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정우성 이정재 주지훈 마동석과 여행 예능 욕심…결혼 마지노선은 45세, 김용화가 기준”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제작 리얼라이즈픽처스) 개봉을 며칠 앞두고 하정우를 만났다. 그날 아침 하정우의 아침밥 메뉴는 콩나물국. 전날 밤 절친한 영화계 동료인 윤종빈 감독과 술을 마셔 ‘해장’ 메뉴로 골랐다고 했다. 윤종빈 감독은 하정우의 대학 선후배 사이이자, 첫 주연영화인 ‘용서받지 못한 자’를 함께한 관계다. 마침 ‘신과함께:인과 연’가 개봉하고 일주일 뒤 윤종빈 감독은 새 영화 ‘공작’을 내놓는다. 밖에서 보기엔 경쟁 대상이지만 사실 두 사람은 그런 외적인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피부가 하얀 편은 아니지만 지금 하정우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검게 그을려 있다. 요즘은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남자들도 피부 관리를 넘어 미백까지 신경 쓰지만 오히려 스타 배우인 하정우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검게 그을린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대수롭지 않은 투로 “한강을 몇 시간씩 걷는데 자외선차단제를 발라봤자 땀에 금방 지워져 소용이 없다”며 웃었다. 기회 될 때마다 그가 꺼내는 ‘걷기 예찬’이 다시 시작됐다. 틈나는 대로 걷고, 해외촬영 때도 걷고, 심지어 휴가 때도 걷는 그는 요즘 한강을 자주 오간다. 배우 정우성도 한강 걷기에 합류했고, 후배 주지훈은 한강은 물론 하와이 걷기 여행까지도 함께한다.
남다른 친화력 덕분인지 하정우 주변에는 ‘배우 사람 친구’가 많다. 정우성 이정재 그리고 주지훈은 그야말로 ‘패밀리’로 불러도 될 정도다. 여기에 영화 데뷔작을 함께한 윤종빈 감독도 있다. 서울 압구정동에 마련한 미술작업실을 수시로 드나드는 이들이다.
“요즘에는 유화를 그린다. 유화 물감은 서서히 마르는데 자꾸만 사람들이 작업실에 온다. 어떤 땐 내가 작업실에 없는데도 먼저 와서 술 먹고 있다. 어느 날은 낮 1시에 모여 낮술 먹고 있을 때도 있다. 비밀번호까지 다 공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친화력과 유머감각, 어떤 일이나 상황에 놓여도 마음껏 즐기는 모습은 하정우를 ‘안티 없는 스타’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하정우는 자신이 지닌 여러 개성은 아버지인 배우 김용건으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김용건은 최근 출연하는 tvN ‘꽃보다 할배’에서 시종일관 유쾌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도맡고 있다. 이순재, 신구 등 대부분 70~80대인 출연진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하는 동시에 프로그램에도 웃음을 만드는 주역으로 인정받는다. 김용건이 10~20대 시청자에게 주목받으면서 하정우의 성향이 김용건으로 받은 DNA라는 사실이 새삼 화제다. 하정우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요즘 아버지께서 ‘꽃보다 할배’에 나오는 걸 보면 정말 부럽다. 어릴 때부터 뵈어온 박근형 백일섭 선생님들 모습을 보니 더 감동적이다. 훗날 나이 들어 나도 좋은 동료들과 어울릴 수 있다면, 그 모습을 담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노년’에 이른 하정우가 ‘꽃보다 할배’ 멤버를 꾸려 여행을 떠난다면 누구와 함께 가겠느냐고 물었다. 예상한 답이 나왔다. “정우성과 이정재 그리고 주지훈과 마동석. 하하! ‘꽃보다 할배’ 같은 여행, 아니면 걷기 예능도 좋겠다.”
하정우는 다 늦은 나이에 얼마 전 첫 배낭여행도 다녀왔다고 했다. 올해 3월부터 한 달 가까이 이탈리아 로마와 나폴리, 피렌체를 비롯해 스페인을 둘러봤다. 평소 한 곳에서 오래 머무는 여행을 즐기지만 이번에는 “트레비 분수 앞에서 줄서서 사진 찍고 주요 관광 포인트를 찍었다”고 했다. 관광지에서 만나는 한국인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어주는 일도 주요 일과 중 하나였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하정우는 영화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이른바 ‘다작 활동’이다. 쉬지 않고 여러 영화에 참여해 다양한 역할로 관객에 다가서는 적극적인 행보는 하정우가 시작해 이젠 다른 배우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정우는 “여러 작품을 소화하는 걸 왜 ‘소진된다’고 여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 과정으로 나를 연마하고 학습하는 게 더 크다”며 “작품 수가 늘면 그만큼 통찰력도 생기고 나만의 규칙도 찾을 수 있다. 작품을 거절하면 그 시간엔 뭐 하고 살 건가. 그래서 (주)지훈이한테도 많이 해라, 쉬지 말고 하라고 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 자신도 멈출 생각이 없다. 당장 9월부터 새 영화 ‘클로젯’ 촬영을 시작한다. 이어 백두산 화산폭발을 다룬 ‘백두산’, 마라톤 이야기인 ‘보스턴 1947’을 차례로 소화한다. 얼마 전 시나리오 초고가 완성된 그의 새 연출작은 언론을 배경으로 하는 케이퍼무비다.
영화에 파묻혀 살고, 틈나면 친구들과 어울리지만 그렇다고 결혼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그가 정한 결혼 마지노선은 45세. 이유를 물었더니 “주변 사람 중 가장 늦은 나이에 결혼한 사람이 45세에 결혼한 김용화 감독이라 그 기준에 맞췄다”는 다소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어쨌든 김용화 감독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드러낸 말이다. 하정우는 김용화 감독과 ‘국가대표’를 합작해 성공으로 이끈 뒤 이번 ‘신과함께’ 시리즈도 함께했다. 한국영화로는 처음 2부작을 동시 제작해 순차 개봉한 ‘신과함께’는 영화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고, 국내 개봉에 맞춰 아시아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의 중심에는 하정우가 있다.
‘죄와 벌’이란 부제로 지난해 12월 개봉한 ‘신과함께’ 1편은 하정우와 주지훈, 김향기로 이뤄진 삼차사가 귀인 차태현을 이끌면서 벌이는 저승 재판을 다뤄 1441만 관객을 동원했다. ‘인과 연’이란 부제의 2편은 삼차사의 1000년 전 과거, 그 안에서 얽힌 인연을 탄탄한 서사로 완성했다. 1편과 2편의 비교가 활발히 이뤄지고, 이번 2편이 1편에 이어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지 예측과 전망이 오가는 상황. 하정우는 어떤 마음일까.
“나에게 영화를 촬영하고 개봉하는 일련의 과정은 어느 작품이나 똑같은 마음이다. 이래도 부담, 저래도 부담이다. 개인적인 의견을 보태자면 1편보다 2편이 더 좋다. 영화가 말하려는 메시지가 확실히 담겼으니 말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