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아들이 해도 안 되네…” 준용 씨는 지난 4월 이사직 사임
준용 씨는 2015년 설립된 티노게임즈의 공동설립 멤버로 주요 이사진 4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티노게임즈 김동효 대표는 준용 씨와 부산 지산고등학교 동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씨. 연합뉴스
건국대 학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준용 씨는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주도했다.
티노게임즈가 경영난을 겪게 된 것은 준용 씨가 직접 개발에 참여해 기대를 모았던 모바일게임 ‘마제스티아’의 실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제스티아는 전략 역할수행게임(RPG)으로 아서왕, 나폴레옹, 칭기즈칸 등의 캐릭터를 선택하고 동양, 서양, 올림포스, 판타지, 암흑 등 5가지 무대에서 대결을 펼치는 전략게임이다.
마제스티아는 지난해 5월 출시됐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라 ‘대통령 아들이 만든 게임’이라는 타이틀로 화제가 됐으나 기대만큼 좋은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티노게임즈 김동효 대표는 지난 1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물론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었지만 마제스티아는 소규모 개발사에게 실패라고 할 만한 게임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마제스티아는 출시 후 1년도 운영되지 못하고 지난 4월 19일 서비스가 종료됐다. 준용 씨는 마제스티아 서비스 종료 직후인 지난 4월 23일 티노게임즈 이사직에서 물러나며 게임업계를 떠났다.
준용 씨가 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에 대해 티노게임즈 관계자는 “아무래도 여기에서 비전이 안보였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사직에서 물러난 이유를 직접 들어보려 했지만 준용 씨는 “좋은 기사도 안 내주면서 왜 귀찮게 물고 늘어지느냐”며 답변을 거부했다.
당초 게임업계에서는 티노게임즈가 마제스티아 실패 이후 폐업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티노게임즈의 법인 등기 주소지인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을 찾아가보니 실제로 안은 텅 비어있었다. 건물 관리사무소에 문의하니 이미 2~3달 전 사무실을 정리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티노게임즈 측은 사무실을 이전했을 뿐 폐업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사무실을 최근 이전해 법인 등기상 주소지를 수정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직원이 11명이었던 티노게임즈는 마제스티아 실패 이후 직원 수를 5명으로 줄였다. 공개된 기업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티노게임즈는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2억 8000여 만 원이었다. 티노게임즈 관계자는 “정확한 (영업이익 등) 숫자는 모르겠지만 회사가 어려운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티노게임즈가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각종 친노동·반기업 정책의 영향으로 경영난을 겪게 됐다는 소문도 무성했으나, 티노게임즈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직 대통령 아들이 게임회사를 공동설립한 사실이 알려지자 기대감을 내비쳤던 게임업계는 준용 씨가 사임했다는 소식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게임회사 관계자는 “대통령 아들이 게임업계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앞으로 게임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고 여러 가지 정책적 지원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티노게임즈는 지난 7월 10일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했다.
이곳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로 월 이용료가 ㎡당 1056원밖에 되지 않는다. 관리비도 따로 내지 않으며 휴게실과 주방 등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고, 인터넷 전용선 등도 무료로 지원된다.
센터에 입주하면 매달 사무실 임대료를 100만 원가량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입주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서류, PT 등 2차에 걸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진흥원 측은 “티노게임즈는 지난 6월 열린 게임창조오디션에서 2위를 차지해 가산점을 받았다.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서류, PT 등을 거쳐 입주업체로 선정됐다”면서 특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