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가 공인하는 정책통…주위에선 비대위원장직 만류
당장 참여정부에서 제2부속실장을 지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침을 날렸다.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병준 교수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갔네요.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고 함께 일했던 사람으로서 김병준 교수를 너무나 잘 알기에 한 말씀 드린다. 그쪽 일을 하면서 당신의 출세를 위해 노 대통령님을 입에 올리거나 언급하지 말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적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과거 ‘비즈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가장 중심 인물이 누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신뢰를 갖고 참여정부 정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맡겼던 사람이 누군가. 5년 동안 단 2주 정도를 빼고 노 전 대통령과 같이했다”며 “노 전 대통령이 내 철학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누구를 내보내고 누구를 끝까지 붙들고 있었나. 김병준이 노 전 대통령을 속였나? 노 전 대통령이 나한테 속을 사람인가”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물론 이 같은 말에 평가는 엇갈린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 비대위원장이 자신의 행적을 과대해석해 왔다”며 “그가 참여정부에서 핵심이라고 볼 순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반면 정치권에 오래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전 의원 말도 이해는 가지만 동의하진 않는다. 참여정부 당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근무한) 정책실장은 가장 권력이 집중된 자리였다. 그 정도 자리에서 근무했다면 전 의원보다는 참여정부를 논할 자격이 더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 그의 업적을 두고 평가는 엇갈리지만 대체로 그가 정책통인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정책실장으로서 각종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추진한 한미 FTA를 민주당마저 반대할 때 적극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기대가 크다. 참여정부에서 많은 정책을 만든 만큼 당을 정책정당으로 바꿀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며 “노무현 때 사람이라고 해서 편견도 많지만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말이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 제안을 수락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탐탁지 않아 하는 인사가 많다. 그럼에도 완전히 ‘결’이 다른 사람이 아닌 만큼 협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20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김 비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협치’를 이야기한 배경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추 대표는 “노무현 정부에 참여를 해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해 주셨는데 그 당시에 또 사실 국회와 청와대가 많은 대립과 갈등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정말 하다못해 ‘대연정이라도 해보자’ 이렇게 크게 마음을 열고 제안한 배경을 잘 알고 계실 것이다”라면서 “국회와 청와대가 건전한 견제를 통한 대안모색을 해내는 것이 목적인 것이지 견제가 견제로만 끝나면 안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 주변에서는 그가 한국당에서 일하는데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김 비대위원장과 한국당의 색깔이 다르고 내부에 그를 ‘노무현 사람’으로 분류해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한국당에서 공천권도 없는 비대위원장을 맡아 현역 의원들과 싸워 이겨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자유한국당 한 당협위원장은 “최근 김 비대위원장이 겪은 골프 접대 파문도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이고 그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친박도 당분간은 큰 목소리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김 비대위원장이 주목받고 있는 이때 진짜 뭘 개혁할 것인지, 뭘 바꿀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앞으로 비대위원을 뽑고 본격적으로 움직일 한 달여가 김 비대위원장의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