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이상은 기록하지 말자’가 오늘의 목표”라고 말하자 늘 90대를 치던 삼촌은 “지난 라운드에선 85타를 기록했으니 오늘은 못 쳐도 87타 정도는 칠 수 있지 않겠냐”며 꽤 높은 예상 스코어를 정했다.
하지만 라운드가 시작되자 골프장은 삼촌을 도와주지 않았다. 소문대로 페어웨이 자체의 굴곡이 심하고 그린도 난이도가 있었으며 코스 공략도 까다로웠다.
보기 이상은 기록하지 말자는 목표 아래 차분히 플레이할 수 있었던 나와는 달리 첫 홀부터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슬라이스 볼을 친 삼촌의 플레이는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스코어가 하나하나 늘어갈 때마다 스윙도 망가지고 결국 라운드가 끝나자 실망스런 기분과 함께 처음 목표 87타와는 거리가 먼 스코어 카드가 남게 되었다.
보기 이상은 기록하지 않았던 나는 후반 들어서는 점차 코스에 적응하면서 오히려 예상보다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었다. 삼촌의 예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쉽게 범하는 실수다.
지나치게 큰 목표와 이상을 잡는 바람에 오히려 망가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 골프는 멘탈 스포츠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성이 있다. 예전에 잘 되었다고 해서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게 되면 정상적인 자신의 리듬이 흐트러져 더 나쁜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또 그렇게 스코어가 늘어갈수록 목표 점수에서 멀어진다는 불안감에 실망하게 되고 라운드를 망치게 되기 때문.
라운드에서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고 싶다면 절대 명심해야 하는 수칙 한 가지! 지난 라운드의 기억을 다음번에 적용시키지 않는 것이다. 또한 처음부터 목표점수를 지나치게 높게 세우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이룰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목표를 정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오늘은 백스윙의 리듬만을 신경 쓰자’라든가 ‘OB만 내지 말자’ 등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라운드에 임해야 한다.
세계 최고 타이거 우즈라고 해도 첫 시합부터 우승 욕심을 내서 덤벼든다면 오히려 영광 대신 상처만 남게 될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작은 목표부터 달성해나간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베스트 스코어가 기록되어 있는 카드를 가질 수 있다.
미스코리아 출신 골퍼
이번호를 끝으로 ‘골프&센스’가 막을 내립니다. 성원을 보내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