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간 계열분리 완성 위해 SK건설 IPO 필요…연내 상장 사실상 물 건너가
SK는 지주회사 SK㈜가 지배하는 회사를 최태원 SK 회장이 맡고, SK케미칼이 지배하는 회사를 최창원 부회장이 맡는 ‘사촌 경영’ 구조를 갖고 있다. 일요신문DB
이번 사고는 그 책임 문제와 별개로 SK그룹의 향후 지배구조개편 작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SK건설이 그룹 지배구조개편의 ‘열쇠’로 지목돼 왔기 때문이다.
SK건설은 올해 기업공개를 명시하고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SK건설은 “상장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SK건설 상장 주관사 입찰에 뛰어들 준비를 했을 만큼 SK건설의 상장은 유력시 돼 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SK건설 상장은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며 “그러나 라오스 댐 사태가 발생한 상황에서 SK건설이 상장에 신경 쓸 겨를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는 SK건설이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로 SK디스커버리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꼽았다. 두 지주사가 SK건설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SK㈜나 SK디스커버리 둘 중 한 곳이 내년 12월까지 보유 지분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자회사 외 국내 계열사 지분 5% 이상 보유하지 못한다. 현재 SK건설의 지분은 SK㈜가 44.47%, SK디스커버리가 28.24% 보유하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지난해 12월 SK케미칼을 투자부문 SK디스커버리와 사업부문 SK케미칼로 인적분할하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SK디스커버리는 현재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37.54%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0.3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디스커버리의 자회사로는 SK가스와 SK신텍, SK플라즈마 등이 있다.
사실상 SK그룹은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끄는 SK㈜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 두 개의 지주사로 나뉘어 경영되고 있다.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은 2007년 SK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출범하던 때부터 최창원 부회장 중심의 분리경영 체제로 운영돼 왔으나 지난해 지주사로 전환되면서 사촌간 계열분리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SK㈜와 SK디스커버리가 서로 거래를 통해 SK건설 지분을 한 쪽으로 넘기기 위해서는 매입하는 쪽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비상장사이니만큼 가치 산정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재계에서는 SK건설의 상장을 통해 지분을 한 쪽으로 넘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의 SK건설은 ‘소유 최태원, 경영 최창원’의 구조를 띠고 있다. SK건설의 최대주주는 SK㈜(44.47%)지만,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줄곧 SK건설의 경영에 깊게 관여해 왔기 때문이다. 최 부회장은 SK건설 사장과 부회장을 역임했으나 2013년 실적 부진을 책임지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당시 최 부회장은 본인 소유의 SK건설 지분 5.6%(132만 5000주)를 SK건설 법인에 무상 증여했다.
그러나 SK㈜와 SK디스커버리는 현재 SK건설의 상장 및 지주사 편입에 대한 언급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SK디스커버리 관계자는 “SK 자체에서 SK건설 상장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면서도 “상장에는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데, 앞서 사전 작업을 진행한 것도 없어 사실상 연내 상장은 불가능하다”라고 전했다. SK건설 편입에 대해서도 “SK건설 실제 경영권은 SK㈜에 있는 만큼 어디로 편입될지 알 수 없다”며 “SK디스커버리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2년 안에 지분을 해소해야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SK㈜ 관계자는 “현재까지 실질 경영은 최창원 부회장이 맡아 온 만큼 그룹 입장에서는 SK건설의 상장 계획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최태원 회장은 그룹의 대표로서 도의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고 수습에 나서고 있고 SK건설도 자체적으로 구호활동을 많이 펼치고 있으며, 그룹 차원에서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장도 관심이지만 상장 후 과연 SK건설을 최태원 회장의 SK㈜와 최창원 부회장의 SK디스커버리, 어느 쪽이 가져 가느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