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이중잣대·그란델 DFB 회장 능력 지적…“인종차별 용납할 수 없다”
국가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힌 메수트 외질. 사진=독일국가대표팀 페이스북
[일요신문] 독일의 축구스타 메수트 외질이 작심 발언을 쏟아내며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다.
외질은 22일 소셜 미디어에 최근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대한 견해를 드러냈다. 총 4장에 걸쳐 써내려간 장문의 글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만남, 미디어, 스폰서, 독일축구협회 등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앞서 외질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한 독일 대표팀에 대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월드컵을 직전에 두고 대표팀 동료 일카이 귄도안과 함께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나 사진을 촬영했다.
터키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외질은 단지 사진을 찍은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독일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터키의 대통령과 사진촬영이 많은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독인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저조한 성적을 내면서 외질과 관련된 논란은 더욱 크게 불거졌다. 독일은 F조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를 기록해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은 논란에도 외질을 중용했다. 1경기 멕시코전에서 선발로 기용했다. 충격의 패배 이후 스웨덴전에서는 벤치에 앉혔고 한국전 다시 그를 선발로 활용했다. 독일은 외질이 선발로 출전한 경기에서 모두 패배했다.
하지만 그의 선발 기용을 패배의 원인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그는 2경기에서 평균 5.5개의 키패스를 기록했다. 패스 성공율에서도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높은 88.8%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독일에서는 그를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했다. 올리버 비어호프 독일 대표팀 단장은 “월드컵에서 외질이 없는 것을 고려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외질은 현재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먼저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정치정 의도가 없다. 이 사진은 내가 내 가족이 뿌리를 둔 국가의 수장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 직업은 정치인이 아닌 축구선수”라면서 “우리 만남은 어떠한 정책에 힘을 싣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언론과 스폰서사에 대한 언급도 이어갔다. 외질은 언론의 이중 잣대를 지적했다. 그는 “내 플레이의 결함을 이야기한다면 수용한다. 그것은 나를 더 열심히 훈련하게 만든다”면서도 “터키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문제삼아 월드컵의 실패를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독일 대표팀 명예주장인 로타어 마테우스가 다른 나라 지도자를 만났지만 그는 어떤 지적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테우스는 월드컵을 전후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스폰서사에 대해서는 “계획하고 있던 자선행사에서 발을 빼겠다고 했다. 내가 에르도안 대통령과 사진을 찍은 것이 문제라고 하더라”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자신이 행사를 열려고 했던 모교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아디다스, 비츠, 빅슈 등의 스폰서사에 대해서는 감사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독일축구협회(DFB)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이 부분에서 가장 긴 분량을 할애했다. 외질은 라인하르트 그란델 독일축구협회장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나의 설명을 듣기 보다는 그만의 정치적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만 혈안이 돼있었다”며 “저는 더 이상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그란델의 무능에 대한 희생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란델과 그의 지지자들에겐 독일이 승리할땐 제가 독일인이지만 패배할땐 그저 이주민으로 저를 바라봤다”고 했다.
또한 에르도안 대통령과 사진을 찍고난 이후 자신이 겪은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독일의 정치인, 연극단 단장 등으로부터 도 넘은 비난을 받았고 월드컵에서 스웨덴전 이후에는 관중으로부터 욕설을 듣기도 했다. 스웨덴전 당시 외질은 경기후 라커룸으로 들어가다 관중과 언쟁을 벌이는 듯한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화제가 됐던 외질의 설전 장면. 사진=트위터 화면 캡처.
외질은 결국 입장문 말미에 국가대표팀 은퇴를 언급했다. 그는 “한 때 정말 많은 자부심과 흥분감으로 독일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며 은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인종차별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2009년 독일 대표팀에 데뷔한 독일의 국가대표 커리어도 10년째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A매치 92경기에 출전해 23골을 기록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