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지분만 물려줘도 그룹 승계 가능…문제는 상속세 재원 마련
정몽규 현대산업개발그룹 회장. 일요신문DB
현대산업개발그룹은 올해 지주사인 HDC와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 인적분할했다. 지난 1일에는 HDC가 유상증자 기준을 확정했다. 정 회장의 HDC현대산업개발 보유주식(1주당 5만 8672원)을 HDC에 현물로 출자하면 현재 13.36%인 정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8.99%로 급상승한다. 인적분할과 현물출자를 통해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을 직접 지배하는 구조에서, 정 회장은 HDC를 지배하고, HDC가 HDC현대산업개발을 지배하는 구조로 바뀌게 됐다.
그동안 주가도 정 회장에게 유리하게 움직였다. 지난해 12월 지주전환을 발표한 이후 지주사인 HDC 주가는 30% 넘게 급락했지만, 올 6월 상장된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24% 하락했다. 정 회장으로서는 HDC 주가가 낮고, HDC현대산업개발 주가가 높을수록 지주사인 HDC 지배력이 높아진다.
정 회장은 부친인 고(故) 정세영 회장과 함께 현대자동차에서 밀려난 후 현대산업개발을 맡았지만 그동안은 ‘반쪽’짜리 불안한 최대주주였다. 국민연금(10.04%), 템플턴펀드(9.65%), 블랙록펀드(5.03%) 등 국내외 큰손 3인방이 24% 지분을 보유해서다. 2013년 7월까지는 템플턴펀드가 무려 19.06%로 정 회장 등 특수관계인(18.56%)을 앞섰다.
하지만 지주체제 전환으로 후계구도도 좀 더 용이하게 됐다. 지주회사 지분만 물려줘도 그룹 경영권을 승계시킬 수 있다. 문제는 상속세다. 현 정부의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 움직임을 감안할 때 상속·증여세를 전혀 피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녀들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토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정 회장의 세 아들(준선, 원선, 운선)은 현재 HDC자산운용 지분을 각각 13.01%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자산 231억 원, 자본 220억 원 규모의 자산운용사다. 덩치가 작다. 정 회장이 개인적으로 지분을 가진 회사들이 변수다. 전기공사업체인 HDC아이콘트롤스는 정 회장이 29%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걸릴 수 있어 지분율 축소 또는 해소가 필요하다. 정 회장이 지난해 설립한 개인회사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사업목적이 ‘지주회사’인데,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다. 회사 현황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한편 현대산업개발의 지배구조 개편은 일반 주주들에게 호재는 아니다. 최대주주와 기관투자자 간 힘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 지분율이 급락한 HDC의 주가 약세가 뚜렷하다.
최열희 언론인