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100’ 들면 부가이익, 못 들면 하루도 못 버티고 사장돼…“차트 위주 시스템이 문제”
# 사재기 논란, 왜 이리 시끄러운가?
이번 논란이 더욱 뜨거운 이유는 간단하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앞 다투어 컴백한 유명 걸그룹인 트와이스, 블랙핑크, 에이핑크, 마마무, 모모랜드 등을 모조리 눌렀기 때문이다. 그들의 팬덤은 “이해할 수 없다”며 숀 측을 향해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숀 측이 진위 여부 확인을 위해 수사 의뢰요청서를 접수했다. 사진=숀 인스타그램
최근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의 음원이 1등을 할 때는 어떤 합리적인 배경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 숀의 경우 그런 게 없이 일반 사용자들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새벽 시간대에 기습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며 “오전 1시부터 7시까지는 실시간 차트에 반영하지 않는 점을 악용해 오전 1시 이전에 집중적으로 사재기를 통해 1등을 만들어 놓고, 계속 차트에 남아있게 한 점이 의심이 간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숀 측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 출석해 음원 사재기 및 차트 조작 등의 허위사실을 적시하며 명예를 훼손하거나, 험담과 욕설을 게시한 일부 누리꾼들을 고소한 것에 대해 진술한 데 이어, 20일에는 진위 여부를 확인해달라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정식 수사의뢰요청서를 접수한 후 참고인 조사까지 받았다.
그동안 많은 네티즌이 “깨끗하다면 조사를 받아보라”는 의견을 내자 숀은 이를 실행에 옮겼다.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숀 측은 이번 논란이 불거지자 “페이스북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은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바로 이 지점에 비밀의 열쇠가 있는 것일까? 많은 가요계 관계자는 “그런 마케팅은 대다수 회사에서 하지만 이런 결과는 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숀 측의 마케팅 과정에 어떤 불법적 요소가 없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문제의 핵심은 따로 있다?
반복되는 논란에 대해 업계 베테랑 가수이자 프로듀서로 인정받고 있는 윤종신과 박진영도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일반 대중과는 시각이 다소 다르다. 닐로, 숀의 음원 강세를 꼬집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본질적인 부분에 접근하려 한다.
윤종신이 지적한 문제는 대다수 음원사이트가 활용하고 있는 ‘실시간 차트’와 ‘톱100 전체 재생’이다. 실시간 차트는 각 가수들의 노래를 줄 세우기 한다. 각 음원사이트 별로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지만 가수, 노래별 순위는 대동소이한 편이다. 어느 정도 평준화가 돼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차트에 들지 못한 노래는 발표한 지 불과 24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잊히기 십상이다. 그래서 신곡을 내는 가수와 소속사의 지상 과제는 ‘차트 진입’이다. 이를 위해 무리한 마케팅을 벌이거나 사재기의 유혹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종신은 18일 자신의 SNS에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니 차트에 어떡하든 올리는 게 목표가 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톱100 전체 재생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순위가 높으면 좋은 노래라고 읽힐 가능성이 크다. 각 노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대중은 무의식적으로 순위가 높은 순으로 노래를 듣곤 한다. 결국 순위가 높으면 스트리밍 횟수가 늘며 순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윤종신은 “음원 사이트 첫 페이지가 각자 개인에 맞게 자동으로 큐레이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꽤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이 무취향적 재생 버튼을 누르고 시간을 보내고 차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부가이익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 = 숀 인스타그램
박진영 역시 숀이 아니라 이런 의혹 때문에 멍들고 있는 가요계 전체를 향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공정한 경쟁과 평가는 어느 분야가 발전하는 데 초석이 됩니다. 최근 음원순위 조작에 관한 의혹들이 제기되어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과 또 의혹을 받는 분들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각종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도록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 조사를 의뢰한 회사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저희도 문체부, 공정거래위원회에 우선 조사를 의뢰하고 추가 결과에 따라 검찰에도 이 문제를 의뢰할 계획”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 무명이면 인기를 얻으면 안 되나?
이런 논란의 틈바구니에서 흥미로운 네티즌 반응이 하나둘 포착되기도 한다. “‘웨이 백 홈’ 들으니까 좋던데?” “왜 노래가 좋아서 들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 거지?” 등의 의견들이다.
‘웨이 백 홈’뿐만 아니라 신인이나 무명에 가까웠던 닐로, 장덕철, 멜로망스 등의 노래들도 음원 순위 1위에 오른 뒤 “노래가 괜찮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노래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시들하면 즉각 차트에서 사라질 텐데, 막상 들어보고 만족도가 높은 대중이 다시금 찾아 듣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물론 새벽 시간에 100위 이상 순위가 껑충 뛰는 것은 비정상적이지만, 논란이 불거진 뒤에는 그들의 노래가 괜찮기 때문에 계속 스트리밍되며 순위가 유지된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며 “신인이나 무명이 1위를 차지하면 무작정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 자체가 기득권층의 횡포일 수도 있다. 단순히 사재기 유무를 판단하는 것을 넘어 가요계에 만연한 권위 의식이나 적폐 역시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