해 ‘제2차 지부장회의’ 진행에 앞서 ‘업무 수행 중 뇌출혈로 쓰러져 유명을 달리한 대구수성우체국 소속 고 김OO씨의 발인 하루 전날 경북우정청 국, 실과 간부들 술자리 회식’에 대해 국, 실과장들이 회의실로 찾아와 엄중한 시기에 부적절한 회식에 대해 조합원들을 대신해 대표인 지부장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이들 국, 실과장들은 이날 지역 지부장들 앞에서 사과하고, 앞으로 우정청에서 추모기간(직원 사망사고 발생시)을 정해 애도하며, 특히 재발방지를 위해 직원교육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노조측 관계자는 “송정수 청장의 직접적인 공식 사과는 따로 없었다. 사실상 국, 실과장이 했던 사과는 송 청장의 사과를 대신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노조측은 이날 이들의 사과에 대해 우정노조대구경북본부와 지역 지부장들이 조만간 다시모여 조율을 하며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앞서 우정노조측에서 성명서 등에서 밝힌 책임자 문책 인사 조치는 이루지지 않고, 경북우정청의 앞으로의 재발방지 대책 정도로 사태가 마무리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경북우정청 간부들이 술판을 벌인 날은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이 고 김OO씨의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애도하며, 이날 장례식에 자리를 함께 한 송정수 청장에게 직원들의 안위를 챙기라고 당부하기도 하는 시간이기도 했으며, 특히나 송 청장이 대구·경북지역 수 천명의 우정 종사원들을 관장하는 총 책임자이기 때문에 송 청장의 공식 사과 없는 이번 행보에 대해 구성원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전국집배노조 대구지부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송 청장의 공식사과는 기대하지 않았다. 정서(?)에 맞지 않는 다는 이유가 클 것이다. 이전에 해보지도 않았고, 관례가 없어 체면을 구기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일련의 사태) 일(문제)로 청장까지 나서서 사과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 한 것으로 보여 진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경북지역 총괄국 지부장도 “김OO씨의 장례식이 끝난 지가 일주일이 넘고 있지만 아직도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다”라며, “유가족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주면서 문제를 서둘러 끝내려 하는 송 청장의 도덕성에 현장 노동자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현장 직원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으나, 개선을 위한 대책 등 송 청장 취임 이후 그의 명의의 어떠한 문서 등은 하달되지 않았다. 다른 지역 우체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대구지역 한 시민단체 사무국장 A(47·여)씨는 “우체국은 집배원이 상징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경북우정청 송정수 청장의 경우 수 천명을 관장하는 기관장으로서 직원들 기대에 부끄럽지 않도록 부응해야 한다”며, “소통 부재와 전시행정에 치우쳤던 구태함을 과감하게 혁파해야 하고, 과거처럼 기관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직원들을 위해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진=우정노조 대구경북본부 제공)
한편 대구수성우체국 소속 고 김OO씨의 발인 하루 전날인 지난 2일 경북우정청 국, 실과별 간부 등은 회식자리에서 폭탄주와 건배 잔을 돌리며 ‘술 판’을 벌여 우정인들에게 큰 공분을 샀다.
이와 관련 전국우정노동조합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경북우정청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노조는 “경북우정청 국, 실과별 간부 등이 회식자리에서 폭탄주를 돌리며 술판을 벌인 것은 그 어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전국우정노조와 전국집배노조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경북우정청의 부적절한 처사를 성토하는 글들로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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