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독일 탈락 최대 이변…다크호스 크로아티아 ‘쾌조의 출발’
디펜딩 챔피언이자 우승후보 독일은 조별리그 3경기 만에 짐을 싸게 됐다. 사진=러시아 월드컵 페이스북
[일요신문]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가 마무리됐다. 8개조의 순위가 정해졌고, 16강 토너먼트 진출국이 가려졌다. 32개 참가국 중 절반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짐을 쌌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는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48경기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 최대 이변은 독일 탈락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은 대한민국이 속한 F조에서 일어났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이었던 독일은 조별리그에서 최하위를 기록해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독일의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80년 만의 일이었다. 이들은 이전까지 1938 프랑스 월드컵을 제외하면 월드컵 본선에서 최소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이번 독일 대표팀은 철저한 실패를 경험했다. 개리 리네커의 “축구는 22명의 선수가 뛰어다니다 결국은 독일이 이기는 스포츠”라는 장담을 무색케 했다.
독일은 첫 경기부터 불안하게 출발했다. 멕시코를 상대로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던 이들은 무리한 공격을 감행하다 역습을 얻어맞았다. 스웨덴과의 2차전에도 도통 힘을 쓰지 못했다.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다 후반 추가시간에서야 역전에 성공했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의 몰락은 대한민국과의 3차전이 결정적이었다. 조 2위 사수를 위해 승리가 필요했지만 한국 대표팀의 수비를 공략하지 못했다. 조급한 모습을 보이던 독일은 후반 막판 연속골을 내주며 결국 0-2로 무너졌다.
조별리그 F조 최종전은 한국만의 승리가 아니었다. 동시에 열린 스웨덴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스웨덴이 3-0으로 승리했기에 멕시코는 탈락 위기에서 한국의 승리 덕에 2위에 오를 수 있었다. 멕시코 축구팬들은 물론 축구협회와 정부 인사들의 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남미와 유럽 대륙에서도 이 경기는 단연 화제였다. 독일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잉글랜드에서는 대중지 1면에 탈락을 조롱하는 내용을 크게 실었다. 지난 대회 4강에서 1-7로 대패했던 브라질에서도 큰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16강에서 독일에게 복수할 기회가 사라져 아쉽지만 이들의 탈락에 유난히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의외의 탈락국으로는 폴란드가 꼽힌다. 피파랭킹 8위(6월 29일 기준)인 폴란드는 개최국 러시아를 제외하면 브라질, 벨기에, 포르투갈 등과 함께 조 편성 당시 ‘포트 1’에 속했다. H조에 콜롬비아, 세네갈, 일본과 엮여 다소 쉬운 조 편성이라는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세네갈, 콜롬비아에 연패를 당하고 최종전에서 일본에 1-0으로 승리하며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유럽 대륙 중앙에 위치한 이웃나라 독일과 폴란드 정도를 제외하면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 대해 ‘올라갈 팀은 올라가고, 내려갈 팀은 내려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크로아티아의 핵심 모드리치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찬사를 받았다. 사진=러시아 월드컵 페이스북
# 쾌조의 스타트 보인 크로아티아
독일이 역사상 최악의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크로아티아는 조별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낸 팀이다. 크로아티아는 피파랭킹 20위로 메이저 대회마다 다크호스로 지목된다.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 이후 첫 출전한 지난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3위를 기록하며 최고의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 이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1998년 이후 월드컵 본선에 3회 참가해 매번 조별리그를 뚫지 못했다.
크로아티아는 루카 모드리치를 필두로 이반 라키티치, 이반 페리시치, 마리오 만주키치 등 세계적 명문 구단에서 핵심 선수로 활약 중인 자원을 여럿 보유했다. 메이저 대회가 열릴 때마다 ‘복병’으로 지목됐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30대에 접어들 때까지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나이지리아를 잡아내며 첫 경기를 상큼하게 시작하더니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3-0으로 승리하는 저력을 보였다. 축구계 최고 스타 리오넬 메시가 크로아티아의 강력함에 절망하는 장면은 그의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의 승승장구와 대비되며 대회 초반 최대 이슈를 만들어 냈다.
크로아티아는 2승으로 16강 진출이 유력한 상태에서 맞이한 3경기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비록 체력 비축을 위해 주전들이 대거 빠졌음에도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또한 토너먼트 진출이 확정적인 일부 팀들이 3차전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질타를 받은 것과 달리 이들은 수비에서도 몸을 날리며 조별리그를 3승으로 마무리 지었다.
크로아티아 외에도 우루과이와 벨기에가 3승을 거뒀다. 다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였다. 우루과이는 크로아티아가 아르헨티나를 상대했던 것과 달리 러시아, 사우디, 이집트 등과 비교적 쉬운 A조에 편성됐다. 벨기에는 G조에서 잉글랜드를 만났지만 양 팀 모두 튀니지, 파나마를 상대로 2승을 거둔 이후였기에 긴장감이 덜했다.
# 대조적인 두 영웅, 호날두와 메시
지난 10여 년간 세계 축구계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양분해 왔다. 이들은 축구선수 개인에게 수여되는 최고 권위의 상 ‘발롱도르’를 10여 년간 주고 받았다. 메시가 2015년까지 5회 수상하며 앞서나가는 듯했지만 호날두가 최근 2년 연속 거머쥐며 각각 5회 수상으로 동률을 이루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가까스로 통과하며 한숨 돌린 리오넬 메시. 연합뉴스
월드컵이 열리는 올해, 발롱도르 수상은 월드컵 결과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이어졌다. 호날두와 메시는 지난 시즌 각자의 소속팀에서 이미 우승 트로피(호날두-유럽챔피언스리그, 메시-프리메라리가)를 들어 올렸다. 이에 이번 월드컵에서도 매 경기 이어지는 서로간의 비교는 필연적인 일이었다.
‘축구의 신’으로 추앙받는 두 선수 모두 토너먼트에 진출했지만 조별리그에서의 활약에는 온도차가 극심했다. 호날두는 첫 경기부터 강호 스페인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모로코와의 2차전에서도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결승골을 넣었다.
반면, 메시는 고전했다. 아르헨티나가 전반적으로 저조한 모습을 보였고, 첫 2경기에서 1무 1패를 거둬 탈락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메시는 3차전에서 자신의 대회 첫 골을 신고하며 팀을 16강으로 이끌었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호날두와 달리 경기가 치러지는 순간 외에는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는 메시는 팀의 운명이 걸린 아이슬란드와의 3차전에서는 이례적으로 팀원들을 모아놓고 정신력을 다지기도 했다.
호날두와 메시는 그들의 대조적인 성격만큼이나 조별리그에서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에게 월드컵은 아직 최대 4경기가 남아 있다.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 양국이 16강에서 승리한다면 8강에서 맞대결도 성사될 수 있다. 호날두와 메시는 10여 년간 세계 축구를 지배해 왔다. 펠레, 마라도나, 지단 등 당대 최고 스타들과 비교해 이들의 커리어에 부족한 점은 월드컵 우승 하나다.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는 이번 대회에서 호날두와 메시 중 과연 누가 웃고 누가 울게 될지 토너먼트를 지켜보는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케인·루카쿠·호날두…득점왕 경쟁 점입가경 월드컵 일정이 중반으로 흘러가며 득점왕 경쟁에도 눈길이 간다. 지난 대회 득점 1, 2, 3위를 차지했던 하메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 토마스 뮐러(독일), 네이마르(브라질)의 이름은 이번 대회 득점 랭킹 상위권에서 찾아볼 수 없다. 네이마르가 1골을 기록한 가운데 로드리게스는 아직까지 무득점, 뮐러는 무득점에 독일의 조별리그 탈락으로 일찌감치 짐을 쌌다. 이번 대회 득점 랭킹 1, 2, 3위에는 해리 케인(5골·잉글랜드), 로멜루 루카쿠(4골·벨기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골·포르투갈)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호날두는 루카쿠보다 1경기를 더 치러 3위로 밀렸다. 이들이 득점왕에게 주어지는 골든부츠를 거머쥐기 위해선 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팀의 성적 또한 중요하다. 역대 20번의 월드컵에서 공동 수상을 포함해 28명의 득점왕이 나왔다. 이들 중 4강에 진출하지 못한 팀에서 배출된 골잡이는 단 4명뿐이다. 4강에만 진출한다면 3·4위전까지 4경기를 치를 수 있기에 수상에 유리하다. 케인과 루카쿠, 호날두 모두 팀 성적이 변수가 될 수 있다. 3인의 뒤를 쫓는 골잡이는 데니스 체리셰프(러시아)와 디에고 코스타(스페인)다. 이들은 나란히 3골을 기록하고 있다. [상] |
중국화 논란, 월드컵에서도 이어졌나? 이번 2018 러시아월드컵 진출 과정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중국화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다. 수비진에서 일부 실수가 나오자 중국리그로 진출한 선수들에 대해 ‘선수들이 중국리그에서 뛰어서 실력도 중국화가 됐다’는 비난이 나왔다. 이는 한 해설위원이 “잘하던 선수도 중국에서 뛰면 실력이 줄어든다”는 취지의 코멘트를 하면서 불이 붙었다. 그렇다면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에 소속된 선수들은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을까. 이번 대회에 나선 슈퍼리그 소속 선수들은 총 8명(아르헨티나 1명, 벨기에 2명, 브라질 1명, 대한민국 1명, 나이지리아 2명, 포르투갈 1명)이다. 이들 모두 각 팀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선수다. 그간의 설움을 한꺼번에 날린 김영권의 독일전 골장면. 사진=대한축구협회 아르헨티나에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허베이 후베이)가 유일한 중국리거다. 그는 조별리그 3경기에 풀타임으로 출전했다. ‘에이스’ 메시와 함께 아르헨티나 전력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그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팀과 함께 흔들렸다. 하지만 그의 하락세는 중국이라는 활약 무대가 아닌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연령 탓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벨기에에는 야닉 카라스코(다렌 이펑)와 악셀 비첼(텐진 콴잔), 두 명의 슈퍼리그 소속 선수가 있다. 이들 모두 팀의 주전 멤버로 첫 두 경기에 선발 출장했고, 3경기에는 체력 비축을 위해 빠졌다. 이들을 대신해 3경기에 나선 선수는 유리 틸레만스(AS 로마), 마루앙 펠라이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무사 뎀벨레(토트넘 홋스퍼) 등이다. 유럽 빅리거들이 중국 리거들의 뒤를 받치는 모습이다. 대한민국에도 중국리거가 1명 존재한다.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은 오랜 기간 중국화 논란의 중심이 됐던 선수다. 기량이 저하된 듯한 모습을 보이며 한때 대표팀에서 제외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는 팬들로부터 가장 큰 신뢰를 받는 선수가 됐다. 매 경기 몸을 사리지 않는 태클로 상대 공격을 막아냈고, 독일전에서는 천금같은 결승골까지 기록하며 영웅으로 등극했다. 이외에도 포르투갈의 호세 폰테(다렌 이펑), 브라질의 헤나투 아우구스토(베이징 궈안)는 각각 팀의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호세 폰테는 3경기에 풀타임으로 나섰고, 아우구스토는 백업 역할을 맡았다. 나이지리아 소속 2명의 중국리거 존 오비 미켈(텐진 테다)과 오디온 이갈로(창춘 야타이)는 희비가 엇갈렸다. 미켈은 나이지리아의 주장이자 팀의 중심으로 3경기에 모두 선발로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반면, 백업 공격수 이갈로는 팀의 16강 진출이 걸린 아르헨티나와의 최종전에서 첫 선발로 나섰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며 이번 대회를 마무리해야 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