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고 ‘랜선맘’ 됐다고 하시는 팬분들 기대 부응할 것…올 한 해도 쉴틈 없이 달려요”
배우 김명수가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일요신문’과 ‘미스 함무라비’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 원칙주의적인 판사 임바른 역을 맡았다. 드라마 속 캐릭터의 설정이라곤 하지만 법복을 입는다는 데에 부담이 없을 순 없었다.
“임바른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해서 연기를 하면서 법복이 갖는 무게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실제 판사님들의 모습을 투영하면서 조금씩 적응했고, ‘이번 재판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아요.”
전문직, 그것도 법조계의 꽃이라는 판사 역할이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 법원을 종횡무진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김명수는 “아예 제가 직접 법원을 찾아가서 배석 판사실을 방문했다. 그분들이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 실제 재판하는 모습을 보면서 캐릭터의 리얼리티를 높였어요”라고 말했다.
‘미스 함무라비’의 작가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다. 작가이자 현직 부장판사인 문유석 판사 이야기가 나오자 김명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는 문유석 판사에 대해 “소년 감성을 가진 분”이라고 평가했다.
“법정에 들어가서 보는데 작가님이 진짜 재판을 하시는 거예요(웃음). 법정에서 모니터링을 하다 보니 연기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었죠. 작가님이 이야기하는 걸 정말 좋아하시는데 촬영 중간중간마다 저희 배우들 생각을 다 물어서 그걸 그대로 쓰시더라고요. 이렇게 촬영 현장에 자주 오시는 작가님은 처음이었어요. ‘우와, 내가 만든 캐릭터들이 저기 나와서 움직이고 있어!’ 하고 감동 하신 것처럼 보이더라고요(웃음)”
앞서 김명수는 2017년 드라마 ‘군주’에서 서브 남주인공 역을 맡아 성공적인 사극 데뷔를 마쳤다. 그 직후 출연한 드라마가 앞선 역할들과 전혀 성격이 다른 ‘사회 문제’를 다루는 현대 드라마라는 데서 오는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그는 “사실 그냥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서 뉴스 정치 카테고리에 올라오는 헤드라인이나 실시간 검색어나 봤었지 사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진 못했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현실을 바탕으로 한 이번 작품을 하면서 ‘우리 생활 속에 정말 이런 부분이 있구나’ 하면서 공감하게 되는 일이 있었어요. 판사는 이런 부분을 세심하게 보면서, 사건을 다 이해한 다음에 재판을 하는 거니까… 그렇게 녹아들면서 나 자신도 이전보다 조금 달라진 게 있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법조계라는 딱딱한 배경, 사회 문제라는 심각한 사안을 다루기 때문이었을까. ‘미스 함무라비’에서 로맨스는 감질나기만 했다. 김명수는 “모든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뽀뽀’가 15화에서야 한 번 나와요”라며 애교 있게 불만을 호소하기도 했다.
“시청자 분들이 로맨스가 너무 희미하다고 하시는 걸 봤어요. 하지만 남주, 여주가 다 판사니까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해야 하잖아요. ‘법정물인데 연애만 하네’ 하는 비판도 있을 수 있으니까, 저희 작가님이 그런 부분을 신경 쓰셔서 대본을 만드신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한편으론 저는 멜로가 없어서 더 열심히 재판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로맨스가 감질 맛나고, 많이 없어서 더 애타고 그런 부분이 많지 않았나요(웃음)”
배우 김명수 ‘미스 함무라비’ 종영 인터뷰. 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2010년 데뷔 직후부터 연기에 발을 집어넣긴 했지만, 정식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이제 갓 5년을 넘겼다. 아직 ‘아이돌 출신 배우’ 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는 지적은 그에게 있어 하나의 숙제였다. 그러다 보니 작품에 임하는 내내 포털사이트나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내는 것이 그의 일과가 됐다고 했다.
“데뷔 초에 연기를 처음 시작하면서 많은 비판을 맞닥뜨렸어요. 현타(현자 타임,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도 오고 ‘와, 이게 뭐지…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댓글 보지 말아야 하나’ 그런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댓글을 다 읽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한 네티즌이 ‘명수 씨, 댓글 본다고 하니까 이렇게 쓸 게요’ 하면서 제 단점을 보완해주는 댓글을 써 주시더라고요. 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집어 주시면 저도 곱씹어 보게 되고, 다른 의미로 제게 원동력이 되기도 해요.”
비판적인 댓글을 수용하는 것도 “27살의 김명수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악플을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나이라고 본다는 것. 그는 “저와 관련한 댓글을 보면 이제는 ‘랜선 맘(온라인으로 좋아하는 연예인을 마치 엄마처럼 사랑하게 된다는 신조어)’이 됐다는 말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얘는 성장해 나가는 걸 보는 맛이 있어. 키우는 맛이 있어’ 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의 기대에 부응해서 다음 작품에 수용하고 싶어요”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미스 함무라비’가 끝나고 조금은 숨을 돌려도 될 법 한데, 김명수의 2018년은 아직 멈출 생각이 없다. 배우로서 김명수의 활동이 잠시 멈추면 이제는 인피니트의 엘로서 달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는 “어쨌든 저는 가수 출신이니까 노래도 해야 되지 않을까요”라며 “하반기에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솔로 앨범이 나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나면 또 다시 배우로서 김명수가 등장해야 한다. 몸은 쉬고 있어도 머리속으로는 이미 앞으로의 계획이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다. 종영을 아쉬워하는 ‘미스 함무라비’ 팬들에게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미스 함무라비 시즌 2에 참여 하고 싶어요. 당장은 계획이 없지만 작가님께서 넌지시 말 하시기에 저도 좋다고 말씀드렸습니다”라며 설레는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제가 되고 싶은 모습은, 배우로서의 김명수와 가수로서의 엘로 모두 다 인정받는 게 목표예요. 아직까지는 엘이 제 이미지로 부각되고 있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조금은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김명수라는 이름으로도 대중들이 많이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