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IT에 한줄 희망…코스닥 제약·바이오는 분위기 반전 쉽지 않아 ‘비관적’
증시가 힘을 잃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1987년 미국의 검은 월요일(Black Monday) 같은 대폭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온다.
코스닥지수가 12.68포인트 하락하며 748.89로 장을 마감한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 750이 무너지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 셀트리온 그리고 삼바
셀트리온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논란은 바이오주에 찬물을 끼얹었다. 실적보다 기대감으로 오르던 바이오 주들이 너무 고평가됐거나 이익이 부풀려졌다는 논란이 커지면서 투자자 이탈이 본격화됐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더 크게 하락하는 배경은 제약·바이오, 내수 서비스 업종의 비중이 크고, 시장에 누적된 신용융자잔고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돈을 빌려 코스닥에 투자했는데, 주가가 하락하자 반대매매가 나오며 낙폭을 더욱 키운 셈이다.
코스닥 신용융자잔고는 6월 11일 6조 3000억 원에서 약 15% 줄어든 5조 5000억 원까지 줄었지만, 여전히 2017년 말 당시(5조 3000억 원)보다 많다. 유통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잔고도 3.81%로 고점(3.97%)보다 0.15%포인트 줄어든 정도다. 김 연구원은 “제약·바이오를 중심으로 한 코스닥 하락이 신용융자잔고 청산으로 이어지는 투매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걱정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 트럼프 악재까지
코스피는 무역전쟁과 환율상승에 따른 외국인 이탈과 국내 기관의 차익실현이 실적 둔화와 맞물렸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업 이익을 보면 1분기 전망치에 가까스로 부합한 이후 2분기부터는 예상치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인다. 2분기 실적발표가 시작되며 하반기 전망치도 하향됐다. 하지만 추가적인 하향 조정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전망치의 신뢰도는 여전히 낮게 평가된다”고 진단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미중 간 무역분쟁이 단기에 해결될 수 없다는 데 있다. 해결의 실마리는 타협이나 양보에서 나올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런 시그널이 전혀 없다. 오히려 미국은 5000억 달러 추가 관세 부과를 언급하는 등 연일 공세적 스탠스다. 중국도 방어에 집중하며 미국에 맞서고 있다. 서로 간의 공방 과정에서 양국에 피해만 누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미국발 폭락장 올 수도
1987년 블랙먼데이가 발생하기 이전 미국 주식시장은 50% 가까이 폭등하는 강세장이었다. 이면에는 1985년 플라자합의가 있다. 일본과 독일의 통화를 절상시켜 미국 경제의 부활을 앞당기겠단 기대가 주식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달러화 약세에서 촉발된 생산비용 증가가 환율 효과를 상쇄하며 적자폭이 크게 확대되는 결과에 이르며 블랙먼데이의 빌미가 됐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가 만성적 무역적자의 구조적 틀을 바꾸지 못하고, 단순히 중국의 추격을 차단하기 위한 판단으로 보호무역 카드를 고집할 경우 미국도 적지 않은 고통을 감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풍부한 유동성이 미국과 글로벌 자산시장에 투입돼 오버밸류를 양성하고 있는데 경기침체 징후가 뚜렷해질 경우 위험자산 기피 심리는 빠르게 등장할 여지가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거시 여건의 상황에 따라 단기 급락장세가 연출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 코스닥은 당분간 암울
지난 26일 발표한 현대자동차 실적을 보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상반기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20조 원을 넘기는 기록적 실적을 발표했다. 액수로만 따지면 이달 초 삼성전자의 실망스러운 실적을 상쇄할 만한 수준이다. 적어도 코스피는 시장 안정을 기대하는 이유다. 다만 하반기 반도체 시장 둔화 우려는 변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시가총액의 34%를 차지하는 IT 업종의 반전 가능성을 기대해본다. 7월 말까지 실적발표가 마무리되면 그간의 불확실성은 완화되고,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전망이다. 달러 강세, 위안화 약세가 속도 조절 국면으로 진입하면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코스닥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이 연구원은 “단기 급락에 따른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코스닥 시가총액의 28%를 차지하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1차 지지선은 740 정도로 보이지만, 무너질 경우 710선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열희 언론인
삼성, 정부와 맞서는 까닭 ‘선물, 안 필요해?’ 삼성이 문재인 정부와 정면승부를 택하고 있다. 정부가 삼성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삼성생명도 금융감독원과 소송전을 불사할 태세다. 삼성생명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가입자 5만 5000명에게 ‘미지급금’으로 언급되는 4300억 원 중 일부만 지급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4300억 원을 모두 지급하라고 했다. 이사회는 의결 문건에서 “법적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법원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제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소송을 하면 금감원이 이들 편에 서서 삼성과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한다. 삼성은 최근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여부를 판단 유보하기에 앞서도 소송을 예고했다. 정부가 행정력으로 밀어붙이면 법정으로 가서 끝까지 다투겠다는 의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은 삼성물산 기업가치와 직결된다. 분식회계 판정이 확정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에 치명상을 입고, 이는 삼성물산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생명 건 역시 마찬가지다. 금감원에 밀리면 향후 삼성전자 지분 처분 시 과거 유배당 계약자에 대한 이익배분 논란에서 수세에 몰린다. 양도차익과세에 더해 엄청난 현금 유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현재 정부의 압박 수위로 볼 때 삼성생명은 단계적으로라도 삼성전자 지분을 이 부회장 일가 또는 삼성물산에 넘겨야 한다. 삼성물산이 가진 자산 중 처분 가능한 최대 알짜가 삼성바이오다.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이 정부와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달 초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용 부회장은 인도 순방 중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다. 문 대통령이 인도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하는 자리이니만큼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있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8월 초에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을 방문해 고용·투자를 독려하고 규제 등 애로사항을 직접 듣는다.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구본준 LG 부회장, 올해 1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3월 최태원 SK 회장, 6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만났다. 모두 총수 경영자들이었다. 재계에서는 최근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분위기에서 삼성의 협조가 필요해진 상황을 십분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